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⑦ 한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시나브로'와 '동서남북'

김형진PD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5 16: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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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 일곱 번째 순서로 한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동서남북(NEWS)'과 '시나브로'를 추억한다. 동서남북의 멤버는 박호준(기타), 이태열(베이스), 김득권(드럼), 이동훈(오르간), 김준응(보컬), 김광민(신디사이저)이고, 시나브로의 멤버는 안지홍(기타) 문관철(보컬), 이훈석(베이스), 권영국(드럼), 김광민(신디사이저)이다.

당구 고수들은 4구를 안 치고 3구(스리쿠션)을 친다. 그 이유는 공 두 개를 또박또박 맞히는 게임 4구는 밋밋해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공 두 개를 스리쿠션으로 맞히는 걸 보는 게 훨씬 흥미진진하다.

이처럼 당구의 4구가 대중가요라면 고난이도 세 번의 쿠션으로 공을 맞히는 스리쿠션 3구가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다.

통속적인 노래가사, 예상되는 멜로디 전개의 대중가요보다 진보적인 음악인 프로그레시브 록을 연주한 한국의 스쿨밴드 ‘시나브로’가 1981년 5월 KBS에서 주최한 국풍81에 처음 등장한다.

▲ '시나브로'의 국풍81 참가곡 ‘을지문덕’ 유튜브 영상. 

대학동문들(활주로, 블랙테트라, 샌드 페블즈 등), 고등학교 동문들(휘버스 등)로 구성되는 스쿨밴드와 달리, 시나브로는 고려대 안지홍(기타), 경희대 문관철(보컬) 그리고 명지대 김광민(신디사이저) 등 그 당시, 대학가에서 한 음악한다는 무림의 고수들이 모인 대학연합 밴드였다.
 

국풍81의 시나브로 참가곡 ‘을지문덕’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이야기하는 노래가사로 문관철이 을지문덕 장군의 힘찬 기개를 부드러운 고음처리로 불렀고, 안지홍의 정교한 기타 리프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신디사이저로 김광민이 응답하듯 두 악기가 맞물려 발산하는 사운드는 압권이었다.

 

그 당시 노래들이 주로 사랑, 이별을 소재로 했는데 시나브로의 ‘을지문덕’은 신화, 전설 이야기를 가사로 만들어낸 앞서나가는 노래였다.

 
1981년까지 대학생 스쿨밴드뿐만 아니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같은 밴드도 이런 풍의 노래를 선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국풍81을 보려고 여의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시나브로 밴드의 심오한 연주를 이해하지 못했고 심사위원들은 이들에게 그저 ‘연주상’을 줄 뿐이었다.

대학가요제 심사에서 채점점수가 가장 높은 항목은 참신성과 창의성인데도 대학생다운 패기가 전혀없는 기성가요의 판박이 노래 ‘바람이려오’에 대상을 안겨준다.

80년 5월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으로 만들어진 행사 국풍81에서는 ‘바람이려오’ 같은 노래가 필요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유행가로 대학생들도 현 정권에 적극 동조한다는 홍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훗날 ‘잊혀진 계절’을 히트시킨 이용이다.

그러나 시나브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를 한층 더 강화시킨 프로그레시브 노래 '안개'로 그해 가을, 제 5회 MBC 대학가요제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 '시나브로'의 '안개' 유튜브 영상. 

“그림자 거두고 깊은 숨을 쉬었네
아침 다시는 미련이 없던 것처럼 쌓이더니
짙게 물든 하늘 오늘 처음 보았네
당신 다시는 믿지를 못할 것처럼
되묻더니 되묻더니
걸음 나서며 둘러 보아도
어디에 내 모습이 있단 말인가 “

- ‘안개’ 노래 가사 中에서 -

철학적 가사에 강렬한 비트의 노래임에도 발성 좋은 문관철의 감정표현이 노래를 슬프게 만들고, 간주에서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제프 벡의 재즈록을 방불케하는 기타 애드립을 안지홍이 선보인다.

여기에 4살부터 피아노를 쳐서 ‘피아노 신동’ 소리를 듣던 김광민이 안개 자욱한 느낌을 신디사이저 키보드로 사이키델릭하게 사운드 메이킹을 했다.

이 놀라운 노래는 ‘동상’ 수상에 그치고 대상은 한양대학교 학생 정오차가 부른 ‘바윗돌’이 차지한다.

규격화되어버린 대학가요 노래풍 ‘바윗돌’은 아이러니하게 뒤늦게 전라도 광주출신 정오차가 신문 인터뷰에서 “80년 5월 광주에서 사망한 내 고등학교 동창을 추모하며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바람에 바윗돌은 그 다음날 바로 금지곡이 되어버렸다.

스쿨밴드 시나브로는 이처럼 프로그레시브 록을 표방했지만 가요계의 주목은커녕 아무도 그들의 진가를 몰라줬다.

시나브로의 키보디스트 김광민은 이 밴드에 합류하기 전, ‘동서남북’이라는 밴드의 멤버였는데  ‘그대로 그렇게’ 노래를 부른 휘버스가 발표한 독집앨범에 실린 대곡 ‘산’에서 절제된 기타리프를 보여줬던 박호준이 주도한 그룹이다.

 

▲ 동서남북 독집앨범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사진= 셀수스협동조합]


원래 그룹명은 NEWS인데 전두환 정권의 한국어 사용 강제정책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바꿔야 했다.

동서남북은 대학가요제에는 참가하지 않고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라는 타이틀명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송골매 1집, 조용필 3집 등 그 당시 레코드판에 찍혀 있는 상투적인 타이틀명에 비하면 가사의 깊이도 있고 음반재킷 디자인도 세련됐다.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 ‘나비’를 대중들이 처음 들은 건, 1981년 초 MBC라디오 ‘음악이 흐르는 밤에’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청취자들은 당구로 치면 스리쿠션 3구를 치는 록음악 마니아들이다. DJ 성시완은 외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만을 틀어줬는데 이 프로그램 첫 방 이후 종방 때까지 딱 두 곡의 한국가요를 소개했다.

그 중에 하나가 동서남북의 ‘나비’다. 

 

▲ 동서남북의 '나비' 유튜브 영상. 


“한국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동서남북의 나비”

DJ 성시완의 멘트가 끝나고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나비’를 듣고 청취자들은 놀라움보다 신기했다.

갓 스무살을 넘긴 대학생들이 노래보다 연주에 비중을 둔 7분 17초짜리 실험적인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반복되는 비장한 신디사이저 코드 진행에 베이스처럼 깔아주는 하몬드 오르간이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기타는 쳐야할 음만 정확하게 끊어치는 핑거링 주법으로 한국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나비’를 탄생시켰다.

이들의 탄생에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 포크가수 양병집이다. 양병집은 우연히 동서남북의 연주를 듣고 이들의 높은 음악성을 간파하고 자비로 동서남북의 음반제작을 했다.

그러나 대중의 철저한 외면 속에 음반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1970년~80년대 외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예스 등)는 20분이 넘는 대곡을 만들어도 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명예와 돈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그나마 동서남북은 후원자(포크가수 양병집)가 있어서 음반을 제작했지만 시나브로는 자신들의 독집음반을 만들지 못했다.

대중적이지 않고 난해한 노래가 담길 음반에 돈을 댈 음반 제작자는 없었고, ‘을지문덕’, ‘안개’ 등 명곡 2개를 남기고 시나브로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시나브로 밴드해체 이후, 보컬을 담당했던 문관철은 음악적 꿈을 버리지 못하고 1987년에 자신의 솔로앨범을 발표한다.

이 음반에 실린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교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노래하는 문관철을 비운의 천재가수라 칭할 수밖에 없다.

문관철이 음반 제작비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김현식, 이문세가 먼저 발표한 ‘비처럼 음악처럼’, ‘그대와 영원히’ 등이 있고, 김장훈이 뒤늦게 리메이크해서 히트시킨 ‘오페라’ 노래가 담겨있다. 

 

특히 ‘오페라’ 는 문관철이 시나브로 시절부터 추구해왔던 프로그레시브한 곡으로 평가받는다.


문관철의 '오페라' 유튜브 영상. 


개척자의 길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섣불리 가지 않은 길, 상업성을 따르면 돈을 벌 수 있는 음악장르를 택하지 않고 '시나브로', '동서남북' 밴드는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대학가요제의 문을 두드렸으나 세상은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글: 셀수스협동조합 김형진 KBS미디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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