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큰 직원의 ‘셀프대출’로 구멍 드러난 기업은행의 허술한 대출관리 ‘도마위’

최낙형 기자 / 기사승인 : 2020-09-02 18: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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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모친 등 가족 명의 동원해 총 29건·76억원 규모 부정대출
대출금으로 부동산 투기 수익 챙기다 3년여만에 범죄 행각 덜미
기업은행 “재발 방지 위해 가족 등 친인척 거래 제한 강화한다”

[메가경제신문= 최낙형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한 직원이 자신의 가족과 친인척의 명의로 4년간 76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 이득을 취해오다 뒤늦게 덜미가 잡힌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간 큰’ 직원은 내부 통제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최근까지 4년여 동안 가족들을 동원해 ‘셀프대출’ 행각을 벌여온 셈인데, 그 동안 국책 은행의 내부 통제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있지는 않았는지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출 취급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A차장은 배우자와 모친 등의 개인과 법인 명의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9건, 75억7000만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실행했다.

최근 서울의 한 지점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A차장의 ‘셀프 대출’은 대부분 경기 화성의 한 지점 근무 당시 집중됐다. 대출은 A차장의 모친, 부인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곳에 총 26건, 73억3000만원어치가 실행됐으며, 개인사업자엔 모두 3건, 2억4000만원어치의 대출이 나갔다.

이렇게 나간 대출금은 경기도 화성 일대 아파트 18건과 오피스텔 9건, 부천의 연립주택 2건 등 총 29채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이 같은 A차장의 부동산 쇼핑은 수도권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해 시세 차익만 수십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대출 취급의 적정성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여신·수신 업무 취급 절차 미준수 등 업무 처리 소홀 사례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차장은 이해상충 행위 등의 이유로 지난달 31일 면직 처리됐다.

또 A차장의 상급 대출 승인권자인 해당 지점장도 관리·감독 소홀로 징계를 받았지만 은행 측은 구체적인 징계 처분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향후 A차장에 대해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A차장에 대해 업무상 사기·횡령·배임으로 민형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다”며 “비위로 나간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내부자 거래 관련 시스템도 정비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직원 본인의 대출만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직원 가족과 친인척 고객의 대출과 관련해 거래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사 비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들의 교육도 더 강화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에서 벌어진 ‘셀프대출’과 관련해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대다수의 은행들이 가족 대출과 관련해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년 동안 30여건에 이르는 가족 대출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면서 “특히 대출 승인권자인 지점장이 이 같은 직원의 비리를 알고도 사실상 방치해왔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제든 유사 범죄가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기업은행의 부당 대출은 신용대출에 비해 부동산담보대출의 절차와 통제범위가 까다롭지 않은 점을 악용해 벌어진 사건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이 부동산담보대출 품의만 올리면 담보물의 부동산 시세를 검색해 대출금 산정에 규정상 문제만 없으면 지점장은 승인해 주는 게 관례기 때문에 이번 사례와 같은 셀프 대출이 과거에도 있었을 수도 있고 또 앞으로도 유사한 비위대출이 실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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