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공분 확산에 정부·여야 아동학대 강력대책 잇단 약속...실효성 있는 대책 나올까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5 15: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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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입양특례법 4조 원칙이 철저히 구현"
정 총리 "양형기준 상향·입양 공적책임 강화 검토"
與 "재발방지 약속"...野 "여권 책임론"
여성 변회 “가해 양부모에게 살인죄 적용하라”
'그알' 입양아 학대 사망 편 방송 후 공분 확산
주요 포털사이트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확산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강력한 대책 마련을 잇따라 다짐하고 있어 이번에는 공염불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정세균 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음에도 정인이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총리로서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입양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 총리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는 정인이 사건과 같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총리는 전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양형위원회에 양형 기준 상향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정부가 작년 7월 마련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언급하며 "현장에서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선 보완할 점이 아직 많다"며 추가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지난해 벌어진 16개월 입양아 정은양 학대 사망 사건(2020년 10월 13일)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입양 절차에 있어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 4조의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되도록 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는 아동과 양부모의 결연이나 양부모의 적합성 판단, 사후관리 등의 입양 절차 전반이 민간 입양기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매년 300명 이상의 아동(18세 미만)이 입양되고 있고, 대부분은 양부모의 따뜻한 돌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점검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라고 강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입양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고 내실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며 “입양가정 조사를 할 때 주변인 방문과 조사를 의무화하고, 양부모의 양육부담감 측정을 위한 양육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가정 내 위기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강대변인은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아동학대 방지와 관련해서는 피해아동을 신속하게 부모로부터 분리보호하는 ’즉각분리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창녕 아동학대 사건과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며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 아동학대 방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위기아동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발생해 송구하다"며 "아동보호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마련한 아동학대 방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보완하겠다"며 "민법,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등 입법도 신속히 추진하겠다. 소극적 대응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정인아 미안해'라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전담 요원과 전문 보호기관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피해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법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하겠다. 분리 보호하기 위한 쉼터를 증설하겠다"고 했다.

야권은 이 사건과 관련,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경찰 등 국가의 책임을 연일 추궁하고 나섰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5일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소아과 의사마저 112에 신고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경찰이 안일하게 방치했다"면서 "이쯤 되면 방치를 넘어 방조범이자 공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다 대공수사권을 갖고 국가수사본부까지 만들게 됐다고 의기양양할 때가 전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 달라"라고 말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 권은희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동정책 지원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을 방문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가해 부모와 아동 분리 원칙 시행, 아동 전담 주치의제도, 학대 아동 전담 공무원 확충과 전문성 강화 등 대책을 주장했다.

안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조기 예방·발견 정책이 중요하다"면서 "여러 아동학대 관련 주체들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책임이 분산되지 않도록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 등이 놓여 있다. [양평=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해 양부모에 대한 엄벌과 정부와 국회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전날(4일) 성명을 내고 "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아동학대사건 초동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변은 “이번 사건의 가해부모에 대하여 살인죄로 의율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변은 “정은이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에 의한 3차례의 학대의심 신고가 있었으나 서울 양천경찰서는 3건 모두 내사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기소의견 송치하였다”며 “생후 16개월의 피해아동이 긴 시간 고통을 참아내다 장기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공권력은 철저히 무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의 신속한 보호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앞으로 초동조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조사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견고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폭적 예산 지원, 그리고 아동학대범죄 신고 접수 시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적극 협조 및 수사를 개시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SBS TV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일 방송에서 '정인이는 왜 죽었나?...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편을 방송했다.

▲ 지난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이 왜 죽었나?' 편 방송 후 안타까운 정인이 죽음이 재조명되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단독 입수한 CCTV 영상, 부검감정서 및 사망 당일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되짚어보고, 전문가와 함께 한 실험 등을 통해 사건 당일 정인이에게 일어났던 학대행위의 진실을 파헤쳤다.

이 방송 후 이 사건은 재조명되며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양부모는 정인 양의 죽음이 "소파 위에서 첫째랑 놀다가 둘째가 떨어졌다, 사고사"라고 주장했으나, 전문가는 사망한 정인 양의 상태를 보고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돼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인 양은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도 골절 상태였다.

당시 응급실에서 정인 양을 담당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그녀 배에 가득 찬 곳을 가리키며 "이 회색 음영, 이게 다 그냥 피다. 그리고 이게 다 골절이다. 나아가는 상처, 막 생긴 상처.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아동 학대"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피해자 정인 양을 위로하기 위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도 확산하고 있다. 이 챌린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제안했다.

방송 직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으며 해당 SNS에는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상중 및 류현진-배지현, 심진화-김원효 부부, 황인영, 김준희, 서효림 등 연예인들도 챌린지를 통해 정인 양을 추모했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 가해자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 16개월 입양아 정은 양 사망 사건은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20만명 넘게 공감을 샀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해 11월 20일 시작돼 12월 20일 종료된 이 청원에는 모두 23만1440명이 의견을 같이했다.

청원인은 이 청원에서 “온 국민의 알 권리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경각심을 위해서라도 부부의 신상은 공개되어야한다”며 가해자 양부모의 공식적인 신상공개를 요청했다.

청원인은 또 ‘학대부터 장기간 계획적으로 가해졌지만, 설사 우발적이라 주장한다 한들 살인은 살인이다. 미필적 고의도 고의다“라며 ”이 사건을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죄값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원인은 “이번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대통령님이 직접 읽어보시고 직접 대응방안에 대한 지시를 내려달라”며 “그렇지 않은 한, 이번 사건 역시 솜방망이 처벌로 끝이 나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은 계속 반복되며 이 아기의 죽음은 서서히 잊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학대는 인격살인이다. 인격살인도 살인이다. 인격살인을 신체살인보다 가볍게 보는 것은, 지극히 가해자 중심의 시선이다”라며 “아동학대범, 아동성폭행범과 아동관련 흉악범죄자들의 신상공개를 의무화하고, 아동학대 최소형량을 사형으로 제정해달라”고도 했다.

청원인은 아울러 “희생생된 16개월 입양아의 경우, 세 차례나 신고가 되었고 의사의 학대소견까지 있었음에도 용의자의 말만 듣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한 생명이 죽음까지 이르렀다”며 “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때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응 메뉴얼을 제정해주시고,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것이 드러났을 경우 그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이 땅에 태어난 귀한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출산율을 논 할 자격은 없다”며 “탁상공론 실효성 없는 출산정책에 지출되는 보이기식 세금낭비에 치중하기 전에, 태어난 아기들부터 보호하는 강력한 아동학대 처벌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종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들이 쏟아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해지고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온 게 그간 현실이다.

생후 16개월된 아동 정은이의 어이없는 죽음을 계기로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더 이상 비극적인 아동학대가 벌어지지 않을 실효성 있는 아동 보호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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