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북유럽 라트비아 병원서 코로나19로 사망... 한국 영화 대표 거장서 '미투' 논란으로 추락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2 02: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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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성폭행 혐의 소송 패소 후 출국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충무로의 이단아’였던 김기덕 감독이 해외 체류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김 감독이 11일 새벽(현지시간) 북유럽에 위치한 라트비아의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숨졌다고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에 도착했으나 이달 5일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연합뉴스도 라트비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김 감독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12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황금사자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감독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델피는 김 감독이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동료들이 현지 병원들을 수소문했다고 전했다.

KBS도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인터뷰를 이용해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금일(11일) 새벽 현지 시간으로 우리 국민 남성 한 분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고 확인하면서 “유족에게 동(사망) 사실을 통보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명성을 날리며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가해자로 지목되며 소송에 휘말린 이후 나락에 떨어졌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구로공단 등을 전전하는 등 교과서 밖의 바깥 세상을 직접 체험하며 자란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다.

▲ 김기덕 감독 연보. [그래픽= 연합뉴스]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적이 없었던 그는 사회의 암울한 구석과 절망적인 인물들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비주류의 도발적인 시선으로 영화계에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유의 냉소적 시선과 화법을 구사한 그의 작품은 고정된 틀을 거부하는 대중예술이냐 폭력·외설이냐 ‘극과 극’ 평가를 받았고, 국내보다 오히려 외국의 유명 영화제들을 통해 더 먼저 알려지고 호평을 얻었다. 단단한 마니아층도 보유했다. 

제대 후 1990년부터 3년간 프랑스에서 미술 유학을 하던 중 우연히 들른 영화관에서 난생처음 '퐁뇌프의 연인들'과 '양들의 침묵' 등을 보고 영화인에 대한 꿈을 키웠으며 1996년 데뷔작 ‘악어’를 내놨다. 그러나 데뷔작은 여성 비하와 지나친 폭력성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파란 대문'(1998)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초청받고, '섬'(2000)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이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나쁜 남자'(2001)로 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면에서도 첫 성공을 거뒀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감독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은곰상)을, ‘빈집'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며 한 해에 세계 3대 영화제 2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한때 농촌의 오두막에서 칩거하며 은둔 생활을 하기도 한 김 감독은 당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 '아리랑'이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으면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후 2012년에는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피에타'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감독으로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7년 세계적으로 확산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가해자로 지목되며 소송에 휘말리며 추락했다. 베드신과 노출 장면에서 여배우들에게 폭언하고 성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MBC PD수첩은 2018년 3월 ‘거장의 민낯’ 편에서 배우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고 같은 해 8월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방송했다.

이에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여배우 A씨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0월 모두 기각됐다. 이에 김 감독은 지난 11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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