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IPEF 출범] 한국·아세안 7개국 등 13개국 동참...중국 반발·이해조정 등 과제 '산적' (종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4 12: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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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도쿄서 바이든 주재로 출범 행사…일본·인도·호주 외 아세안도 7개국 동참
세계 GDP 40% 차지·중국 주도 RCEP 능가...미중 경제주도권 전방위 각축
관세인하 등 ‘당근책’ 빠져 결속력 한계 지적…중국 반발 속 대만 불포함도 논란
윤 대통령 화상으로 정상회의 참석 “책임다하겠다”...‘안미경중’ 폐기 본격화 평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23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13개국이 참여하는 ‘번영을 위한 IPEF’ 출범 행사를 주재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IPEF를 제안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13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일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대면으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정상급 인사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일본, 인도 뉴질랜드에 이어 5번째로 발언하며 미일 정상과도 화상으로 인사를 나눴다.

13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IPEF가 경제의 회복, 지속성, 포용, 경제성장, 공정, 경쟁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라며 “역내 협력과 안정, 번영, 발전, 평화 기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인도·태평양의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는 데 대해 미국이 내놓은 ‘맞불’ 성격이 짙은 다자 경제협력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후 이 지역을 포괄할 경제협정이 없는 상태다. 이에 의회 등에선 미국이 경제를 고리로 관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국은 다음달 중순까지 국가별로 4개 의제 중 참가를 희망하는 분야를 파악하고 12∼18개월 내에 실질적 합의를 만들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경제협력체 비교.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은 앞으로 분야별 표준 설정이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중국의 통상·경제 관행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 출범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중국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당초 예상보다 많은 참여국이 이름을 올리면서 공식출범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에 더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중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이 참여하면서 ‘숫자 13’을 의미하는 이른바 ‘베이커스 더즌(Baker's dozen)'이 됐다고 미국 정부는 자평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아세안에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3개국을 제외한 7개국이 IPEF 출범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나름대로 성과로 여겨진다. 미국은 IPEF의 공식 출범 일정을 저울질하면서 막판까지 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물밑 설득 작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IPEF 참여국들의 경제적 비중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능가한다는 점도 일단은 성공적인 출발로 평가되고 있다.

RCEP 참여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8%인 반면 IPEF에 참여하는 국가의 GDP 비중은 전 세계의 40.9%에 해당한다. 다만 참여국 수는 RCEP가 2개국 더 많다.

이날 대면과 화상을 겸해 진행된 출범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크게 투자하고 있고, 긴 여정에 전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과 번영을 목표로 제시하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미국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화상으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IPEF가 “역내 국가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약 3분간의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IPEF를 “역내 국가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 걸음”,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뜻깊은 자리” 등으로 설명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공급망 강화와 디지털 전환, 청정 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의 협력에 힘쓰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인 IPEF 출범을 알리는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실상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의 폐기 본격화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미경중’은 그간 한국 외교의 전략적 지향점이었던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함께한다’는 뜻으로 미중 패권경쟁 시대 속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대변해왔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IPEF는 기존 FTA와 달리 팬데믹 이후 부각되는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新) 통상의제를 핵심이슈로 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통상플랫폼이다.

IPEF는 명칭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RCEP과 같은 ’협정’(agreement)이 아니라 규범의 틀을 의미하는 ‘프레임워크(framework)’로 돼 있다. 일단 구속력이 약한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만큼 IPEF는 기존의 일반적 무역 협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 분야가 빠졌다.

공정 무역과 공급망, 클린 에너지, 과세·반부패 등 4개 과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기업이나 IPEF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모호해 강한 결속력을 유지하는 문제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외형적으로는 중국 인근의 주요 국가가 동참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이른바 대중(對中) 포위 전략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여타의 통상 조약에 비해 구속력이 떨어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인 통상 협상은 참여국 간 분야별 관세 인하 조치 등을 통해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규정을 포함하지만, IPEF는 관련 조항이 없어 경제적인 이득을 계량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IPEF는 법적 구속력이 모호하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IPEF 출범을 “분열 책동”이라면서 비판하는 중국의 반발도 앞으로 IPEF가 성공적으로 순항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한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떠한 군사 집단과 진영 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느슨하게 출범하면서 아세안에서 7개국이 동참했으나 IPEF 결속력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반발 강도가 높아지면서 참여국들의 중국 눈치 보기가 심화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서 참여국 대부분이 중국을 제1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지역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해 IPEF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작음에도 미국이 IPEF를 '열린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을 유인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 등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앞으로 IPEF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와 함께 사실상 대중국 견제가 목표이면서도 대만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긴장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측면으로 분석되지만, 대만의 미참여로 미국 입장에서는 IPEF 출범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상·하원 일부 의원들은 미국 정부에 대만을 IPEF에 참여시킬 것을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IPEF 출범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탈탄소 등 인태지역 통상규범 논의에 룰메이커(rule maker)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IPEF 참여는 우리 기업들에게 공급망 안정화와 다변화,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 기회 확대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핵심품목에 대한 공급망 협력,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통한 공급망 위기 대응 등 정부 간, 기업 간 역내 공급망 협력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신기술(AI, 양자컴퓨터 등), 산업의 탈탄소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민관 협력이 확대되고, 이와 관련된 기술표준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이 동참함으로써 인프라 투자, 역량강화 등 공동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인태지역 진출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향후 진행될 IPEF 논의에서 우리의 관심사항과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날 IPF 출범 정상 행사 직후엔 참여국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번 장관회의에는 IPEF 출범에 참여한 13개국 장관들이 참석해 IPEF 출범 이후 진행될 협의 절차 등 향후 논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우리 측에서는 산업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번 장관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IPEF가 개방적이면서도 포용적인 역내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안 본부장은 “전 세계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 기후위기, 급속한 디지털 전환 등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IPEF의 출범은 매우 시의 적절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안 본부장은 특히, “IPEF가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이슈를 다루는 만큼 기존의 틀을 넘어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을 바탕으로 참여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향후 논의를 속도감있게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차기 장관회의는 다음달 중 개최될 예정이며, 세부의제별 협의 등을 통해 모멘텀을 이어갈 예정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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