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후 강제전역' 변희수 전 하사 사망에 시민단체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3-06 0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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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변희수 전 하사 사망 애도...“자살 아닌 사회적 타살"
정의당, 민주·국힘 양당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호소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지난해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눈물 어린 호소였다.

성전환수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정의당도 고인을 애도하며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 지난해 1월 22일 기자회견 당시 군 복무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던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들에게 숨 쉴 공간마저 거부하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특히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국제인권법 위반 등 국내외 인권 기구의 판단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한국 정부는 변희수 하사 죽음에 대한 책임을 벗어 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어난 모든 생물체는 외모, 모양, 느낌, 성별, 위치와 상관없이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한국 사회는 유독 성소수자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편견과 증오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오랫동안 국회 지붕 위에서만 넘나들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도 이날 "대한성공회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숱한 사회적 타살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하느님의 눈물과 더불어 우리는 당신들 편"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시라도 빨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4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인 고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위원회도 이와 같은 슬픔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참석자들이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변 전 하사의 사망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해 "변 하사를 다른 세상의 아픔 정도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에도 지도부와 당 성소수자위원회가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이날부터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초당적 모임'을 시작하겠다"면서 "우리 사회의 보편가치에 공감하시는 모든 의원님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변 전 하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변 하사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며 "국회는 속히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나흘 넘게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상당구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숨진 지 상당 시간 경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에 외국에 나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고인은 지난해 2월 "다시 심사해달라"며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변 전 하사는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내달 15일 이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5일 변 전 하사의 사망과 관련,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시신에서 외상 흔적이나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에 대한 구두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충북 상당경찰서는 4일 현장감식과 유족·지인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었다.

이날 부검이 끝나면서 변 전 하사의 발인 절차도 마무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찾은 뒤에도 군에 남아 계속 나라를 지키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변 전 하사의 죽음은, 성 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 문제를 넘어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들며 큰 숙제를 남겼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래 새로 출범하는 국회마다 계속 발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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