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안 부결] 척 슈머 "美 45대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끔찍한 유산을 기억하라"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4 14: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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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반대표 던진 공화당 의원에 “비겁하다”
미치 매코넬 “트럼프, 실질적이고 도덕적으로 책임있다”
데이비드 액셀로드 “이것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안 부결은 현재 미국 정치의 한계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탄핵안은 미국 상원에서 3분의 2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부결돼 트럼프는 법적으로 ‘무죄’를 확인받았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며 즉각 메시지를 날렸다.

이번 탄핵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19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이듬해 2월 상원에서 부결된 이후 두 번째다.
 

▲ 미국 주방위군 대원들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3일차 탄핵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워싱턴DC 의사당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상원은 13일(현지시간) 탄핵안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AP= 연합뉴스]

이번 탄핵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달 6일 백악관 앞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상태다. 그런 만큼 공화당으로부터 17표의 이탈표가 필요했지만 결국 10표가 부족했다.대부분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무죄 평결 표결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옳은지에 대한 합헌성 논쟁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트럼프의 내란선동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을 피해갔다.

CNN방송,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결에 표를 던진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투표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그날의 사견을 도발한 데 대해 실질적이고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practically and morally responsible)”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무혐의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 2019년 1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회의사당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떠나기 전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 펜스 전 부통령 등과 함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습. [AP= 연합뉴스]

공화당의 벽에 막혀 상원에서 트럼프의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우리가 오늘 상원에서 본 것은 직업을 지키는 게 두려워 선택권이 없는 비겁한 공화당원들(a cowardly group of Republicans)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 후 발언에서 비록 트럼프에게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트럼프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이었다고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사까지 소환하여 논리적으로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3일차 탄핵 심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슈머 대표는 “전 대통령은 평화적 정권이양을 폭력적으로 막고, 국민의 뜻을 저버리며, 불법적으로 대통령을 집권시키기 위해 선동하고 지휘하고 폭도들을 동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향해 행진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1월 6일 워싱턴으로 오라고 애원하지 않았다면, 선거가 도둑맞았고 조국이 빼앗겼다고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았다면,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월 6일은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슈머 대표는 “1월 6일은 미국 역사에서 불명예스러운 날로 남을 것이다. 트럼프의 유죄판결 실패는 미국 상원 역사상 불명예의 표결로 남을 것이다”며 “43명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를 선택했다. 그것은 오늘 그들의 양심에 무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에 그들의 양심에 무게가 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사실이 슬프고, 그 결정만큼이나 비난받을 만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유죄 판결에 대한 표결이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재판 중 가장 크고 가장 초당적인 투표였다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며 “옳은 일을 한 공화당 애국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2차 탄핵심판이 시작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상원 본회의장에서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의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슈머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선거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정부에 반대하는 폭도를 선동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정치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된다면,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오픈 시즌(open season·사냥 허기기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곤봉, 가장 날카로운 창, 가장 강력한 총을 손아귀에 쥔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될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극악무도한 트럼프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위험을 감수했을 뿐만 아니라 방금 우리에게 닥친 것과 같은 위험을 잠재적으로 초대했다”고 주장했다.

슈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사당) 공격 후 6시간 만에 지지자들에게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하라"(remember this day forever)고 말했다"며 ”나는 미국인들에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부탁한다. 그날을 영원히 기억하라. 그러나 전 대통령이 의도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파멸로 치닫게 되는지를 기억하라“는 뜻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나의 동료 미국인들이여. 그날, 1월 6일을 영원히 기억해달라.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끔찍한 유산(final, terrible legacy)이며 의심할 여지없이 최악의 유산(our worst)이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역대 미 대통령 탄핵 사례. [그래픽= 연합뉴스]

슈머 대표는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의 날’이 기리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사를 상기했다. 그 고별사는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의미보다 “대통령직에 대한 권리를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것은 국민들의 것임을 영원히 설정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과는 정반대로 “나라 전체 앞에 한 사람, 그 자신을 놓으려했다"(sought to place one man before the entire country-himself)고 비판했다.

슈머 대표는 전직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같은 논리라면 “탄핵 당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통령이 간단히 사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는 대통령을 탄핵에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민을 감옥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11일(현지시간) 상원의 탄핵 심리가 일시 정회에 들어가자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만 공화당에서 7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의 시니어 정치 코멘테이터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이것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었다’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이번 투표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이번 표결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탄핵심판에서 유죄판결을 면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배심원들(jurors)'은 결국 정치인들이었다”며 “50 대 50의 상원에서는 67표라는 헌법상의 기준을 결코 달성할 수 없었다. 극심하게 양극화된 시대에는 안된다”며 애당초 상원에서의 탄핵안 통과가 불가능했다고 봤다.

이어 “처음부터 마지막 장(결과)이 알려졌더라도 트럼프의 뻔뻔한 행동(brazen acts)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필수적(essential)이었다”며 표결의 의미를 상기했다.

액셀로드는 또 “토요일에 유죄판결을 면함으로써, 트럼프는 향후 공직에 대한 공식적인 자격의 박탈은 피했다. 그러나 이 재판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것으로 대다수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그를 실격시킬 것(will disqualify)이다"라며 ”그는 오늘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탄색심판로 도널드 트럼프가 ‘역사의 평결(the verdict of history)'을 면하지 못할 것임은 분명히 했다“고 끝을 맺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마이클 반 데르 빈과 브루스 캐스터가 13일(현지시간) 상원이 트럼프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심판 표결에서 탄핵안을 부결한 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표결 직후 낸 성명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greatest witch-hunt in the history of our country)의 또 하나의 국면"이었다며 "어떤 대통령도 결코 이같은 것을 거쳐 간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우리가 경외하는 헌법과 우리나라의 심장에 있는 신성한 법적 원칙을 위해 자랑스럽게 서있다”며 자신을 변론해준 변호사와, 자신을 지지해준 하원과 상원의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민주당의 탄핵 주장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은 폭력을 선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탄핵은 그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마녀 사냥(witch-hunt)'에 불과하다고 반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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