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FTA포함 미래관계협상 극적 합의...'진짜 브렉시트'로 달라지는 것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2-27 03: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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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국민투표 후 4년 반 걸려…47년 동거 ‘종지부’
FTA 포함 미래관계 협상 타결...교역·이주·공정경쟁환경 등 변화
통관·검역절차 적용 일부 혼란 불가피…금융서비스 별도협정 필요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그동안 짙게 드리웠던 ‘노 딜 브렉시트(No-deal Brexit)’의 중대 상황에서 벗어나 ‘진짜 브렉시트(real Brexit)’를 눈앞에 뒀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미래관계(future relationship)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2021년 새해 1월부터 교역과 이주, 안보 등의 분야에서 양측 간에 바뀌는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종료 시한인 연말을 일주일여 앞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래관계 협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전환기간 종료 1주일 앞두고 극적 합의…'진짜 브렉시트' 눈앞

▲ 2019년 3월 영국 런던의 의회 의사당 밖에서 나부끼는 영국과 EU 국기의 모습. [런던 AFP=연합뉴스]

이날 협상 타결은 영국이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지 4년 반만이며 지난 3월 협상에 들어간 지 9개월만이다.

이로써 영국과 EU는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이어져 온 47년간의 동거생활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브렉시트 전환 기간(Brexit transition period)’은 영국이 더 이상 EU회원국이 아니지만 EU와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회원국으로는 남아 있는 브렉시트 과도기다. 결별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모든 것을 브렉시트 이전 상태와 똑같이 유지하는 전환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이 전환기간은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통해 영국이 2020년 1월 31일 EU를 탈퇴한 직후 시작됐으며 종료 시한은 올해 연말까지였다. 영국 정부는 ‘전환 기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실행 기간(implementation period)’을 선호했다.

당시 양측은 전환기간 내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새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속된 협상에도 최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 딜'(no deal)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왔다.

양측은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양측을 오가는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비관세 장벽도 생기게 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영국 "재정·국경·법·통상·수역 통제권 회복“…EU "유럽,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

영국 정부는 미래관계협상 타결 후 발표한 성명에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에 약속했던 것을 이번 합의로 완수하게 됐다"며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내년 1월 1일 영국이 EU와 결별한 뒤에도 친구이자 동맹, 지지자, 그리고 최대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성명은 또 "이번 합의는 영국 전역의 가정과 기업에 환상적인 뉴스"라며 "우리는 처음으로 EU와 무관세와 무쿼터에 기반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서로에게 있어 가장 큰 양자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명은 "(이번 합의는) 영국이 2021년 1월 1일부터 완전한 정치적·경제적 독립성을 갖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브렉시트를 완수했다. 이제 독립된 교역국가로 전 세계의 파트너들과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환상적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이날 합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침내 합의를 이뤄냈다"면서 "길고 구불구불한 길이었지만, 우리는 그 끝에서 좋은 합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하고, 균형잡힌 합의"라면서 "양측 모두에 적절하고 책임있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집행위원장은 또 "나는 이 합의가 영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믿는다"면서 "이것은 오랜 친구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단단한 토대를 놓을 것이다. 이는 마침내 우리가 브렉시트를 뒤에 남겨둘 수 있으며, 유럽이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양측 의회 비준 거치면 47년 동거 합법적 ‘종지부’

극적으로 미래관계협상 합의안이 타결되면서 이제 양측 의회 비준 절차를 거치면 EU와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접고 완전한 결별을 하게 된다.


▲ 브렉시트 관련 주요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영국 하원은 "오는 30일 오전 9시 30분 하원을 다시 열어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하원의장이 승인했다"면서 "의원들은 EU와의 합의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에 대해 토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영국 하원은 집권 보수당이 과반 기준을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한데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노 딜(No Deal)' 보다 낫다며 합의안을 지지하기로 한 터라 협상안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도 승인 절차를 위한 검토 작업에 즉각 착수할 예정이다.

EU는 이번 합의를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임시로 적용할 것을 회원국에 제안했다. 이번 합의가 연말 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타결돼 제때에 적용되지 않을 경우 기업과 개인 등의 활동에 피해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U집행위는 회원국이 이를 승인하면 이번 합의안 공식 서명이 이뤄질 수 있으며, 이후 유럽의회의 동의 절차가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FTA 포함 미래관계 합의…교역·이주·어업·공정경쟁환경 등 변화

EU와 영국이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양측은 새해 1월부터 여러 부문에서 관계에 변화를 맞게 됐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이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EU수석 대표와 함께 24일(현지시간) 영국과 타결한 미래관계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양측이 합의한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은 ▲ 새로운 경제, 사회적 파트너십을 담은 자유무역협정(FTA) ▲ 시민 안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 형법, 민법 문제에서 법 집행, 사법 협력을 위한 새로운 체계 구축 ▲ 분쟁 해결 방법 등 거버넌스에 관한 수평적 합의 등 3가지 축으로 이뤄졌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상품과 서비스 교역뿐 아니라 투자, 경쟁, 국가보조금, 조세 투명성, 해상, 도로 교통, 에너지, 지속가능성, 어업, 데이터 보호 등을 포괄한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금융 부문의 구체적 내용과 외교 정책, 대외 안보, 방위 협력은 다루지 않고 있다.

이동의 자유 ‘끝’...90일 넘게 체류하려면 비자 받아야

당장 영국인들은 더이상 EU 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EU 회원국에서 해당국 시민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대신 영국인들이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국적자도 마찬가지로 종전처럼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무료인 휴대전화 로밍 요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

현재는 영국 통신사에 가입한 사람이 유럽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더라도 추가요금 부과 제한 규정이 적용돼 별도로 요금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 영국 여행객들은 EU 회원국을 여행할 때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로밍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영국과 EU 간 결별로 인해, 의사. 간호사, 건축가, 치과의사, 약사, 수의사, 엔지니어 등은 더 이상 전문직 자동 인정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 양측 전문인들이 상대 측에서 일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국가에서 인정을 다시 받아야 한다

양측은 결별하더라도 현재처럼 항공 및 철도, 도로를 통한 승객 및 화물운송은 계속된다.

제3국에서 런던 히스로나 영국 내 다른 공항에서 스톱오버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는 것도 가능하다.

화물운송업자는 EU가 제3국에 할당한 특별 승인 숫자에 제한받지 않고 영국과 유럽을 오갈 수 있다.

접근권 보장 자유무역협정(FTA) 합의...통관·검역절차 적용 일부 혼란 불가피


▲ 브렉시트 후 미래관계협상 타결로 EU-영국 간 내년 1월부터 바뀌는 것들. [그래픽= 연합뉴스]

무역협정 중에서도 상품 교역은 미래관계 협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EU가 캐나다와 일본 등 기존에 다른 선진국과 체결한 어떤 무역협정보다도 영국과의 협정에서 단일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측 간 무관세 교역이 이뤄져야 하고, 무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의 수량에도 별도의 제한이 없는, 즉 무쿼터가 계속돼야 한다는 당초 목표가 결국 이번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하에 있었던 그동안과 비교하면 달라지는 점도 있다.

우선 내년 1월 1일부터는 양측 간 교역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세워진다. 상품 이동에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적용되는 만큼 지금과 비교하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와 영국 간 무역협상에서 막판까지 장애물로 남아있던 어업 문제에서는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 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삭감하기로 했다.

또 EU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단 3년에 걸쳐 60% 혹은 80%까지 줄이는 방안을 주장했었다. 현재 EU 어선들이 영국 수역에서 매년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6억5천만 유로(약 8750억원) 규모다.

환경·사회·노동 기준 등 공정경쟁환경 최소한 수준 유지 합의

미래관계 협상에서 막판까지 이견을 보인 쟁점 중 하나였던 공정경쟁환경은 양측이 환경과 사회, 노동 기준과 관련해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공정경쟁환경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4년 뒤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브렉시트 이후에 노동권 등의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 ‘재균형 메커니즘(rebalancing mechanism)’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타협안에는 독립 중재 절차가 포함되며, 불이익을 당한 측에서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다.

합의안은 또한, 영국이 독자적인 보조금 체제를 수립하고, 국내 기구를 통해 이것이 무역을 왜곡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는 EU가 기존 입장을 상당 부분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측은 국가보조금과 관련한 공통의 법적 구속력 있는 원칙을 세웠다. 영국은 자국의 보조금 체제가 이같은 원칙을 존중하도록 해야 하며, 이 원칙은 양측 법원에서 집행가능하고 불법 보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EU는 그동안 영국이 EU 규제 체계에서 벗어난 뒤에도 조세와 국가보조금, 환경 및 노동권 등과 관련해 공정경쟁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EU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해 불공정한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새 분쟁해결기구 설립 합의...경찰·사법당국 간 협력은 유지

역시 협상 마지막까지 쟁점 중 하나였던 분쟁해결 구조는 새로운 분쟁해결기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에서 동수의 대표가 참가하며, 독립적인 중재자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한쪽에서 무역이 왜곡됐다고 생각하면 협의 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재 패널이 30일 이내 만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이 기구의 중재를 거쳐야 한다.

양측은 만약 이같은 조치가 추후 잘못됐거나 지나친 것으로 여겨지면 손해를 본 측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EU는 영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EU 기준에서 벗어나 경쟁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무역협정이나 합의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우선, 양측 경찰과 사법 당국 간 협력 하에 영국과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와 유럽경찰청(유로폴·Europol) 간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영국은 실종이나 도난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의 솅겐정보시스템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 '승객 명단 기록'(Passenger Name Records)을 통해 항공기나 여객선으로 이동하는 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유럽 체포영장 시스템에서는 제외된다.

금융서비스 별도 협정 필요...주식 등 핵심 분야 불확실성 관측도

상품과 달리 서비스, 특히 영국이 강점을 가진 금융서비스는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금융서비스에 관한 별도 규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서비스와 관련해서 한 국가에서 승인을 받으면 EU 회원국을 상대로 자유롭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금융 패스포트' 방식은 앞으로 불가능해진다.

대신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는 규제동등성 평가에 따르게 된다. EU가 비회원국의 금융규제 및 금융감독 실효성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정하면, 비회원국의 금융회사도 개별 EU 회원국의 별도 인가없이 영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부 규제의 경우 EU의 동등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합의안에는 이와 관련한 EU의 새로운 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금융서비스 핵심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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