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없는 삼성, 이후…] (중) ‘뉴삼성’ 날개 꺾이나…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성장 로드맵 ‘먹구름’

최낙형 / 기사승인 : 2021-01-20 15: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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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대비 미래성장 플랜 줄줄이 동력 상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반도체 비전 2030’ 급제동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산업도 난맥
“이 부회장 부재는 만회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될 것”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3년여 만에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미국 바이든 신정부 출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전쟁, 여전한 미중 무역분쟁 등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투자를 결정할 총수의 부재는 삼성의 미래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재용 없는 삼성의 위기’는 한국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끼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의 위기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메가경제=최낙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30만 임직원을 거느린 삼성은 또 다시 ‘총수 부재’라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성에 더해 ‘리더십 부재’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동시에 재계에서는 삼성의 향후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미래성장 비전을 밝힌 ‘뉴삼성’ 플랜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재수감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삼성. [사진=연합뉴스]


‘총수 부재’로 대규모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회사의 중장기 중요 결정 사안에서 과감한 결단이 어렵게 돼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반도체 비전 2030’ 로드맵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고, 인공지능(AI)·5G·바이오·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등 4대 미래 성장산업도 난맥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한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4월 이 부회장은 10년 안에 시스템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이 분야에 133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R&D(연구개발)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위 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런 장기·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간 대규모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총수의 의지와 과감한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산업은 투자금액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해 기업의 명운이 달려 있는 큰 규모여서 개별 기업 CEO가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일례로 작년 10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유럽 출장을 강행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에 있는 독점 생산업체인 ASML를 방문했고, 그 결과 삼성은 최근 평택 EUV 전용 라인을 증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아닌 CEO 급에서 대당 수천억원에 이르는 EUV 물량 확보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CEO가 현상 유지를 위한 투자는 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는 오너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반도체 투자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올해 급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의 경쟁사들은 최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EUV 라인 증설 등을 위해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상황에서 추격자인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 버거워졌다.

또 미국 AMD가 자일링스를, 엔비디아가 ARM을, 국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상황이다.

경쟁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역시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증설, 전장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 등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는 공격적 경영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와 함께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지목된 AI·5G·바이오·전장 등의 성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

AI 분야 역시 반도체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업의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시장 위축과 인재 부족 등 열악한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글로벌 확장이 필수적인데 이 부회장의 전략적 판단과 네트워크 없이는 글로벌적인 영역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5G도 주로 국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총수의 인맥이 수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황이 비슷하다.

여기에 미국 행정부가 5G 세계 1위인 중국 화웨이를 전방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큰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이 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호재를 놓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 사업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략적인 결정도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전기차용 배터리 등 전장부품의 경우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마저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재계에서는 경쟁자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만회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은 당분간 현상유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 이 부회장이 없어도 삼성은 무리없이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이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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