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⑤ 산업안전보건범죄, 높아지는 처벌 수준

오혜미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0 18:18:17
  • -
  • +
  • 인쇄
2020년 1월,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종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벌칙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 특징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도 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별칭처럼 기업과 그 경영진에 대한 처벌 강화에 방점이 있다. 처벌 수준에 하한형을 둔 것도 특징이다.

또, 지난 1월 11일에는 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하는 양형기준 수정안이 의결됐다. 수정안에는 산업안전보건범죄를 기존 과실치사상 범죄와 구별되는 별도의 대유형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줄지 않는 산업재해, 높은 처벌 수준으로 해결될까?
 

▲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산업안전보건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좀처럼 줄지 않는 산업재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현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 절반 줄이기를 내세웠다.

그러나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으로 잠정 집계되어, 오히려 2019년 855명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도 처벌을 통한 예방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의 예방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시스템 변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에서 기업과 경영진을 책임의 주체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일을 하다 아프거나 다치는 것, 특히 사망에 이르는 것은 개인의 부주의만이 원인이라 하기 어렵다. 근로자나 일선 관리자가 필요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는 세세하게 규정되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만 해도 673개에 이른다. 각 업종, 작업별로 적용되는 개별 법률의 기준을 모두 더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사업주, 경영진의 인식 수준이 낮다면,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이 부재한다면,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일선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안전·보건조치들이 촘촘히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범죄 예방 위한 인력과 예산 투입해야

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살펴보면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망과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각각의 유형으로 분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산업안전보건범죄’라는 새로운 범죄군 명칭으로 설정하였다.

이제는 산업재해로 사상자가 발생하기 전에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을 준수하지 않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할 때이다. 기업들도 준법경영의 일환으로 안전보건 관계법령 준수 및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대재해법에서는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여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올해 1월부터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등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그 계획에는 비용, 시설, 인원 등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로 시행이 예정되어 있지만, 제16조(정부의 사업주 등에 대한 지원 및 보고)는 공포한 날인 올해 1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내용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을 이행할 의무 등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198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과 함께 도입된 개념이다. 그러나 형식상, 서류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공고히 정착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라본다.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오혜미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①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기준으로 판단해야"2020.08.03
'당신을 지켜줄 노동이야기' 산업재해 보상·직업병·산업안전보건 길라잡이 연재2020.08.03
[전현승 노무사의 진폐보상 바로알기]① 광업소 퇴직자의 산재보상. 어떤 것이 있을까?2020.08.10
[김민성 노무사의 산재 길라잡이] 몰라서 못하는 추간판탈출증 산재처리2020.08.12
[권창근노무사의 알기쉬운 인사노무]① '고용위기 지역'을 위한 지역고용촉진지원금2020.08.17
[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① 특고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2020.08.24
[김동규 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① 정신질병·자살 산재신청 시 알아두면 도움되는 사항2020.09.01
[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② "충분한 휴식 취했어도 1차 재해 기준으로 판단해야"2020.09.08
[전현승 노무사의 진폐보상 바로알기]② 진폐보상의 체계잡기2020.09.15
[곽은정 노무사의 바른산재 길잡이]① 복잡한 산재신청?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2020.09.22
[권창근노무사의 알기쉬운 인사노무]② 취업규칙이란 무엇일까?2020.09.29
[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② 코로나19 시대, 내 일터는 안전한가?2020.10.13
[김동규 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② 직업성 폐암 산재신청 시 알아두면 도움되는 사항2020.10.21
[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③ 감정노동과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2020.10.27
[전현승 노무사의 진폐보상 바로알기]③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산재보상2020.11.03
[곽은정 노무사의 바른산재 길잡이]② 퇴행성 질병도 산재처리가 가능하다?2020.11.10
[권창근노무사의 알기쉬운 인사노무]③ '퇴직금 중간정산' 실무 기초알기2020.11.17
[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③ 직장 내 화학물질에 대한 근로자의 알 권리2020.11.24
[김동규 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③ 백혈병 등 조혈기계질환의 업무상질병 판단 기준2020.12.01
[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④ 업무상 과로·스트레스와 뇌경색 발병 간 상당인과관계2020.12.09
[전현승 노무사의 진폐보상 바로알기]④ 소음성 난청과 산재보상2020.12.16
[곽은정 노무사의 바른산재 길잡이]③ 회식 중에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일까?2020.12.22
[권창근노무사의 알기쉬운 인사노무]④ 2021년 공휴일이 우리 회사에 적용될까?2020.12.30
[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④ 법정의무교육인 산업안전보건교육 "사업장 사고예방 첫걸음"2021.01.07
[김동규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④ 석면노출에 의한 질병의 업무상질병 판단기준2021.01.13
[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⑤ 업무상 과로·스트레스로 기존질환이 악화돼 사망했다면2021.01.19
[전현승 노무사의 진폐보상 바로알기]⑤ 광산 직업병 보상간의 관계2021.01.27
[곽은정 노무사의 바른산재 길잡이]④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도 산재보상이 되나요?2021.02.03
[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⑤ 산업안전보건범죄, 높아지는 처벌 수준2021.02.10
[권창근노무사의 알기쉬운 인사노무]⑤ 공휴일과 노동실무 중요사항 바로 알기2021.02.17
[김동규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⑤ 근골격계질환에 의한 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2021.02.24
뉴스댓글 >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