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동맹복원' 선언 바이든, 취임 첫날 17건 행정명령 서명 "트럼프 뒤집기"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1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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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이민·국경...코로나19 대응·인종평등 역점과제
트럼프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 복귀 지시
제46대 美대통령 취임..."통합 없이는 평화 없다"
'미국우선주의' 폐기하고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 주력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당일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국제사회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사실을 알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20일 오후 취임식을 끝내고 곧바로 백악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15건의 행정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모두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없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 기자들에게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싸우고, 인종 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다른 소외된 공동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을 앞에 두고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날 서명은 ‘트럼프 지우기’의 시작을 알렸다. 서명 문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점 과제를 뒤집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면적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했고,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허가도 철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의 중단을 지시하는 행정 조처도 발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편을 든다며 WHO 탈퇴를 공식화했지만 이 조치의 무효화에 나선 것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일부 이슬람국가의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미국 남부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선포된 비상사태 효력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에도 사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한 7개 국가의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극심한 논란을 불러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 남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 건설자금을 전용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비상사태 선포도 철회하는 명령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체류 중인 미성년자와 청년에게 취업 허가를 내주고 추방을 유예해주는 제도인 '다카'(DACA·다카)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한 정책들을 취임 첫날에 줄줄이 뒤집은 것이다. 이는 트럼프 시대와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인종차별 완화를 목표로 한 행정 조치에도 서명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후인 2021년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과정과 이후에도 누차 강조했던 역점 과제인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앞으로 100일간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면서 연방건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연방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세입자 보호를 위해 퇴거 조치 유예와 연방 학자금 대출 이자 유예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사인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설립한 '1776 위원회'를 폐지하는 명령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76 위원회’ 폐지가 친미국적 교육과정이라며 추진했지만, 미국사에서 인종차별주의의 상처를 지우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 측이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가 결정된 직후 취임 초기 취할 행정 조치의 검토를 시작했고, 12월에 초안을 잡았다고 전했다.

 

▲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 주요발언. [그래픽= 연합뉴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바이든 시대'의 막을 올렸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정치인이 세 번째 도전 끝에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이다.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도 썼다. 

노선과 정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바이든은 전임 행정부와 철저한 단절 속에 새로운 리더십을 공언하며 국제사회 질서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이를 반영해 취임선서 후 이어진 취임연설은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통합 없이는 어떤 평화도 없다"며 산적한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합할 것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모든 영혼은 미국을 다시 합치고 통합시키는 데 있다”며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에 관한 미국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리허설을 마친 팝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가운데ㆍ35)가 남자친구 마이클 폴란스키의 손을 잡고 연방의회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가를 불렀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날 취임식에서는 국가를 부르러 나온 팝스타 레이디가가와, 축하공연을 위해 나온 가수 제니퍼 로페즈와 가스 브룩스도 평화와 화합을 호소하며 취임식 분위기를 달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와 국내 테러리즘들과 맞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 현안에 미국이 적극 관여하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후 사실상 파괴됐던 우방국들과의 ‘동맹’ 복원에 힘을 주었다.

바이든은 “단지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평화와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우리의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 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성조기와 56개 주·자치령의 깃발 19만1천500개가 빼곡히 꽂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을 대신해 설치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날 취임식은 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의회 인사 등 1천 명 정도의 참석자가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해 전례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취임식에도 트럼프는 현장에 없었다. 152년만에 전임자가 없는 취임식이었다. 이미 아침 일찍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 대신 부통령이던 마이크 펜스가 취임식을 지켰다.

취임식은 예전에 비해 간소하게 치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됐음을 확인하는 군 사열이 간략하게 진행된 후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대한 헌화가 이어졌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주먹을 부딪혀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참배에는 오바마·부시·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동행했다.

2주 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 등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짓밟힌 상황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와 단합을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이 힘을 보탠 것이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비스트'로 불리는 전용차량을 타고 대통령을 위한 호위를 받으며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에 있는 델라웨어대와 해리스 부통령이 나온 하워드대 악대 등이 앞장서며 '바이든 시대'의 개막을 축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 차량엔 '46'이라고 적힌 번호판이 붙었다. 46대 대통령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퍼레이드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백악관 인근 재무부 청사 앞에서 멈춰 선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가족은 이곳에서부터 백악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취임식을 치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아내 질 여사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 백악관 앞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엄격한 출입통제 속에 거리에는 퍼레이드를 반길 수 있는 인파는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웃음 띤 얼굴로 여러 차례 손을 흔들며 TV로 취임식을 보고 있을 국민에게 인사했다.

이후 바이든은 50년에 이르는 정치인생에서 꿈꿔온 백악관에 입성했다. 오후 3시49분이었다. 


백악관은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8년간 친숙했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대통령으로서 발을 들인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없었다. 하지만 워싱턴DC에서는 주한미군 병력 규모에 맞먹는 2만5천명의 주방위군이 동원돼 출입이 제한되는 '그린존'과 '레드존'까지 설정하며 삼엄한 경계를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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