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故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 유죄...법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 헬기사격 인정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1 0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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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형량 아쉬워"
전두환 재판부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 정도, 회고록 판매 중단된 점 등 고려"
전두환 고소인 측 "유죄 판결 사필귀정…형량은 아쉬워"
전두환 법률대리인 “재판부 납득할 수 없는 판결 실망”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 전두환(89)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간에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30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사자 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전씨는 사죄 표명 없이 법정에 출석해 재판 내내 조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5·18 유가족은 형량이 가볍다며 통곡했다.

전씨가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범죄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최대 쟁점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였다.이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 전두환 회고록 출간부터 5·18 사자명예훼손 재판까지. [그래픽= 연합뉴스]

재판부는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한 증인 8명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수 있고 객관적인 정황도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가 작성한 경고문과 광주 소요 사태분석 교훈집에 1980년 5월 22일 오전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이 기재된 점도 500MD에 의한 사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판단했다.

또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들은 대체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검찰 조사에서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씨의 지위와 당시 그가 보여준 행위를 종합하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인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씨의 회고록은 자신에 대한 확정판결을 반박하려고 작성했다"며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조 신부의 표현의 자유가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반박하려는 자유보다 우위에 있다고 부연했다.

 

▲ 3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 회고록'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지켜본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기대했던 법정구속 판결이 나오지 않자 오열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재판부는 또한 "전씨는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아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재판이 5·18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침해받은 권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전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재판부의 양형 재량에서 벗어난다고도 설명했다. 
 

▲ 3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형사 고소한 조영대 신부(가운데)가 1심 판결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고소인인 조영대 신부와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며 헬기 사격을 인정한 판결에 의미를 부여한다"며 "사필귀정의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반성하는 기색도 없는 전씨에게 내려진 판결치고는 형량이 낮아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법률대리인은 법원의 유죄 선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민사·형사 소송을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법리적인 측면을 떠나 재판장이 말씀하신 사실관계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재판 결과를 한마디로 "비약된 판결"이라며 "500MD 무장 헬기가 광주에 도착한 게 1980년 5월 22일이라고 우리가 재판 과정에서 계속 파악했는데 어떻게 하루 전날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다른 차를 타고 광주법원을 빠져나가자 사죄를 요구하며 빈 차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졌다. [광주= 연합뉴스]

 

검찰과 전씨 측은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지, 불복하고 항소할지 여부를 이번 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판결 이유 등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주교 변호사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도 항소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항소 여부를 아직 제가 판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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