김정은, 당 총비서로 추대...조용원 '서열5위' 고속승진·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서 제외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2 00: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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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정, '국방강화' 기조 속 군정지도부장
'대미' 최선희 강등·'대중' 김성남 부장으로
‘인민무력성’서 ‘국방성’으로 이름 변경 공식 확인
‘국방력 강화’ 기조 속 군지도부도 전면 개편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전날 5년만에 당 정무국을 폐지하고 비서국을 부활시켰던 북한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당내 공식 직함은 집권 초기 제1비서에서 지난 2016년 위원장, 이번에는 총비서로 바뀌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부여했던 정치적 상징인 '총비서' 직책을 김 위원장이 직접 맡음으로써 명실공히 노동당의 최고지도자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 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전날 북한은 5년 만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하고, 당 정무국을 폐지하는 대신 비서국을 부활시켰으며, 당 기구와 회의 절차를 효율적으로 손질했다고 밝혔다.

승진 주목됐던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직책 강등 눈길

반면 이번 인사에서 '김정은의 입' 역할을 맡아 승진 여부가 주목됐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기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빠졌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눈길을 끈다.

김여정은 정치 후보위원보다 낮은 당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만 포함된 상태다. 김 부부장이 그동안 보여준 역할에 비춰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김 부부장은 지난 2018년 4·5·9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 오빠인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최측근으로서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2019년 말부터는 당 제1부부장으로서 대남사업을 총괄해왔고, 지난해 4월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다만 이번 당 중앙지도기관 인사 결과만으로 김 부부장의 입지가 약화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해온 만큼 직책이나 직함과 무관하게 정치적 위상은 공고할 것이라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남·대외·안보 부분을 총괄하는, 남측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해당하는 조직을 신설해 이를 김 부부장에게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용원 ‘서열5위’ 정치·국방분야 핵심…오일정, '국방강화' 기조 속 군정지도부장


▲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전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상무위원회 선거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선거를 통해 상무위원 가운데 최고령이었던 박봉주(82)가 빠지고 김정은 총비서의 최측근인 조용원이 새 상무위원으로 임명됐다. 반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됐다. [그래픽= 연합뉴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조용원으로, 요직을 도맡으며 북한 내 '권력 서열 5위'로 올라섰다.

조용원은 김 위원장과 기존 최룡해·리병철·김덕훈·조용원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됐다.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조용원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10명에서 7명으로 줄어든 당 비서 가운데서도 한자리를 꿰찼다. 조용원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돼 조직 담당 비서직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용원의 정치적 부상은 당대회 초 김여정과 함께 집행부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리면서 일찌감치 감지됐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급부상이다.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이번 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 따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고, 국가의 중요 간부 임면 문제도 토의할 수 있게 명시된 점을 고려하면 명실상부한 권력 핵심이 된 셈이다.역시 규약 개정으로 정족수 상관없이 수시로 열 수 있게 된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원이 돼 군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영원한 인민무력부장'으로 불린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도 이번 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 위원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위원에 올랐고, 당 군정지도부장으로 군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 눈길이 쏠린다.

오일정은 김 위원장의 어릴 적 인연이 깊은 몇 안 되는 인물인 최부일의 후임으로 당 군정지도부장을 차지해 위상과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항일 빨치산 2세대'인 오일정은 빨치산 1세대이자 김정일 후계체제의 일등 공신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1995년 사망)의 3남이다.

대표적인 금수저인 그는 22세 때인 1976년 이른바 '도끼만행사건'으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자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군에 자원입대했다.

반면 올해 82세의 고령으로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모든 당 직책에서 물러났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5명이며, 위원은 상무위원을 포함해 19명, 후보위원은 11명이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138명, 당 중앙위 후보위원은 111명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권영진이 군 총정치국장에 올랐고, 정상학 당 중앙검사위원장과 김두일 경제부장, 최상건 과학교육부장, 김정관 국방상, 리영길 사회안전상 등과 함께 정치국 위원에 임명됐다.

기존 정치국 위원이었던 최부일 군정지도부장과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도 교체되면서 모든 당 직책에서 빠졌고, 태형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미·대북라인 핵심인사들 입지 약화...대남비서 없애고 최선희 강등

이번 인사에서의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은 대미·대남부문 핵심 인사들의 입지 약화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당 지도부 선거 결과를 보면 대미 핵심 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대남업무를 총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직위·직책이 강등됐다.

북한은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을 7명 구성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는데 인물 면면을 보면 대남과 외교 담당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노이 노딜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와 대미관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미외교의 주축으로 꼽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내려앉았다.

국무위원회 11명 가운데 최 제1부상이 유일한 여성 위원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번 강등을 고려하면 이달 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 해임 여부도 주목된다.

최 제1부상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등 북미협상의 주축으로 꼽혀왔다.

하노이 '노딜' 후에도 요직을 지켰으나 지난해 7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담화를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번 인사에서 강등됐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당 비서에서 제외되는 대신 장금철 대신 통일전선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당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도 참석했으나 재임 1년 반 동안 별다른 활동을 해보지 못한 채 해임됐다.

강등설이 나돌았던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하긴 했지만, 11명의 후보위원 가운데 맨 마지막에 호명됐다.

반면 대중국 라인에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이 이번에 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김 부장은 중국 유학파로 1980년대부터 김일성·김정일의 전담 통역사로 활약해왔다. 김정은 총비서의 하노이 회담 당시에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이는 북한이 미중갈등 국면에서 미국 대신 전통 우방인 중국과 외교를 더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인사에는 북미 교착국면에서 사실상 대미·대남라인의 역할이 약화한 가운데 남북미 외교에 큰 기대를 두지 않겠다는 김 총비서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북중·북러 친선을 과시하고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와의 친선단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국 후보위원도 대거 물갈이됐다.

박태덕이 규율조사부장을 맡으며 정치국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고, 리철민 농업성 부상과 김형식 당 법무부장, 박정근 국가계획위 부위원장, 양승호 내각부총리, 전현철 당 중앙위 경제정책실장이 후보위원에 올랐다.

박명순 경공업부장, 허철만 간부부장, 김영환 평양시당 책임비서, 리선권 외무상 정도만 후보위원직을 그대로 지켰다.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 명시 속 군 지도부도 전면 개편

북한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5년 만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이번 당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에 관한 결정서가 채택됐다며 "(서문에)공화국 무력을 정치 사상적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한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당 규약에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군이 당의 영도를 받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신은 "인민군은 사회주의 조국과 당과 혁명을 무장으로 옹호 보위하고 당의 영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조선 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제8차 당대회 전반에 걸쳐 '국방력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북한이 국방 부문 조직과 지도부도 전면 재편했다.

군 수뇌부 3인방인 총정치국장·총참모장·인민무력상 가운데 조직과 인물이 그대로 유지된 사람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뿐이다.

우선 인민군의 당 정치사업과 군 간부 선발, 군사작전 명령서에 대한 당적 통제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총정치국 국장은 기존 김수길에서 작년 5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상장으로 승진한 권영진으로 교체됐다.

 

권영진은 이번에 정치국 위원에 선출됐지만, 사진에 드러난 계급장은 별 세 개인 상장에 그쳐 전임 김수길의 대장(별 네 개) 계급보다도 낮다.

이는 군 수뇌부 서열 1위를 자랑했던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눈길을 끈다.

군 총정치국장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당연직처럼 여겨졌던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도 오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총참모장 박정천에게 서열과 계급도 밀렸다.

군을 강화하되, 노동당의 영도와 통제 속에 가두는 김정은 정권의 정책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노동당 비서를 겸직하고 정치국 상무위원을 유지하는 등 사실상 국방 분야의 서열 1위를 재확인한 것도 군에 대한 노동당의 유일지배체제를 보여준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성의 명칭이 국방성으로 바뀐 것도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날 북한 매체는 기존 김정관 인민무력상을 국방상이라고 밝혔다.

국방성으로 명칭을 바꾼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 외국의 일반적인 명칭 흐름을 따른 것으로, 체제 수호를 위해 국가방위력 강화의 정당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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