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⑥ '불놀이야'로 타오른 건국대 그룹사운드 옥슨(OXEN)

김형진PD / 기사승인 : 2020-09-09 10: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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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 여섯 번째 순서는 ‘불놀이야’로 타오른 건국대 그룹사운드 '옥슨(OXEN)'이다. 옥슨80 멤버는 홍서범(보컬), 조연환(기타), 최광수(베이스), 전종민(키보드), 황호(드럼)이었다. 


대학교 응원가의 주요 노래로 연세대 ‘해야’(연세대 그룹사운드 마그마 노래), 고려대 ‘석탑’(고려대 석탑대동제 이름과 동명의 곡) 그리고 건국대 ‘불놀이야’ (건국대 그룹사운드 옥슨80 노래) 등이 있다.

 

자기 대학을 대표하는 그룹사운드의 히트곡이 축구나 야구 경기장에서 대표적인 응원가로 합창되는데, 특히 ‘불놀이야’는 부르기도 쉽고 흥겨운 리듬으로 1980년 TBC동양방송이 주최한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노래다. 

 

▲ 제3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 레코드판. [사진= 셀수스 협동조합 제공]


1980년 ‘젊은이의 가요제’ 이후 건대생들의 18번 애창곡이 된 ‘불놀이야’는 곡이 시작할 때, 인트로 부분의 '꿍짝꿍짝!' 하는 기타 리프가 독특했지만 이 노래의 백미는 베이스 기타 연주다. 

 

오른 손가락으로 베이스 기타의 줄을 잡아 뜯는 초퍼(chopper) 주법으로 반복되는 펑키한 베이스 리듬을 타고 보컬, 기타, 키보드, 드럼이 춤추는 노래가 ‘불놀이야’다. 

 

▲ 제3TBC 젋은이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옥슨80불놀이야유튜브 영상

 

스쿨밴드를 결성할 때 1지망 일렉 기타 실력이 안되면 2지망으로 베이스 기타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베이스 기타는 전체 사운드에서 들릴랑 말랑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그러나 그룹사운드가 발산하는 소리에서 베이스 파트는 말 그대로 기초다.


드럼과 함께 전체적인 기초 리듬을 베이스 기타가 맡고 있는데 옥슨80의 베이시스트는 리듬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스무살 학생의 연주라 하기에는 경이로울 정도로 드럼 소리를 방불케하는 파워풀한 베이스였다.


그런데 베이스만 잘 친다고 노래가 훌륭해지지 않는다. 리듬감이 훌륭해야 하는데 ‘불놀이야’는 너무도 잘 만든 노래다. 

 

곡 진행 코드가 쉽지 않은데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불놀이야’는 리듬감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 곡을 작사·작곡한 사람이 종합 엔터테이너를 자칭하는 홍서범이다.


1978년 건대에 입학한 홍서범은 이듬해 건대를 상징하는 동물 ‘황소’로 옥슨(OXEN)이라는 그룹사운드를 결성한다. 


그 당시, 그룹사운드들은 활주로 11기, 샌드 페블즈 6기, 블랙 테트라 3기처럼 기수로 그룹명을 명명했는데 옥슨은 특이하게 해당 활동연도(2학년)를 뒤에 붙였다. 

  

▲ 옥슨80 멤버들. [사진= 셀수스 협동조합 제공]

 

홍서범은 옥슨79에서는 기타를 연주했는데 ‘등대’(작사·작곡 홍서범)라는 노래로 제1회 대학가요축제에 출전하지만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한양대학교 노천극장 무대에서 선을 보인 발라드 풍의 담백한 노래 ‘등대’가 전혀 빛을 발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옥슨79가 연주하기 바로 직전, 무대에서 김수철의 작은거인이 ‘일곱색깔 무지개’의 강렬한 사운드로 관객들의 혼을 빼놨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 홍서범의 후배기수 옥슨80이 대학가요제에 참가하려는데 상을 탈만한 자작곡이 안 나온 상태에서 선배 홍서범에게 SOS를 치고 이에 ‘불놀이야’ 노래가 탄생한다. 그리고 어부지리 비슷하게 홍서범은 옥슨80의 보컬로 변신한다. 

 

▲ 옥슨80의 '불놀이야' 유튜브 영상. 

 

기타리스트에서 보컬로 파트를 변경한 그는 마침내 가요제 입상이라는 꿈을 이룬다.


"저녁노을 지고/ 달빛 흐를 때/ 작은 불꽃으로/ 내 마음을 날려봐/ 저 들판 사이로 가면/ 내 마음에 창을 열고/ 두 팔을 벌려서 돌면/ 야! 불이 춤춘다/ 불놀이야 ~"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당하고 민주화의 봄이 온 듯 했지만 1980년 5월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학살당한 시절, 옥슨80의 ‘불놀이야’ 가사는 홍서범 창법만큼 시원하다. 

 

암울한 현실에 불을 지르고 싶은 “야! 불이 춤춘다. 불놀이야~”.


간주로 넘어가기 직전, 4회 반복되는 드럼의 리듬섹션 ‘따라라라라’는 수준 높은 연주인데 옥슨80의 드러머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드럼 스틱을 놓치는 실수를 생방송에서 했다.


‘불놀이야’ 노래 한 곡으로 건국대학교의 위상을 드높인 옥슨은 그 여세를 몰아 홍서범 작곡의 ‘날개’로 옥슨81이 1981년 국풍가요제에 출전해 은상을 차지한다. 

 

▲ 1981년 국풍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옥슨81의 '날개' 유튜브 영상. 

 

‘날개’는 그룹명 황소처럼 밀어붙이는 힘찬 노래인데 펑키한 리듬의 ‘불놀이야’와는 다른 하드록이었다.


홍서범은 군대를 갔다온 후, 옥슨80 이름으로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로 KBS음악대상 그룹사운드 부문 가사대상을 받으며 기성가수 스타덤에 오른다.


그 후, 그룹사운드 활동을 청산하고 솔로로 데뷔, 자칭 한국 최초의 랩이라는 ‘김삿갓’이라는 노래를 발표, 새로운 음악 장르의 길을 쉼 없이 개척해내고 있다.


홍서범이 군 제대 후 재결성한 옥슨80에서 기타를 맡았던 이태선(KBS개그콘서트 이태선 밴드 리더)을 예전 KBS위성 가요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이태선에게 “불놀이야 노래 인트로의 감탄할만한 기타 리프와 베이스 초퍼 주법을 어떻게 학생들이 만들어냈나?”고 묻자 이태선은 “서범이 형(홍서범)이 시키는대로 우린 했을 뿐이에요‘라고 답변했다.


이태선이 워낙 겸손한 성품이라 약간 가감을 하더라도 홍서범이라는 뮤지션이 그날 새롭게 보였다.

 

그리고 KBS '지구촌 영상세계'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KBS 홍서범의 뮤직쇼’ DJ를 하던 홍서범을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해박한 팝송 지식에 또 한 번 놀랐다.


건대 옥슨80 출신의 홍서범과 항공대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비교해보면 둘 다 7080 스쿨밴드의 리더였고 기성가수로 데뷔하여 라디오 DJ도 했다. 

 

홍서범은 배철수보다 작사·작곡 실력이 월등히 뛰어났지만 배철수에 비해 저평가된 뮤지션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홍서범이 연예오락 TV 프로그램에서 너무 많이 나서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록음악 뿐만 아니라 랩까지 선보인 자칭 '종합예술인' 홍서범에게 한국 가요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옥슨80 ‘불놀이야’, 옥슨81 ‘날개’, 옥슨82 ‘윷놀이’ 그리고 옥슨97까지 매년 꾸준히 대학가요제에서 황소의 뚝심처럼 건대 그룹사운드 옥슨은 입상을 했는데 지금은 스쿨밴드로서의 명맥만 유지할 뿐, 활동할 공간이 없다. 

 

아마추어 스쿨밴드들의 실험성 높은 음악을 기꺼이 받아줄 한국가요 시장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기타 잘치고 노래도 잘하면서 작사·작곡에 편곡까지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홍서범, 그가 1980년에 만들어낸 노래 ‘불놀이야’ 는 명불허전이다. 

 

<글: 셀수스협동조합 김형진 KBS미디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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