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결과 발표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타당성 판단엔 한계"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1 02: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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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 저하” 판단
감사원 “원전의 계속가동 평가기준 명시적 규정 부재”
산업부 모 국장 등 월성1호기 관련자료 삭제 감사 방해
국민의힘 “탈원전에 사망선고...국정농단에 책임 물어야”
민주당 “잘못됐단 지적 없어...논란 키운 감사원에 유감”
산업부 “에너지전환 정책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시민단체들 “폐쇄는 정당” vs "책임은 물어야“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감사원이 정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근거로 논의됐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정작 감사의 목적인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이런 내용이 담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감사원은 2018년 6월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판매단가·인건비·수선비 등 경제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성 외에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며 폐쇄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관련 공무원들의 문책도 최소화했다.

 

▲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감사 결론을 공개했다. [경주= 연합뉴스]

 

감사원은 타당성 논란의 핵심 쟁점인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판매단가 기준을 변경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측정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한 회계법인에 경제성 평가를 의뢰하면서 원전 판매 단가를 '전년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바꾸도록 했다.

경제성 평가 시점보다 한 해 앞선 2017년을 기준으로 한수원 전망단가는 55.08원(킬로와트시·kWh 당), 실제 판매단가는 이보다 9.3% 높은 60.76원이었다.

이처럼 한수원은 한수원 전망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추정된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전기 판매수익, 즉 경제성을 낮게 추정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가동중단 시 줄어드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 역시 과다하게 평가됐다는 판단도 내놨다.


감사원은 이를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 저하'로 규정했다.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감사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에 대해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내버려 뒀다"고 했다.

감사 과정에서 이른바 '감사 방해'도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산업부 모 국장과 그 부하직원이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를 방해한 둘에 대해 산업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이같은 감사결과를 내놓으면서도 감사원은 조기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월성 1호기 관련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한수원 이사들의 조기폐쇄 결정에도 배임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신 백 전 장관의 감사 결과는 향후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에서 조기폐쇄 타당성 여부가 빠짐에 따라 이날 발표는 월성 1호기 논란을 매듭 짓기는 커녕 또 다른 사회적 찬반 논쟁과 정치적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이날 감사원 판단을 놓고 여·야 간 해석은 극명하게 엇갈렸고 환경단체들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감사원 결과와 관련, "앞으로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감사원 결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향후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부는 그러나 “산업부가 경제성 분석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회계법인과 한수원 요청으로 경제성 분석 과정에 참여한 것이며,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 제시를 했을 뿐, 구체적으로 특정 변수를 바꾸라 부적정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즉시 가동중단에 대한 당시 산업부의 정책적 판단은 국정과제의 취지, 조기폐쇄 정책 수립 배경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보더라도 타당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번 감사에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한 직원들에 대해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피조사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산업부는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해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를 받은 이들 가운데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서만 감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한수원도 입장을 내고 "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원전 계속 운전 등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에 대해선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성실히 후속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철규, 양금희, 한무경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 선고"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같이 밝히고 "탈원전 명분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대한민국 원전산업 부활을 위해 노력하라"며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를 방해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군사 작전하듯 월성 1호 폐쇄에 나선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파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작된 탈원전 정책이 '국정 농단'이었음이 감사원에 의해 전모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입장문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시나리오에 의한 대국민 기만 쇼"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놓고 "마치 에너지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을 키운 국민의힘과 감사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신영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로 발표된 것은 일부 절차적인 미흡에 따른 기관 경고와 관련자 경징계뿐으로, 폐쇄 결정의 잘못이나 이사들의 배임 등 문제는 전혀 지적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대변인은 월성 1호기 경제성과 관련해서도 "제도상 미비로 인한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 저하'라는 감사원의 의견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3일 연속 감사위를 열어 무리하게 의결을 시도했다"면서 "내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감사 내용이 보수언론에 보도되고, 진술강요와 인권침해 등 강압적 감사에 대한 폭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 결정은 누구든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환경단체들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감사 결과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탈핵시민행동은 "사업자의 일부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지적됐지만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부당하다고 할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월성 1호기 폐쇄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탈핵시민행동은 감사원이 '경제성'만을 평가하고 타당성 전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것과 관련해 "애초에 한계를 갖는 감사"라며 "월성 1호기는 제대로 안전성 평가·심사를 했다면 수명 연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언론 등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라는 말을 쓰지만 1982년에 시작돼 2012년에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 1호기는 이미 폐쇄됐어야 한다"며 "원전 폐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했을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감사 결과는 조기폐쇄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경제성 평가를 잘못해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미"라며 "후속 조치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한수원 이사회의 결의에 의거해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했다"며 "책임 추궁이 이뤄진다면 백 전 장관과 한수원 이사회는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법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과 정부가 이런 감사 결과를 정치적으로만 풀어가고자 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은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며 특검을 설치하고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역할을 한 인사들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도 감사 결과에 성명서를 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은 원인 무효이고,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에교협은 전국 대학 61곳의 교수 225명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 비판 단체다.

에교협은 "조기폐쇄의 제1 논거는 경제성 부족이었고, 이번 감사는 경제성 평가의 적절성을 다뤘다"며 "안전하게 가동해 경제성도 챙길 수 있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에교협은 "한수원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의향을 표출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건설 중단을 정상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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