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재정여건 감안해 고민하고 검토"...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 속도 내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2 13: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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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가보지 않은 길…가능한 한 도움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
"재정은 위기상황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냐" 지적도
정 총리 “제도화 검토할 때…자영업자 희생 계속 강요 못해" 지시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의 공식적인 법제화 지시에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22일 페이스북 에 올린 글에서 ”깊이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의 영업제한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간, 당정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지만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하여 재정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22일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 BIG3추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홍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손실보상 제도화를 꺼낸 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해외에선 법제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이에 정 총리가 기재부에 제도화 검토를 공식 지시한 뒤 처음으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손실보상 법제화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김 차관의 발언 이후 일어난 논란에 대한 일종의 '수습' 수순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홍 부총리는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 이미 몇몇 의원이 입법 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해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지, 외국의 벤치마킹할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면 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 가능한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소명이 아닐 수 없다"고 상기했다.

▲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깊이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홍남기 페이스북 캡처]

홍 부총리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 기재부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재차 설명한 뒤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한 재정 당국의 어려움으로 재정 부담 문제를 수치까지 제시하며 비교적 상세히 짚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정이 국가적 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여건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며 “적자국채 발행이 지난 해 약 104조원, 올해 약 93.5조원,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작년 초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선을 넘느냐 여부가 관심이었으나 내년에는 50%선을 넘기게 될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재부가 국가채무 절대규모 수준보다는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강조해서 말씀드린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고 나중을 위해 가능하다면 재정여력을 조금이라도 축적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국가재정이 제 때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국가재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쓰여지도록 하는 것 등 나라 곳간지기 역할은 기획재정부의 권리, 권한이 아니라 국민께서 요청하시는 준엄한 의무, 소명이라는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좌표로 삼겠다“고 글을 맺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정 총리는 전날(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며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개선을 공개 지시했다.

정 총리는 “이미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방역조치로 인한 영업 손실을 보상·지원하는 법안들을 발의해줬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함께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개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방역을 위해 수시로 영업을 금지·제한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계속해서 강요할 수는 없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고 전하고,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앞으로 이와 유사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뤘다며 직접 의지를 밝힌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기재부가 부정적 기류를 보이자 직접 제동을 건 것이었다.

정 총리는 그제(20일) 손실보상제 법제화 방침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며 우회적 반대 의사를 밝히자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당시 김 차관의 발언을 보고받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 총리는 이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김 차관을 겨냥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며 질타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기재부 때리기'는 지난 4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기재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뿐 아니라 집권 후반기 공직 기강 다잡기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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