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접종 후 사망 속출 백신 불안감 증폭...의협 "접종 1주일 미뤄야" vs 질병청 "중단할 필요 없어"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3 01: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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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전-대구 등서 추가 사망자…지자체 합산 집계 현재 28명
영등포구 보건소, 관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보류 권고
"백신 원료 속 균, 사망원인 가능성" 제기...식약처 "원인분석 중"
독감 접종 후 사망 인천고교생 사인은 독감과 무관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접종 후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도 빠르게 늘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는 백신을 맞아도 될지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독감 예방접종 1주일 연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접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 한 보건소가 관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하는 등 일부 엇박자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질병관리청은 2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총 2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래픽= 연합뉴스]

22일 질병관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이후 이날 오후 11시 현재까지 전국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독감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벌써 28명으로 늘었다.

이날 0시 기준 12명과 비교해 두 배를 훨씬 늘어난 수치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25명이라고 밝혔다.

▲ 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 독감 예방 접종실. [사진= 연합뉴스]

 

이들 사망 사례들은 지난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남 광주·순천·목포, 전북 고창·임실, 제주, 대구, 경기 광명·고양·성남, 경북 성주·상주·영주·안동, 경남 창원·통영, 서울, 강원 춘천·홍천 등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다만 사망자들이 맞은 독감백신의 종류는 동일 제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날은 서울에서도 독감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사망자는 강남구의 모 병원에서 접종한 84세 남성과 영등포구 내 한 의원에서 접종한 72세 남성이다. 이 중 84세 남성은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백신을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백신

 

지난 16일 17세 고교생이 독감 접종 후 사망해 충격을 줬던 인천에서는 이날 오전 선학동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지난 20일 연수구의 한 의원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다. 백신 종류는 엘지화학의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에서는 80세 여성이 지난 19일 백신을 접종한 뒤 1시간여만에 사망한 사실이 이날 뒤늦게 신고됐다. 이 여성이 접종한 백신은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전날 독감백신을 맞은 A(79)씨가 이날 오전 8시께 출근하던 중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전날 오전 10시께 동네 의원에서 보령바이오파마(보령플루백신 테트라백신주)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A씨는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홍천에서도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서석면에 거주하는 80대 노인 B씨가 쓰러진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B씨는 사흘 전인 19일 독감 백신(코박스인플루4가PT주)을 접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 등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독감 백신을 전수조사하고 접종 중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전남 광주와 순천, 전북 임실에서도 독감 예방 접종을 한 80대가 각각 숨진 사례가 확인됐다.

이들이 맞은 독감백신은 각각 녹십자 제품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상주와 영주, 성주와 안동 등지에서도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이틀 동안 4명으로 늘었고, 경남 창원에서도 최근 이틀 새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가 2건이 나왔다.

백신 접종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증세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노인들의 사례도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강릉에서는 지난 20일 백신을 맞은 80대가 이날 오전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원주에서도 지난 19일 예방접종을 한 70대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진 60대와 동일 백신을 접종한 도민 188명 중 2명이 주사를 맞은 부위에 멍 자국이 생기거나 몸살 기운이 있는 등 경미한 증상을 보였다.

이처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급증하고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대해 정부는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또 백신 접종 중단 시 독감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계획대로 접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다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망의 원인과 예방접종 과정과 백신에 문제가 있는지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조사해 결과 판단을 하고, 국민 건강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중단과 같은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잠정적으로 미룰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의협은 또 23일부터 의료기관 접종을 잠정 중단하라는 회원 대상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간(10월 23일∼29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협은 "잠정 유보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등 백신 및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의협은 다만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안심해도 좋으며 신체 불편을 초래하는 특이증상 발생 시 인근 의료기관을 즉시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독감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협 권고문을 낭독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감 접종이 전제돼야 하나,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일선 의료기관에 일주일간은 접종을 잠정 유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지속' 방침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전 의료기관에 대해 내일부터 일주일간 잠정 유보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강행하더라도 많은 의료기관에서 대단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지속' 방침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한편, 독감 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사망한 인천 고교생의 사인이 백신과 관련 없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2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후 "부검 결과 고등학생 A(17)군의 사인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는 감정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앞서 A군은 이달 14일 낮 12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으나,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당시 A군은 이미 숨져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 상태였다.

A군이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제품이다.

경찰은 국과수에서 밝힌 A군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분간 관련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래저래 독감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원료 속 균 사망원인 가능성" 제기...식약처 "원인분석 중" 


▲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2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에게 독감 백신 사망사고의 원인에 대해 자문한 결과를 공개했다.

강 의원은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할 때 톡신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독감 백신 접종 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중증 이상 반응에는 감염에 의한 신경계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과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이 있다. 이때 유정란의 톡신이나 균이 접종자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신을 공격하거나 그 자체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세포로 독감 바이러스를 배양할 때에도 '배지'에서 균 등이 자랄 수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은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법에 따라 유정란 배양과 세포 배양으로 나뉘는데, 두 가지 방식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신의 출하를 승인할 때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무균검사와 톡신 검사를 샘플링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백신 제조사의 생산 과정이나 유통·접종 이전 백신의 균과 톡신 상태는 따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독감 백신의 원료인 유정란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백신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독감 백신의 제조 과정은 물론, 유정란 생산시설도 철저히 점검·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백신 제조·생산·품질관리 등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유정란 생산시설도 정기 점검해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제조 공정에서도 무균 여과와 정제 과정을 거치고, 이후 다른 제품과 달리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친다"며 "그 과정에서 무균 검사와 엔도톡신(균체 내 독소 시험) 검사를 무작위 채취 방식으로 진행해 이중삼중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독감백신의 품질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며 "식약처에서 원인 분석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이상도 없는지 다양한 안전성 시험을 하고 있으며, 시험이 종료되는 대로 그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말씀드릴 계획"이라며 "전문가들과 논의해 필요한 시험을 계속하면서 결과를 공유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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