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① 특고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

오혜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8-24 09: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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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노동자의 산재 보상 확대

올해 7월 1일부터 ‘특고’라고 불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보상이 확대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노동자)란 주로 특정한 1인의 사업주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지만, 전통적인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 등의 계약을 맺고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위치에서 일하는 자이다.

현재까지 골프장캐디,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이 대표적인 특고 노동자로 인정되어왔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원칙상 적용 범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한정되어 있다. 

 

▲ 올해 7월 1일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의 산재 보상이 확대됐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0%에 달하는 특고 노동자의 규모는 앞으로 플랫폼 노동의 확대와 함께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 Pixabay]

하지만 특고 노동자 역시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고, 이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이 있다. 이에 산재보험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두고 9개 직종에 한해 법에 의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기존 9개 직종에 더하여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화물차주 등 5개 직종이 추가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을 하다 다치더라도 치료비 등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특고 노동자의 부담이 조금은 덜어졌다.

◆ 보상보다 우선되어야 할 안전

특고 노동자에 대한 산재 ‘보상’을 법으로 규정한 점을 고려해보면, 그 전제가 되는 산재 ‘예방’을 위한 조치도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재해 이후의 보상보다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고민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은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규정을 신설하였다. 다만, 법을 적용받는 특고 노동자의 범위는 산재보험법과 동일하게 특고 노동자 9개 직종에 한정된다.

고용노동부가 추산한 전체 특고 노동자 규모는 약 166만 명에서 221만 명에 달한다. 그 중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하는 특고 노동자 9개 직종의 규모는 약 49만 명이다. 최소 70%의 특고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번에 산재보험법에서 새로이 특고 노동자 범위에 포함한 에어콘 설치기사, 인터넷 설치기사, 화물차주는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직종으로 이전부터 산재 보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기존 9개 직종에 해당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 주체가 공백 상태에 있다. 보상의 문제보다 앞서는 안전에 대한 논의도 빠르게 이루어져 산업안전보건법에도 특고 직종이 추가 적용되길 바란다.

◆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하여

고용형태가 다변화될수록 모든 고용 관계를 법으로 포섭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옳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한 것도 이러한 뜻일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9개 직종 특고 노동자 외에 최근 산재 발생률이 높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따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에서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적용 규정이 있지 않아 두 법률 간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보상보험법이 신규로 지정한 특고 노동자 5개 직종에 대한 적용을 비롯하여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 그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특히 ‘예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어느 법보다 선제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예외적 조항을 통해 개별 직종을 추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0%에 달하는 특고 노동자의 규모는 앞으로 플랫폼 노동의 확대와 함께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제는 기존 노동관계법령에서 사용해오던 근로자, 사용자 개념에서 벗어나 ‘노무를 제공하는 자’, ‘노무를 제공받는 자’라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새로운 개념과 범위를 촘촘히 정립해가야 할 때이다.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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