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 한국 유조선 나포 배경에 의문...군, 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 긴급출동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5 00: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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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5명 등 20명 승선…외교부 "선원 안전 확인...조기억류 해제 요청"
이란 혁명수비대 "'반복적 환경규제 위반'…사법 절차 밟을 것"
선사 측 “"나포 상황 CCTV로 확인, 공해였고 환경 오염 없었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한국 국적 유조선 ‘헌국케미’호가 걸프해역에서 돌연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란에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며, 군 당국은 청해부대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이란 언론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환경 위험으로 나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선박 선사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 유조선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고 보도했다.
 

▲ 한국 국적 유조선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고 로이터, AFP통신이 이란 파르스통신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에 접근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함정. [타스님 뉴스·AFP=연합뉴스]

파르스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항구로 이동시켰다"라면서 "이 유조선에는 한국 국기가 달려 있었고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을 이유로 나포했다"고 전했다.

반관영 타스님 뉴스는 나포된 선원이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이며, 이란 남부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AP·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도 이란 현지 매체를 인용해 한국 유조선의 나포 사실을 보도했다.이란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유조선 나포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한 가운데 이뤄져 그 연관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AP통신은 선박 정보 사이트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을 인용해 한국케미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의 푸자이라를 향해 이동하던 중이었으며, 선박 소유주는 부산에 소재한 디엠쉽핑(DM Shipping)이라고 전했다.

나포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케미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이번 나포 사건과 관련, 공해상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당 선박에 접촉해왔고 환경오염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 이란혁명수비대에 나포 상황. [그래픽= 연합뉴스]

디엠쉽핑에 따르면 나포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4시)쯤 이뤄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선박은 현지 시간으로 3일 오전 3시 30분께 메탄올 등 3종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로 향하는 길이었다.

선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 선장에게 (한국 시간 오후 4시쯤) 전화가 왔다"면서 "혁명수비대가 (배로) 올라온다고 연락이 왔고 30분쯤 뒤 배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란 혁명군이 이란 해역에 들어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며 "(선장이) 왜 우리가 가야 하나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포 당시 해역은 선사 소속 배가 수시로 들어갔다 나오는 곳으로 선장도 15년 경력의 배테랑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은 군인들에게 나포되자 해적 방비 경보시스템(SAS)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선사 관계자는 "(선장이) 통신이 끊겨버리니까 해적 방비 경보시스템(SAS)을 눌러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사 측은 선박과의 전화는 몇분 만에 끊어졌지만, 선박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배가 이란 항구까지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사 관계자는 현재 외신을 통해 알려진 나포 사유와 관련, "해양 오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양 오염이 안되는 이유는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고 외부 충격이 없으면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3개월 전에 정밀 검사를 했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서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케미호가 공해상에서 나포 후 이란항에 도착한 모습. 오른쪽 동그라미는 혁명수비대 고속정이 유조선에 접근해 승선하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된 모습. [부산=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4일 오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국적 선박(케미컬 운반선)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중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해당 한국 국적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 선원 5명, 미얀마 11명, 인도네시아 2명, 베트남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해 있으며, 한국인은 선장과 1∼3등 항해사, 기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선사 측은 상황을 선원 가족들에게는 알린 상태다.

국방부도 입장을 내고 "이란에 의한 우리 상선 억류 관련 상황 접수 직후,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외교부, 해수부 등 유관부서 및 다국적군(연합해군사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최영함은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한국케미호 나포 소식에 호르무즈해협 인근으로 이동 중이다. 5일 오전 작전해상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에 대해서도 안전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걸프 해역은 페르시아만으로도 불리며 아라비아반도 북동쪽과 이란과 사이에 있으며,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걸프 해역은 세계의 주요 원유 수송로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한국도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 유조선들도 걸프 해역을 많이 통과한다.

특히 걸프 해역의 입구로 이란과 가까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곳으로,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은 그동안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란은 이 곳에서 유조선 등 선박을 나포한 적이 있다. 작년 8월에는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기를 단 유조선 1척을 나포했다가 5시간 만에 풀어줬다. 또 2019년 6월에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자 이란군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영국 유조선을 나포했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걸프 해역의 긴장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작년 1월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폭사했고, 작년 11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암살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사 당시 이란군 고위 관리는 "호르무즈 해협, 오만해,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은 우리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작년 말 핵과학자가 암살당한 이후 미국은 이란의 보복성 군사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핵추진 항공모함 USS 니미츠를 중동 지역에 재배치했고 지난달에는 전략폭격기인 B-52 2대를 걸프 해역에 출격시키는 무력 시위를 했다.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억류한 배경이 무엇인지, 한국 외교부의 요청대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억류를 조속히 해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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