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A 이슈-ESG 시대] 주주총회에 부는 ESG 바람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06 14: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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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등장한 '주주제안'...지분 경쟁 넘어 ESG 리스크 '여론전'
재계도 ESG 경영 도입에 '잰걸음'...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봇물

[편집자 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ESG 리스크가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시대가 왔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ESG 경영’이라는 화두가 당장 현실로 다가와 글로벌 기업 환경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앞다퉈 ESG 경영의 원년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메가 트렌드’ 대응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재계에는 'ESG 경영'이라는 화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ESG 이슈를 담은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며, ESG 경영으로 체질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분쟁에 등장한 ‘주주제안’...지분 경쟁 넘어 ESG 리스크 ‘여론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ESG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진영 간 표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 펼쳐지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에서는 박철완 상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지분율 경쟁에 돌입한 동시에 이번 주총장에 ESG 경영 이슈를 끌어들이면서 명분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개설 웹사이트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03%를 보유한 개인 1대 주주다. 박 상무의 모친도 지난 4일 지분 매입에 가세해 0.08%를 사들였다. 박찬구 회장 측 지분율은 본인 6.69%, 아들인 박준경 전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등 14.84%로 아직까지는 박 상무 측을 앞선다.

박 상무는 박 회장에 맞서는 또 다른 카드로 주주제안을 꺼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내고 ▲ 이사회 의장 선임과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등 정관 개정 ▲ 사내·사외이사 선임 ▲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 감사위원 선임 ▲ 배당 결의 등을 요구했다.

지난 3일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주제안이 주주가치 및 기업가지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며 “이사회의 변혁과 이사회 내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가능 경영’ 측면에서 ESG로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ESG 가치를 내재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며 ”친환경 기업문화 조성 및 관련 정책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안전 최우선’ 원칙에 기반해 CEO 직속 ESG 경영 전담부서를 설립할 것“을 강조했다.

 

▲ 박철완 상무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자료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형제의 난’이 벌어진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도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에 맞서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주주제안을 통해 표 대결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지난해 차남인 조 사장에게 지분 23.59%를 넘기면서 그룹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로써 조 사장은 지분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 확고한 자리매김에 성공한 반면 조 회장의 장남인 조 부회장(19.32%)과 장녀 조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 씨(10.82%) 등은 지분율 다툼에서 열세로 내몰렸다.

하지만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은 각각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분리선출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을 의안으로 상정해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에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조 이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를 각각 분리선출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지분율 경쟁에서 뒤처진 남매 측이 상법 개정안을 활용해 감사위원 선임에 나선 후, 조 사장 측을 향한 거버넌스 이슈 공세를 펼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총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1인 이상의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가능해졌다. 주총에서 선출된 이사들 가운데 감사위원을 뽑는 기존 방식으로는 3%룰의 취지를 살릴 수 없었다.

3%룰은 최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특수관계인까지 합쳐 3%까지 제한하는 것이다. 분리선출 사외이사를 통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돼 최대주주의 불합리한 경영권 행사를 합법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마련됐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거버넌스 구조에서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사익편취 등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가 발생할 경우 주주들이 제안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남매가 감사위원 선임에 성공하면 이사회를 통해 거버넌스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조 사장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재계도 ESG 경영 도입에 ‘잰걸음’...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봇물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사들은 올해 주총에서 ESG 경영 강화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 주총을 앞두고 주주서한을 통해 ESG 경영과 준법 경영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주주서한에 따르면, ESG 조직과 관련해 “지속가능경영 강화를 위해 기존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하고, 사업부에도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며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CFO가 주관하도록 해 지속가능경영이 더 높은 순위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도 ESG 경영 도입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오는 24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으로 정관 일부 변경 의안을 상정하고 ESG 대응에 나선다.

SK그룹은 재계 가운데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SK를 비롯한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그룹사 전반의 경영체제를 관장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만들어 ESG 경영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 재계 총수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서울=연합뉴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 구성이 특정 성(性)으로 구성되지 않아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LG는 오는 26일 주총에서 ESG 전문가인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수영 집행임원은 코오롱에코원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환경 분야 전문가다.

이외에도 LG전자,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지투알 등 LG그룹 5개사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자산 2조 원 이상인 계열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도 이번 주총에서 박상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SK 역시 오는 29일 주총에서 지난 2015년 통합 지주사 설립 이후 첫 여성 사외이사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장한다. GS건설도 ‘여성 1호 지검장’을 역임한 조희진 변호사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 주요 지표별 ESG 구성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비즈니스 리스크 및 전략의 중심이자 투자자 및 일반 대중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ESG 원칙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ESG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ESG가 이사회의 최대 아젠다가 되면서 이사회가 ESG를 감독하기 위해 설치할 거버넌스 구조도 중요해졌다”며 “민첩하고 선제적이며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므로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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