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③ 끝나지 않는 삶과의 투쟁

김병숙 부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17:12:01
  • -
  • +
  • 인쇄

[메가경제= 김병숙 부현정 기자]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1단계로 완화했다. 이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의 등교는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특수학교의 경우는 아이들의 행동 취약성 때문에 등교일정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들쑥날쑥한 학교생활로 인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혼란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고 여전히 벼랑 끝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투쟁의 현장이 되어버린 발달장애 엄마들의 하루하루는 극단의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조치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삶을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걸까? 어머니들의 항변을 들어봤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례1) "저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0세 딸을 둔 엄마입니다. 보통 때면 아이는 학교와 치료센터를 가고 운동도 하며 정해진 스케쥴로 하루가 금세 지나갑니다. 

 

조금 유별나다 싶게 아이를 외부로 돌리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저희 아이는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를 때리며 심지어 주위 사람을 심하게 공격하는 자해 행동을 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신체 활동을 중지하면 새벽 내내 소리를 지르고 밤새 울고불고 떼를 쓰곤 해요.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저희 아이의 자해 행동이 늘어나고 수면 패턴이 완전히 엉망이 되었어요. 

 

온 집안에 보호 가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방문은 모조리 잠금장치를 떼어 놓고 지내고 있습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자기 머리를 집안 살림 곳곳에 부딪치고, 이로 깨물어대서 제가 화장실도 편히 갈 수가 없어요.

코로나로 인해 활동량이 없어진 아이는 잠도 자지 않고 새벽마다 울부짖습니다. 1층에 살고 있지만, 윗집 옆집 민원에 정신과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아 먹이고 있으나 점점 양은 늘고 있고 약발은 받지 않아 다른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갑상선 저하증이 심해져서 약도 늘렸고,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서 진통제를 다량 복용하고 복대를 차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나 저희 딸이 얼마나 이 지옥 같은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아이가 머리를 박고 울부짖는 소리가 환청까지 들리는 상황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눈알이 빠지는 통증이 더욱 심해지네요. 

 

제발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 같은 생활로 돌아가길 바라고 기도해 봅니다. 끝도 없는 싸움과 고통으로 저나 아이는 말라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맘대로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희진(가명)이네가 겪고 있는 절망적인 사연이다.

희진이네는 이렇게 지칠 대로 지친 일상에 하소연할 곳 하나 없이, 오롯이 가족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

 

사례2) "경기도에 사는 발달장애인 지호(가명)는 지적장애 중증으로 지난 3월에 특수학교 전공과에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다 보니 지호는 물론 가족에게도 견디기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학교에 가야 한다며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고, 방문이나 벽에 색연필로 낙서하는 등 유아들이 하는 행동을 보여서 퇴행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엄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더구나 무료한 일상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음식에 대한 식탐만 늘어서 살이 14킬로그램이나 찌는 바람에 비만에 대한 걱정까지 늘었다."

사례3) "수영을 좋아하는 자폐성 장애 중증인 24세 명수(가명) 역시 코로나로 인해 주간 보호센터와 복지관 수영장이 문을 닫자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 종일 집안에 욕실과 부엌의 물을 틀어놔야 하고 옷에다 물을 적시는 행동을 계속해서 가족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많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하루 루틴이 깨지면 불안해지는 강박 증상을 갖고 있다.

 

증상의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을 느끼면 공격성이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 희진(가명)이처럼 자해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발달장애인의 엄마들은 이들에게 정해진 일상을 지켜주려고 아침부터 아이가 잠들 때까지 노심초사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잠깐의 상황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하물며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단절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의 연속이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얼마 전 광주광역시는 지난 6월 3일 시내에서 일어난 발달장애인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전담팀을 꾸려 24시간 돌봄 정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낮에는 활동할 수 있도록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 돌봄 지원센터'를 설치해 일대일 돌봄을 제공하고,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전담인력과 함께 지내는 주거모델을 도입해 행동치료와 돌봄을 병행하는 체계를 갖췄다.

부모들이 입원이나 애경사 등으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긴급 돌봄센터에 맡길 수 있도록 하며, 지금까지는 주말, 휴일에 제공하지 않았던 돌봄서비스를 11월부터 시범적으로 휴일 없이 시행한 뒤 내년부터는 365일 돌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광주광역시와 같이 지자체별로 조금씩 발달장애인의 돌봄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대안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자체나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장애인 가정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청취하고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심도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최중증, 중증, 경증 발달장애인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그들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4시간 돌봄 지원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중심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돼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고 발달장애 가족과 긴밀한 소통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

돌봄서비스의 전담인력을 보다 전문화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24시간 돌봄이 발달장애인의 단순 보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사회의 일원으로 그들을 성장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9개월째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이나 장애인에게 코로나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 정부 대안이 시급하다.

정부는 매일 코로나에 대한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통계 안에 장애인 확진자와 사망자 수 통계는 정확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혼자 사는 지체장애인이 코로나19로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배려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집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게 하거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식사 준비조차 못 하는 지체 장애인에게 주민센터에서 라면과 쌀 포대, 인스턴트 식품 몇 가지를 집으로 전달해 주고 있는 정도라면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 그 가족은 무작정 자녀를 방에 가두면서 자가격리를 맡아 해야 하는 처지라면 어떨까. 이런 상황이라면 자녀의 이상행동이 나타나도 부모는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모든 책임이 그 당사자나 가족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장애인의 다양성을 배제한 일관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BS인터뷰] 서울 용강초등학교 박용서 교장, 코로나19 대비 철저 "학교가 더 안전하다"2020.08.06
복지부, 발달장애인 병원이용 지원 책자 발간 "발달장애인-의료인 소통 돕는다"2020.08.12
경기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 발달장애인 소통을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지원사업 추진 주목2020.08.19
[BS인터뷰] 발달장애 평생 교육원 '아트림' 대표 김경희 "1인 1학급의 주체는 바로 부모와 아이"2020.09.16
[BS인터뷰] 파랑새협동조합 김연옥 대표 "나 자신을 사랑하니 내 딸도 사회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죠"2020.10.09
[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① 두 어머니의 절규2020.10.11
[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② 발달장애 아동의 등교 현실2020.10.20
[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③ 끝나지 않는 삶과의 투쟁2020.10.27
[BS인터뷰] 감성적인 발달장애화가 박혜신 작가의 빛이 되어준 어머니 선생님을 만나다2020.11.03
['나눔의 숲' 체험기] 뉴노멀시대에 발달장애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2020.11.11
[BS인터뷰] 부천시장애인부모회 김연동 회장, 발달장애 교육 "장애를 인정하되 한 인간의 개성으로 봐야"2020.11.16
[BS현장] 부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감염병 시대, 발달장애인 일상' 토론회 "인간 존엄성의 문제, 정부와 사회의 적극 대처 절실"2020.11.30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