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저작권법 내 퍼블리시티권 도입을 반대하며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10-03 14: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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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14년만에 저작권법 내 퍼블리시티권 도입은 저작권법체계상 절대로 반영되어서는 안 되는 규정이다. 


내 초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에 저작물의 권리자라고 주장할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을 심어주는 것은, 그동안 초상 등이 추구해온 인격적 권리와 나날이 자본주의가 더 심화되는 사회에서 사람을 더욱 재산적 객체의 상업적 이용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인문학적 가치에서도 금지되어야 한다.

때에 따라 초상이 영리적으로 고객 흡인력을 가지고 올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부당이득에 편승한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지 인격이 아니라 아예 재산적 가치로서의 초상을 조명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사진= Pixabay]

퍼블리시티권은 미국의 판례법 또는 성문법상 형성, 발전되어 온 것으로서 초상,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원을 보면 명예훼손에서 프라이버시권으로 이어지고 퍼블리시티권으로 이론이 전개되어 왔다.

1890년 하버드 로스쿨 출신 워렌과 브랜다이스 교수가 ‘혼자 있을 권리(right to let alone)’의 프라이버시권을 이론화하여 사회적 평판을 침해하는 명예훼손 법리와 구별시켰고, 이어 1960년 프로서 교수가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사생활의 침해(intrusion), 개인적인 일의 공개 내지 무단 공표(public disclosure of private facts), 오해를 낳게 하는 표현(false light in the public eye), 성명이나 초상의 영리적 이용(appropriation) 네 가지로 유형화한 뒤 맨 마지막의 성명이나 초상의 영리적 이용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도출하였던 것이다.

인간대포 서커스맨인 ‘휴고 자치니’가 인간대포 발사 전 과정을 자신의 허락없이 촬영한 오하이오 TV방송사 ‘스크립 하워드’ 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Zacchini v. Scripps-Howard Broadcasting Co., 433 U.S. 562)의 판결에서, 1977년 미 연방대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이 재산권이라는 것을 판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조차 저작권법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명예훼손에서 발전한 퍼블리시티권 논의를 미국에서 이끌어내기 이전에, 독일은 이미 1955년에 라렌쯔의 논문 등에서 인격권은 인격 그 자체에 대한 처분권을 포함하는 지배권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직접적인 보호법익으로 하는 권능들의 총체로 이해하려는 견해로서 민법에서 안착되었다.

어디까지나 인격권은 권리주체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이익 및 권능이며, 인격권은 법률상 부여된 힘이 그 주체와 구별되는 외부세계의 재화를 향해 있는 물권이나 무체재산권(정신적 ·지능적 창조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이렇게 구별된 인격권이 독일에서는 개별적 인격권과 일반적 인격권으로 구별하였는데 이것은 독일 민법의 아버지들이 포괄적인 인격권의 도입을 거부하면서 인격권으로는 제12조에 성명권에 관한 규정만을 둔 것에서 비롯되었다.

독일 민법 불법행위법의 기본조항인 제823조 제1항에서 피침해법익으로 생명, 신체, 건강, 자유라는 인격적 법익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자기 결정의 요소를 내포한 권리가 아니라 법익으로서 소극적으로 보호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 민법상의 인격권으로는 유일하게 성명권만을 인정하고, 이후 1907년에 초상권(초상은 그 주체의 사전동의 하에서만 유포되고 전시될 수 있다고 하면서 구 초상이 모사되는 것에 대하여 그 주체가 대가를 받았다면 의심스러울 때에 그 주체의 사전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규정하면서 그 밖의 인격적 보호는 장래 어떠한 이익을 새로운 보호법익으로 삼을지 확정할 수 없는 유동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액자권리(보호의 내용이나 범위가 명확히 인식될 수 없어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권리)로서 개별적 인격권을 열거한 뒤, 이를 일반적 인격권에 의한 보호로서 메꾸었던 것이다.

독일의 인격권은 이러한 모호한 성격 때문에 민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독일연방법원(BGH)은 1954년 나치스 관련자의 변호사가 업무상 보낸 정정보도 요구서신을 독자편지란에 변호사 개인의 의견표명인 것처럼 발표한 주간지에게 이를 철회하길 요구하는 변호사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1958년에 아마추어 기수의 사진이 그의 허락없이 남성 정력제의 광고지에 이용된 사안(신사기수사건)과 인삼뿌리 사건에서 일반적 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렇게 되면서 독일에서 인격권의 침해는 손해를 배상하는데 있어 재산적인 손해를 배상하는 전보적 기능보다 위로와 만족적 기능의 위자료적 성격에 중점이 놓여 있다.

1994년 카롤리네 폰 모나코 판결에서는 독일 민법 제847조에 규정된 위자료와 인격권 침해시 인정되는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금전배상은 본질적으로 다른 제도라고 하여 금전배상액을 높게 승인하였다.

이 판결은 통속잡지들이 카롤리네 공주와의 허위 인터뷰를 싣고 먼거리에서 촬영된 파파라치 사진을 새로운 가족앨범에서 나온 것이라는 허위사실과 함께 공표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그녀의 결혼식에 관한 허위 보도를 하면서 당시 그녀의 애인과 그녀를 나란히 보여주는 합성사진을 공표한 데 대한 법원의 결정이었다.

BGH가 1950년대 중반에 이미 초상권을 재산적 가치있는 배타적 권리라 하면서 그 침해자들에게 재산적 손해의 배상과 부당이득반환을 명하였고 그 이후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들이 다수 있었지만, 1999년 말레네 디트리히 판결은 인격권 침해가 비재산적 이익의 보호에 봉사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재산적 이익의 보호도 행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에 의하면 일반적 인격권 및 개별적 인격권은 재산적 구성부분과 비재산적 구성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그 주체가 생존해 있는 동안은 이 두 부분이 합쳐져 있다가 그 주체가 사망하게 되면 이 둘은 분리되어, 재산적 구성부분은 상속인에게 상속되고 비재산적 구성부분은 기존의 법리에 따라 유족들이 행사할 수 있는 금지청구권을 통한 보호에 놓인다.

이후 일원주의와 이원주의의 대립으로 이것이 표현되어 있는데 독일 저작권법이 기초한 특유의 일원주의에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구분되지만 이들이 불가분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통합 저작권을 이루는 것으로 하여 우리 저작권법도 이 체계를 따르고 있다.

그리하여 독일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① 사망으로 인한 처분행위의 이행으로 혹은 상속재산분할의 방법으로 공동상속인에게 양도될 수 있는 예외를 제외하고 저작권은 양도될 수 없다.)과 같이 저작인격권의 양도뿐만 아니라 저작재산권의 양도도 함께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작재산권뿐만 아니라 저작인격권도 함께 상속되는 것이다.(제28조(저작권의 상속) ① 저작권은 상속된다.)

이원주의는 미국의 영감을 받아 된 것이지만 사람의 인격표지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로 이원주의적 성질로는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격권을 적극적인 이용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외부의 침해에 대한 단순한 방어권으로만 인식하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불법행위법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사전동의라는 위법성 조각 사유 등 양 당사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부분 등이 이미 뒷받침되어 있고 재판에서 이 같은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굳이 저작권법에 들어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초상, 성명과 관련하여 구성되는 재산적 구성부분이 항상 저작물을 만들 때마다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이것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도 아니고 민법이 아닌 저작권법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인격권의 하나인 초상권은 초상의 촬영을 거절할 권리, 허락할 권리, 그것을 이용할 권리, 영리적으로 활용할 권리 등 다양한 지분권으로 나눌 수 있고, 고객흡인력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통해 실연자나 저작자가 상업적 이익을 향유하는 것까지 저작권법에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인격권에 재산권적 성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애초에 무체재산권으로 인정되는 저작권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격권은 인격발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권리이고 인격표지의 상업적 이용도 그러한 인격발현의 한 형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격주체의 가치관이나 개인적 사정의 변화에 인격표지에 대한 상업적 이용의 가능성이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하는데 어디까지나 인격권의 문제는 인간 존엄에 기한 법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의 인격은 존엄한 것이지만 국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여 보호하고 상속하여 인격주체의 사후에 저작권과 달리 지속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상속인과 상속인이 아닌 가까운 유족이나 선임된 자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또는 그들 간의 이견이 있을 경우 불가피한 혼란이 일어날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현재 퍼블리시티권이 미국학자들의 주류에서 별도의 권리인 것처럼 인정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격권의 구성 부분이며 그 주체를 유명인에게만 한정하여 일반인에게는 없는 것처럼 차별의 법리를 두어야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유명인이 아닌 경우 그의 초상이나 성명 등 동일성표지에 성립한 재산적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유명인에게만 인정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인격권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므로, 인격권의 일반 내용 중 지분권에 해당하는 퍼블리시티권을 굳이 저작권법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유명인이 선점한 이미지, 특정 포즈와 표정을 포함한 표현 등이 언론 등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해서 이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권리를 굳이 명문화한다면 반대이익으로 나타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퍼블리시티권과 같은 것이 무단으로 이용되어 재산적 손해의 발생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피해자가 계획하였던 광고계약이 좌절되는 등 구체적 손해발생범위, 통상적 라이선스료, 가해행위로 상대방이 얻은 이윤 등 현재 민법에서의 해석으로도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저작권법에 퍼블리시티권 정의를 두고 이에 대한 침해대응을 구성하려는 제반 법리는 사람의 인격표지 안에 있는 비재산적 이익과 재산적 이익의 통합적 보호 및 과도하게 인격의 상업화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여지고 유명인과 일반인을 차별하는 권리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단순히 실제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 법원의 편의성만을 보지 말고 민법학자와 헌법학자를 구성하여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입법과정에 편입시켜주기를 바랄뿐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은 2009년 법학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연구소, 참저작권센터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2018년 2월 해인예술법연구소를 개소하여 예술업계와 기술업계의 어려운 점과 적절한 정책을 매칭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민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재지킴이지도사, 성균관 창덕궁 지킴이, 박물관 해설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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