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공유저작물 이용활성화 정책을 전면 되짚어야 한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08-31 20: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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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신인감독들이 예전 화면들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눈물겹다. 1990년대 외주정책이 들어오기 전까지 대부분 저작물의 저작권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상파가 이를 풀지 않는 한 영상물을 얻을 수 없어 신인감독들은 고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을 하기도 한다.

 

지상파가 일부 허락한 것들 역시 민간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내면 주겠다고 하지만 30초에 200만원(별도 세금 20만원)을 내라는 등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다 보니 모든 저작물의 다른 가격과 조건은 영상제작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된다. 그럼에도 권리자 측면에서의 독점가격 제시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그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금, 시청료, 광고도 봐주고 있는 마당에 방송사가 내라고 하는 턱없이 높은 저작물 사용료는 저작권법을 침해하라고 부추기는 환경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 조은성 감독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포스터.

이는 신탁단체의 사용료 제안도 마찬가지인데 개인별로 허락하는 시장을 조사하여 평균을 내는 형식이 아니라 그냥 신탁단체의 일방적 결정으로 공정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공정 가격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권리자 측에서도 저작물 사용료 시장은 허락 없이 사용하는 사후 보상금 사용료가 신탁단체에서 징수하는 가격이나 사적 합의로 만들어진 저작물 거래시장의 가격보다 더 현저히 낮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전 허락을 하였기 때문에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공익적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권리자 단체가 승인받는 사용료징수 규정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 허가없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보상금 사용료는 권리자들에게 큰 불만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그 보상금 사용료 기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매해 교과용 도서보상금이나 여러 사후보상금 기준이 공시되면 많은 권리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시 신인감독의 고충으로 돌아가 보자. 1990년대 이후에도 방송 분야의 외주제작표준계약서가 널리 보급되기까지 20여년 넘게 방송사는 제작사의 우위에 서서 편성권이라는 힘으로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확보해 왔기 때문에 제작사는 지상파의 허락 없이는 예전 화면을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물 사용료가 턱없이 높다는 데 분노한 신인감독들은 이를 대체할 만한 화면이 있을까 하여 국가기록원이나 영상자료원에 문의하여 예전 화면을 구하려다가 다시 한 번 쓰디 쓴 고배를 마시게 된다. 


즉, 예전 화면을 구하려고 하면 포스터만 남아 있고 필름은 유실되었거나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해 신인감독들은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디지털로 촬영하는 부분에 대해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라는 해석이 있어 결국 권리자를 찾아 별도로 허락을 구하는 수고는 신인감독이 해야 하고, 만일 고아저작물(저작권자를 알 수 없는 저작물)이라도 법정허락제도라는 제도를 이용하느라 상당기간을 허비해야 한다. 


이러한 애로점을 줄이기 위해 민간 운동인 셀수스협동조합이 만들어졌으나 순수하게 이미지와 영상물로 기부받은 것을 요청하면, 나누어주는 형식을 장벽없이 나누어주고자 하여도 서버를 유지하거나 하드웨어 구입값이 만만치 않다. 


국가기록원 등 국가가 가진 저작물을 쓰기 위해 신인감독들은 세금으로 낸 저작물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 심의와 허가 불승인을 견뎌야 하며 그것을 이용하는 범위와 조건도 협소하다. 


예를 들어 ‘1980년~1990년대 즐거웠던 한때’라는 행사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결혼이나 제사 등의 문화양식 영상물을 제작하려고 하더라도, 별도의 디지털화하려는 노력을 신인감독들이 개별적으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본인이 디지털화한 작품을 다시 사용하려고 해도 별도의 허가와 승인을 또 견뎌야 한다. 


많은 신인감독들은 선배들이 이처럼 필요한 최소 문화양식 아카이브도 공동으로 구축해놓지 않고 뭘 했냐고 원망하고 있다. 유일한 민간 자발 콘텐츠 공유 운동인 셀수스협동조합 역시 그러한 목적에서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결성됐지만 몇십 억 공동아카이브를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20여년 후 후배 신인감독들도 똑같이 현재의 허약한 영상제작환경을 물려받아 동일한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처럼 영화제작자가 오랫동안 법인존속력이 부족하여 자기 저작물을 지키고 있을 수 없다면 지금의 신인감독들이 선배가 돼 있을 2040년에도 역시 신인감독들은 이렇게 선배들에게 물어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IT 시대에 이런 고민이 있었음에도 왜 해결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법이란 이와 같이 미래를 위한 적립으로서 공동의 합의를 모을 때 필요한 것이다. 공동아카이브 구축과 국가가 가지고 있는 공공저작물 일체의 사용조건과 범위, 승인과 활용 등 전반에 있어 불편함을 제거하여 누구나 저작물을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디지털로 최초로 복원하는 영상제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공동으로 아카이브를 사용할 수 있게 묶어주며, 공정한 이용조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게 하며, 심의승인과 활용 전반에서 신인감독들의 불편을 걷어내야 한다. 

 

과거의 문화를 기초로 자유롭게 시놉시스를 쓰고 맘껏 영상제작할 수 있도록 신인감독들의 창작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해 주어야만 봉테일같은 현실감 있는 영화, 진정한 기록 차원의 다큐멘터리가 지속하여 등장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영상물은 기록유산적 가치가 높고 시간이 지나면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영화제작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한미 FTA를 통해 영화제작자 중심의 규정이 입법되었다는 것만으로 영상제작환경이 선진화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베른협약을 맨 마지막으로 가입한 미국의 영상제작환경과 우리의 제작환경은 너무 다르다. 우리 영상제작자들을 위해서는 우리 법이 필요하다. 


개인콘텐츠 시대에 공공저작물의 민간 활성화를 추진하고 이에 걸림돌이 되는 저작권 정책을 대폭 수정함으로써, 신인감독들이 비싼 저작물사용료와 예전의 저작물에 접근할 수 없어 고증되지 못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사라지도록 공유저작물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이 시대의 법에서 저작물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가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만든 조은성 감독(셀수스협동조합 조합원)과의 대화를 통해 저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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