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파랑새협동조합 김연옥 대표 "나 자신을 사랑하니 내 딸도 사회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죠"

부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9 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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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부현정 기자] 유대인 속담에 ‘신은 어느 곳이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하고 위대하며 그 능력이 무한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추석 연휴 막바지이던 지난 3일 부천의 한 카페에서 김연옥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대인 속담 속 어머니는 바로 이런 분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김 대표는 뇌성마비 1급의 큰 딸과 고2 아들, 중1 딸을 둔 2녀 1남의 어머니이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돕는 봉사단체인 ‘파랑새 협동조합’의 대표이다. 

 

▲ 파랑새협동조합 김연옥 대표와 큰 딸 현영 양. 현영 양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모녀 간 유대관계가 더 강해졌다 .[사진= 김연옥 대표 제공]


여기까지만 봐도 여느 누구보다 강하고 위대한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터지만 또 다른 경력을 알고 나면 그 능력의 한계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대표적인 자격증만 열거해도 노인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바리스타, 원예지도사, 마을지도사 등등... 김 대표는 금세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은 보통의 평범한 어머니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늘 웃는 얼굴에 당당한 모습이 다르면 다르다고 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보통 어머니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세계로 가득 차 있다. 포기할 줄 모르는 강인함과 도전정신에 리더십까지 갖췄다. 


물론 영화 속 원더우먼처럼 불굴의 능력을 지닌 만능 어머니가 되기까지는 눈물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만, 현영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선인장처럼 많이 날카롭게 변했고, 누군가의 시선도 이유없이 싫었고, 누가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것도 싫었어요,” 


그 당시를 회상하는 김 대표의 이 말에는 한때 겪었던 심적 고통과 번민의 크기와 깊이가 얼마나 컸을지를 짐작케 한다. 

 

▲ 김연옥 대표는 노인요양보호사자격증 등 여러가지 자격증을 따며 미래에 대한 준비와 자신감을 함께 얻었다. [사진= 김연옥 대표 제공]

 

첫 자격증 도전의 배경은 힘든 생활고를 돌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시 큰딸 현영이도 케어하기 힘들었는데, 불행이 겹쳐 친정엄마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주위에서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현영이와 친정엄마를 동시에 보살피면서 돈을 벌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그의 성품은 그 번민의 굴레를 가족과 세상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첫 자격증을 딴 뒤 문득 세상에는 도전하고 모험을 해볼 만한 게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바꾸니 새로운 길이 보였다. 이후 자격증에 잇따라 도전하게 되었다. 


“취득한 자격증들이 모두 지금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자격증들은 과거에 나의 삶을 허무하지 않게 하고 앞으로 현영이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어요. ”


조금씩 더 자신감이 생겼다, 큰 딸을 데리고 재활센터에 갔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과 공감대가 맞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선한 영향력도 받았다. 

 

▲ 파랑새협동조합 멤버들. 맨 왼쪽이 김연옥 대표다. [사진= 김연옥 대표 제공]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더 큰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점차 배워나갔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으니 가족도 더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죠.”


또래보다 늦었지만 큰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특수학교도 졸업시켰다, 그 사이 큰 딸도 성장하고 동생들도 믿음직하게 성장해 줬다.


그는 작은 아이들이 성장할 때 이런 말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한다.


“언니는 누나는 엄마 아빠가 몫이야. 너희들 몫이 아니야, 그러니깐 너희들은 너희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 언니 때문에 누나 때문에 무엇인가 절대 포기 하지마. 그렇게 될 일이 없겠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면 그때 너희들에게 말할게. 그러니깐 너희의 삶을 살아.”


큰 딸이랑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 하나하나씩 자격증을 취득하다보니 어느덧 여러 가지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주위를 잠시만 둘러봐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은 많고 나보다 더 힘든 처지의 사람들도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5년 전 어느날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이 “우리는 왜 도움을 받기만 할까?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15년 전에 만나 친목을 다져온 엄마들이기에 마음이 금방 통했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게 됐다.


협동조합의 이름도 정했다. ‘희망을 주는 새’라는 뜻에서 팀원들이 합의 아래 ‘파랑새’라고 지었다. 


“우리같은 엄마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매일 매일 요리하는 사람이니까 반찬 한 개씩 만들어 만나자’고 뜻을 모았어요. 여러 명이 모이니 근사한 도시락이 바로 완성 됐어요. ”


그 도시락을 부천시 원미동 동사무소와 연계해 독거노인 50여 분들에게 점심도시락을 전달하게 되었다. 김연옥 대표가 맡고 있는 파랑새협동조합의 첫 사업이었다.

 

▲ 파랑새협동조합은 김장철마다 김장을 담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전달해왔다. [사진= 김연옥 대표 제공]

그 뒤로, 김장철이면 김장을 해서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게 나눠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천연화장품만들기와 천연비누만들기 강좌를 열어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협동조합 관련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어머니로서의 사랑은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큰 딸이 학교를 졸업한 후 늘 함께하면서 모녀 간 유대관계는 더 깊어졌다.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늘 함께 있고 싶어요. 현영이 옆에는 언제나 든든한 엄마가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긴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우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미 쏟아진 물이고 쏟아진 물을 주어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스트레스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주의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쳐요. 힘들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 간다면 긴 싸움의 승리자는 바로 나 자신이 될 거예요.”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좌우명을 역설하는 김연옥 대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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