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위 물류기업 CJ대한통운…컨테이너 하역업서 철수하나

임준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5 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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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권 반납
인천신항 운영사 선정 후 포기…개장 연기
2011년 CJ 인수·합병 후 항만물류업 ‘찬밥’

[메가경제신문=임준혁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이 창립 90주년을 맞은 현재 컨테이너 항만하역 부문에서 손을 뗄 신호를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국내 1위 컨테이너 화물 처리 항만인 부산항뿐만 아니라, 인천항, 광양항에서 터미널 운영권을 반납하거나, 신규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선정 이후에도 돌연 사업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15일 항만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2009년 4월 부산 북항의 최대 컨테이너터미널인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의 지분 조정 과정에서 66.04%의 지분율을 획득, 최대 주주가 됐다.

 

▲ [사진= 연합뉴스]


당시 주인없는 회사로 불렸던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의 지배 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한 대한통운은 터미널 이름도 ‘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KBCT)'로 바꾸며 부산에서 컨테이너 하역사업을 의욕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신항 개장과 함께 부산 북항의 물동량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줄어든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터미널 운영사간 운송요율 경쟁이 심화되자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와 부산항의 운영·관리 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는 북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운영사 통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6년 11월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감만부두 운영사인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이 참여하는 통합법인 ‘부산항터미널(주)’가 출범했다.

◆부산 북항 터미널 통합 후 명맥 끊겨


부산항터미널(주) 자본금은 570억원이며, 감만부두 운영사의 대주주인 장금상선이 43%로 최대 주주가 됐다. 이어 CJ대한통운 지주회사인 CJKX홀딩스가 42.41%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3개월 간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950억원으로 늘린 이 통합법인은 BPA가 29%로 최대 주주로, 국적 컨테이너선사인 장금상선과 CJKX홀딩스가 각각 25%대, 근해 선사(Intra-Asia)들이 10%의 지분으로 참여하게 됐다.

부산항 관계자는 “통합 당시 북항에는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인접한 곳에 감만터미널과 물류회사 KCTC가 대주주인 우암터미널이 있었다”며 “전술한 통합·지분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CJ대한통운이 부산 북항에 유일하게 운영권을 가지고 있던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신항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항에 있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권을 내놓은 CJ대한통운은 부산항 컨테이너 하역 사업에서 이렇게 철수하게 됐다.

2011년 12월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항만 (컨테이너)하역에 소극적인 대한통운 행보는 더욱 가속화됐다.

CJ에 인수·합병된 후 사명을 CJ대한통운으로 바꾼 이 공룡 물류기업은 부산항에서 항만 하역사업을 할 때 BPA에 내야할 터미널 임대료를 체납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항터미널(주)가 생기기 직전, 다시 말해 신선대부두를 운영하는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라는 법인이 존재할 때의 일이다. 당시 국정감사에 BPA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 8월 말까지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494억원의 임대료를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의 임대료 체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1년 동안 237억원의 임대료를 체납하면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던 전력이 있다. 2013년 12월 밀린 임대료를 납부하면서 체납사태는 일단락 됐다.

 

▲ 부산 북항 터미널 통합 이전의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듬해인 2014년 2월 BPA는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운영사들이 각각 통합하는 조건으로 1년간 임대료 15%를 감면시켜줬다. 해당 조치로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2014년 2월~2015년 1월까지 21억원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

◆신선대부두 운영사 시절 임대료 700억 넘게 체납


현행 항만공사법에서는 임대료 체납으로 강제징수를 해야 할 경우, 공사(PA)가 직접 하지 못하고 관할 시군구에 징수를 위탁하도록 돼 있다.

규정에 따라 BPA는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 첫 번째로 237억원을 체납했던 2012년 당시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부산시 남구청에 강제징수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PA의 이같은 강제징수 요청은 한 두 번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본사와 CJ 측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CJ대한통운은 항만하역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항만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부산항에서 일어난 이같은 현상들은 CJ대한통운이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로 선정된 후 이를 포기했던 초유의 사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CJ가 인수하기 전인 2010년 당시 대한통운은 인천신항 I-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부두운영사 선정을 희망한다며 입찰에 참여했다. 인천신항 I-1단계 개발 사업은 인천항만공사(IPA)가 부두 하부공사에 3203억원을, 부두운영사가 상부공사에 5186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모두 6선석(선박을 대는 장소) 규모의 컨테이너전용터미널 2곳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A, B터미널로 나눠 운영사를 선정했다.

 

▲ CJ대한통운이 운영사로 선정됐으나 사업을 포기했던 인천 신항.


2010년 4월 IPA는 우선협상자 대상 결과 A터미널 운영사로 대한통운을 B터미널 운영사로 인천지역 향토 물류기업인 선광을 선정했다. 선정 후 대한통운의 주인은 CJ로 바뀌었고 공교롭게도 1년 후인 2012년 12월 CJ대한통운은 인천신항 I-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개발 및 운영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인천신항 개발·운영사 선정 후 물동량 핑계로 협약 불이행


2012년 12월 IPA는 인천신항 I-1단계 컨테이너 A터미널 상부공사를 맡은 CJ대한통운이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해당 터미널 운영사로 선정한다는 협약을 해지했다. 인천신항 운영사 선정작업에 참여한 IPA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CJ대한통운은 세계 경제 침체와 완공 후 신항으로의 컨테이너물동량 창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착공 시기를 늦추자는 요청을 했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신항 완공 후 신규 물동량이 창출돼야 투자금액 회수가 조속히 이뤄지는데 2~3년 후 세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두길이가 800m에 달하는 인천신항 A터미널을 다 지어놓고 물량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동량 창출에 대한 의구심 외에도 사업 포기의 다른 이유는 또 있었다.

이 관계자는 “터미널 상부공사를 진행하려 하는데 상수도, 전기 등을 운송하는 배관 설치작업이 어려워 공사에 애를 먹었다”며 “그렇다고 우리 회사가 인천항에서 컨테이너터미널 하역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타 항만의 벌크부두 운영사로 선정돼 하역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IPA는 인천신항 건설 입찰시 차순위자인 한진컨소시엄과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CJ대한통운의 협약 불이행으로 인천신항 I-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공사는 차질이 생겼다. 당초 2013년 1월 착공, 2014년 7월 개장하기로 한 인천신항 1터미널의 착공은 연기돼 B터미널 운영사인 선광이 2015년에서야 부분 개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인천신항 터미널운영사 자리를 스스로 포기한 CJ대한통운이 항만하역 사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철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물류업에 대한 CJ그룹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관전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처음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글로벌 물류업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의지가 다소 떨어져 보인다. 물론 점유율 50%의 과점회사지만 ‘1위 사업자’ 타이틀에만 만족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독립계가 아니다보니 그룹 내 존재감이나 지원의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글로벌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항만시설 공공재, 개인 이윤창출 마인드론 불가”


익명을 요구한 인천항 관계자는 “항만하역 물류사업은 CJ 그룹이 그동안 영위해온 식품,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산업”이라며 “식품처럼 현금흐름이 용이한 것도 아니고 하부공사에 3203억원, 부두운영사가 상부공사에 5186억원을 투입해 완공 후 30년간 운영해도 손익분기점이 나려면 수 년 동안 기다려야 하는 항만하역 사업에 그룹 의사결정자들의 관심이 있을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 상부시설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개시 후 연간 100억원의 부두 임대료가 빠져 나가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CJ대한통운의 인천신항 개발·운영사업 포기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인천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항만 시설은 어느 특정 기관이나 기업(부두운영사), 개인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공익성이 높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수출입 전선의 최일선에 서 있는 공공재다. (IPA와의)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안 되고 당장의 수익성이 없다고 주인(협상당사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건 가진 자의 갑질로 보일 수 있다”며 CJ대한통운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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