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하원서 재임중 2번 탄핵 최초 불명예 "공화당 이탈표 10명"...상원도 넘을까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4 11:06:32
  • -
  • +
  • 인쇄
의회난동 사태 '내란선동' 혐의 탄핵소추안 가결...민주당 전원 찬성표
공화 지도부, 당론 안 정해 사실상 '자유투표'…서열 3위도 찬성 대열
상원 빨라도 20일 심리 시작할듯…3분의 1 반란표 나와야 탄핵 가능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하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중 두 번에 걸쳐 탄핵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하원은 13일(현지시간) 5명의 사망자를 낸 시위대의 의회 난입사태 선동 책임을 물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절반을 훌쩍 넘긴 232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197명이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정확히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하원에서 두 번의 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3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장 내 의장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이번 하원 탄핵소추안 가결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4번의 미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 중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지금까지 하원에서 탄핵당한 미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1868년)과 빌 클린턴(1998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다.

이날 탄핵안에 대한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222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97명 중에서도 10명이 탄핵소추에 찬성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무난한 가결이 예상됐지만,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 대열에 합류하며 더욱 힘을 받았다. 공화당 의원 4명은 투표하지 않았다.

미국 하원은 현재 전체 435석 중 민주당이 222석, 공화당이 211석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하원 탄핵 당시에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단일대오를 유지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하지만 상원의 기각으로 대통령직 수행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13일(현지시간) 밤 하원에서 가결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하원 표결에서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특히, 공화당 하원 서열 3위로 당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 의원이 찬성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의원의 찬성표는 당 지도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반대표를 던지긴 했지만, 공화당 서열 1위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도 당론을 정하지 않고 사실상 의원들의 자유 의지에 맡겨 당 지도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종적인 탄핵 여부는 이후 이어질 상원의 심리와 표결 결과를 통해 결정된다.

하원은 탄핵소추안에서 지난 6일 지지자들에 의한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 앞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선동해 자극받은 군중이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괴하고 법집행 당국자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하원은 탄핵안 가결에 앞서, 전날 민주당 주도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통과시켰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5조 발동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백악관 계정 트위터에 5분 분량의 영상을 올려 의사당 폭력 사태를 다시 한번 비난하면서 사건 연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권력 이양 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사용하라고 연방 기관에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자신의 하원 탄핵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트럼프 탄핵' 남은 절차. [그래픽= 연합뉴스]

앞으로 상원은 바통을 넘겨받아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심리한다. 결국 최종적인 탄핵 여부는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이 얼마나 트럼프 대통령에 반란표를 던지느냐다.

상원에서는 하원보다 훨씬 가결 정족수가 높아 실제 탄핵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3분 2가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명의 의원 중 현재 공화당이 51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48석, 공석 1석이다.

최근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온 만큼 이들에 대한 취임이 이뤄지면 양 진영은 50석씩 양분하게 된다.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반란표가 나와야 트럼프가 최종 탄핵당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언제 상원에 넘길지도 관심이다. 하원은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이관하는 한편 상원의 심리를 담당할 탄핵소추위원을 지정해야 한다.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탄핵소추안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상원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신속한 처리를 위해 최대한 빨리 긴급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 상원 심리를 진행해 탄핵 여부에 대한 결론까지 내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권력이양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에 상원이 결론 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안이 상원에 제출되면 법적 논쟁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앞서 매코널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상원을 소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무리 빨라도 20일에야 탄핵안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임기를 출발하게 된다.

민주당도 당장 상원으로 소추안을 넘기기엔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탄핵 정국이 계속 유지되면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가 묻힐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취임 100일 후에 상원으로 넘기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퇴임한 대통령을 둔 탄핵안 처리에 대한 적법성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1876년 율리시스 그랜트 행정부 당시 윌리엄 벨크냅 국방장관이 사임 후 탄핵당한 전례를 들며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임 후 탄핵이 이뤄진다면 상원에서의 가결 여부를 떠나 연방대법원이 그 적법성을 판단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논란은 퇴임 후에도 상당기간 미국 정계를 뒤흔들 전망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