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故박원순 성추행 의혹 "성적 언동 일부 인정·성희롱 해당"...제도 개선 권고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6 0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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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등 사적영역의 노무까지 수행”"서울시, 비서실 성폭력 사건 대응하며 2차 가해…묵인·방조 정황은 발견 어려워"
박 전 시장 진술 청취 어려운 점 고려해 일반적 사건보다 사실관계 엄격하게 인정
서울시에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등 개선 권고”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25일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먼저 서울시 비서 운용 관행과 관련,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피해자는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복용 챙기기, 혈압 재기,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의 노무까지 수행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위와 같은 비서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 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되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소부터 인권위 결론까지. [그래픽= 연합뉴스]


인권위는 시 관계자들의 성희롱 묵인·방조 여부와 관련해선 “전보와 관련해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비서실 내 성폭력 사건, 이른바 '4월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4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울시는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 간의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비교적 잘 마련된 서울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피소를 인지하게 된 피해자의 고소 사실 유출 경위에 대해선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으며 유력한 참고인들이 답변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내린 개선 권고 사항을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장관에게는 ▲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할 것, ▲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 ▲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또 “상급기관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위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상임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서울시 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인권위 직권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현장조사, 2번에 걸친 피해자 면담조사를 진행하고 참고인 51명을 조사했다.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검·경 등 수사기관, 서울시, 청와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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