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국회 통과, 산재사망에 사업주·경영자 1년이상 징역 가능...5배 징벌적 손해배상도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9 03: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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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에도 50억원까지 벌금형...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
예외 규정 많아 실효성 의문...정의, '법안 후퇴' 반발 기권
경제계, 중대재해법 통과에 "강한 유감"…보완 논의 촉구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 대표이사는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기업 부담법이라며 법 제정 자체에 반대해온 경제계는 물론, 노동계와 산재 유가족 등도 ‘반쪽자리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 예외 규정이 많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재석 266명 중 찬성 187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의결했다.

이 법은 공포 이후 1년이 지난날부터 시행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3년 뒤부터 적용된다.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대재해법안에 대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당이 반대 표결을 했고, 정의당은 법이 애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기권했다. 민주당에서도 이원욱 의원이 반대표, 박용진 장철민 의원 등이 기권표를 던졌다.

중대재해법은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확보의무를 위반해서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도록 규정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다. 

제정안은 이럴 경우 양벌 규정도 두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은 물론 해당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 법이 적용된다.

이에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자는 기존처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하청을 준 원청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됐다.

다만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학교시설 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법은 또, 시민재해를 포함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달 11일 정의당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28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1호 당론 법안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사활을 걸고 중대재해법을 추진했던 정의당으로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되는등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본회의 표결 전 토론에 나선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양당 합의라는 미명 아래 허점 투성이인 법안이 제출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 자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됐다"며 울먹였다.

이에 정의당은 본회의 뒤 국회 본관 앞에서 진행했던 29일간의 단식 농성을 중단하면서 보완 입법 방침을 밝혔다.

김종철 대표는 "이제 첫발을 떼었다"면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완성할 때까지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제정운동본부와 산재 유가족들도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정 법안에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형사처벌 수준이 낮고 경영책임자의 면책 여지를 남겼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는 중대재해법 제정의 정신"이라면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죽음을 중대재해법 적용에서 제외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유예한 것과 일터에서의 괴롭힘에 의한 죽음을 배제한 것, 책임 있는 발주처와 공무원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한 것 등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단식을 마치면서 "실망스럽지만 이 법이 정말 사람을 살리는 법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본회의 통과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농성단 해단식에서 울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리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법 자체가 애매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법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죽음마저 차별하느냐"며 반발하는 한편, 이미 개정 투쟁을 벌이겠다고 알린 상황이다.

전체 사업장 80%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과 지난해 산재사망자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2019년에는 산재 사고로 85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중 5∼49인 사업장에서 359명(42.0%),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1명(35.2%)이었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산재로 660명이 숨진 가운데, 5∼49인 사업장에서 291명(44.1%), 5인 미만 사업자에서 231명(35%)이 사망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법사위 소위안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법, 발주처 책임을 묻지 않는 법, 책임 있는 대표이사가 '바지 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통과에 경제계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책을 촉구했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공동 입장 발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함께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경제계는 지난해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이어 기업 부담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강한 유감과 함께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국회와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법은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예방 방안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전적으로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운다"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중대재해법이 경영계 핵심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비판하면서 “세계 최대의 가혹한 처벌을 부과하는 위헌적 법이 제정된 데 대해 경영계로서는 그저 참담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 기반이 약화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진경쟁국 사례를 토대로 법 시행 이전에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헌적·합리적인 법이 되도록 개정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대재해법을 서둘러 입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이번 입법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산재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 지우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사후 엄벌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처벌보다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중대재해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계는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사업을 과연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소기업도 많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법 제정이 되기는 했지만, 다음에라도 다시 여야에서 시행 전에 입법 보완을 하기를 바란다"며 "필요하다면 헌법소원이라도 내야 할지 중소기업계에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중대산업재해'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중대시민재해'에서는 10인 미만 소상공인과 1천㎡ 미만 규모 영업장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서는 안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돼 안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리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일으킨 재해라고 규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또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 정의했다. 한마디로 대형참사를 일으킨 재해다.

구체적으로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일으킨 재해로 규정했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재해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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