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감성적인 발달장애화가 박혜신 작가의 빛이 되어준 어머니 선생님을 만나다

권서영 김병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3 14: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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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권서영 김병숙 기자] 피할 수 없는 재난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삶을 흔들었던 코로나19의 여파는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특히나 발달장애 가정에 더욱 심했음을 특별기획 시리즈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은 한 쪽 창문을 닫으면 다른 쪽 창문을 열어주신다'는 말과 같이, 이번에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삶의 중심을 잡고 있는 박혜신 작가 어머니와의 인터뷰로 희망의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해보고자 한다.

박혜신 작가의 특별함을 만나다

매우 산만하고 모든 면에서 발달이 늦었던 혜신 작가는 어린 시절 원주 몬테소리 선교원에서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게 되었다. 자폐 성향이 강했던 아이를 또래와 분리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인정해주었던 선생님의 지도를 혜신 작가 어머니는 지금도 기억한다.

“선교원에서 선생님께서 책 읽어 주는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혜신이를 기다렸다가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선생님이 아이를 업어서 같이 이야기를 듣게 해주시기까지 했어요. 또 산으로 다닐 때도 아이가 낯선 환경에 놀라고 심하게 울 때면 기다려주고 다른 방법을 찾아서 아주 천천히 경험하게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요.”
 

▲ 원주 몬테크리스토 선교원(왼쪽)과 자연 체험을 하는 어린 박혜신 작가(오른쪽).

 

마침 선교원에는 주 1회 정도 산과 들로 나가서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박혜신 작가의 어린 시절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양계장 체험, 쥐불놀이, 당근 뽑기, 나무 열매 따서 먹어 보기 등의 체험과 산과 들로 다니면서 만났던 나무, 꽃들….

 

이 모든 경험이 후에 혜신 작가의 그림의 밑거름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어느 날 새벽에 자다 일어나보면 혜신이가 베란다에서 깜깜한 창밖을 하염없이 앉아 바라보곤 하던 게 기억나요. 시골이라 밤에는 무척 깜깜했는데 이따금 지나가는 차의 불빛, 컹컹하고 개 짖는 소리를 따라서 움직이는 혜신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럴 때면 "과연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하며 기다려주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그렇게 산만한 아이가 거실에 앉아 작은방으로 비치는 노을을 한참 바라보더니 '와 예쁘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혜신이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는 것을요.”

 

어머니는 혜신 작가의 특별함과 조우했던 그때의 감동을 이렇게 기억했다. 
 

▲ 박혜신 작가의 '바다 사막'과 '노을을 달리다'.

 

박혜신 작가가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미술을 접하게 해주었고 혜신 작가는 아크릴과 여러 도구들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별함을 키워낸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어지다

중학교 시절 만난 전순담 선생님과의 시간은 박혜신 작가의 영적인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가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는 나무껍질 하나, 나뭇잎 하나 모두 만져 보게 하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작업으로 이끌어 주었고, 특히 박혜신 작가에게 끊임없이 넌 특별하고 귀한 존재라는 걸 계속 이야기해주며 그림 작업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전순담 선생님이 미술의 길을 열어주었다면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이데레사 선생님은 박혜신 작가의 감성을 더욱 성장하게 도와줬다.  

 

선생님은 박혜신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했다. 처음 기초적인 데생부터 시작하던 혜신 작가는 꽃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매우 강하고, 사진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잎사귀를 그린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마 원주에서의 체험을 기반으로 자신이 본 자연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이데레사 선생님은 후에 “박혜신 작가는 학원에 그림을 그리러 왔지, 배우러 온 게 아니었다. 나는 혜신이의 눈으로 본 특별한 세계를 구경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라고 회상했다. 
 

▲ 이데레사 선생님(왼쪽)과 박혜신 작가.

 

길을 걷다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 자리에 멈춰 감상하는 신비로운 감성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것일까?

 

마침내 2005년 2월에 박혜신 작가의 첫 전시 ‘내 친구들’이 열렸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그린 작품들로 꾸며진 '내 친구들 전(展)'은 원주에서의 어린 시절 눈에  비친 들풀과 꽃, 산의 길목과 식물 등 그가 수없이 보고 느꼈던 자연과의 추억들이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진 전시였다. 

 

▲ 박혜신 작가의 첫 전시 ‘내 친구들 展' 팸플릿.

 

박혜신 작가는 첫 전시 이후 혜성처럼 주목받으며 초청을 받아 같은 해 미국 달라스와 산 호세 ‘리 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를 이어나갔다.

 

큰 호평을 받은 이 전시에서 박혜신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이 마음 속에 있는 듯한 풍경화를 보여주며 "추상과 구상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기법과 색감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적 그림을 그린다"는 평을 받았다.
 

▲ 박혜신 작가 청와대 초청 사진. 문재인 대통령도 박혜신 작가의 작품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런 활동은 2018년 ‘포용국가·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의 전시로도 이어졌다.

 

청와대 영빈관 2층 복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그림을 감상하고, 제목과 작업 경험담을 나누었다. 그림들은 산과 나무, 개울 같은 우리 자연을 소재로 한 유화 작품들이었다.
 

▲ 박혜신 작가 청와대 초청 사진을 전시한 모습. [출처= 청와대]

 

아이와 동행하며 공부하고 봉사하는 어머니

박혜신 작가의 곁에는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며 많은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어머니의 존재가 있다. 

어머니는 박혜신 작가의 중학 시절부터 서울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양천지부에서 부회장을 맡으면서 협회 내 부모대학 과정을 통해 대학의 특수교육과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적극적으로 자녀의 장애에 대해 공부했다.

어머니는 이론뿐 아니라 장애 아이들을 위한 캠프에 동행하며 봉사하고, 그룹 홈 순회교사 일을 맡으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또한, 박혜신 작가와 함께 외국의 복지 시설 견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자녀의 미래 삶을 준비해 왔다.

 

▲ 온누리교회 발달장애 오케스트라 ‘챔버’.

 

온누리교회 안의 발달장애 오케스트라 ‘챔버’의 부모회장을 맡아 20년 이상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 어머니는 박혜신 작가가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한번도 바라지 않았다.

그림은 그저 박혜신 작가의 감성과 마음을 표현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이길 지금도 바랄 뿐이다.

미국 달라스에서의 한 치유센터 원장님은 박혜신 작가의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클라이언트에게 혜신 작가의 어머니 인터뷰를 과제로 내 주기도 했다고 한다.

발달장애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서 인지적인 터치보다 정서적인 터치가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낳는가에 대한 좋은 샘플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박혜신 작가에 대한 응원은 가족들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어느덧 성인이 된 박혜신 작가는 집에서는 듬직한 딸이다. 집안일에도 적극적이어서 설거지를 하고, 김치를 같이 담그기도 한다.

 

지난 추석에는 가족들과 송편을 만들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직접 나서서 도와주긴 하지만 아직 많이 서툴고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갈 수도 있지만, 가족은 서투른 그 모습을 지지하고 응원해준다.

이러한 가족들의 사랑과 지지는 박혜신 작가의 하루 일과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AM 7:20 : 기상 후 어머니와 성경말씀으로 큐티, 기도
   AM 8:20 : 문화 예대로 출발
   PM 3:20 : 귀가 후 음악 감상, 십자수, 성경 필사, 바이올린 연습
   PM 5:00 : 미술학원
   PM 8:30 : 귀가
   PM 10:00 : 어머니, 동생과 함께 운동 후 취침

 

박혜신 작가의 일과를 보면 얼마나 열심히, 또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실감할 수 있다. 

어머니는 박혜신 작가가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사람을 대하며 살아가게 해달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 박혜신 작가의 '꽃들의 노래'와 '파란 겨울'.

박혜신 작가에 대한 어머니의 소망은 무엇일까?

"지금은 사진을 보고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곤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자연을 보며 스케치하고, 감성을 화폭에 옮기는 것에 더 많은 시도를 하며 새롭게 나아갔으면 해요."  

박혜신 작가의 흔들림 없는 일상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어머니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사진= 박혜신 작가 어머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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