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③ 감정노동과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

김태윤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1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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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8년 4월 4일에 선고된 서울고법 2017누32311 판결을 살펴본다.

해당 판결은 콜센터 상담원이 고객에 대해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다가 쓰러져 뇌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함) 진단을 받은 경우 뇌출혈과 재해자의 콜센터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판결이다.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재해자는 2012년 12월 1일부터 A회사에 채용되어 고객센터 상담3그룹 콜센터에서 고객 전화상담 및 통신상품 판촉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통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휴게시간은 점심식사 1시간), 토요일은 격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통상적인 근로시간이었다. 

 

▲ [사진= 픽사베이]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오전 9시경부터 근무하던 재해자는 오전 11시경에 호흡곤란과 손발 마비증상이 나타나 결국 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1주일간 재해자는 2013년 10월 28일 월요일부터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에서 8시간 30분 정도 근무하여(하루 통화 건수는 61건에서 91건, 통화시간은 2시간 51분에서 5시간 12분 정도에 해당함) 총 32시간 30분 근무하였고, 발병 직전인 2013년 11월 1일 금요일부터 2013년 11월 3일 일요일까지 휴가 또는 휴무로 인해 근무를 하지 않았다.

결국 재해자는 ▲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약 39시간 근무하였고, 발병 전 12주간 주당 32시간 30분에서 45시간 30분정도 근무하여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37시간 40분이었고, ▲ 2013년 8월 1일부터 2013년 10월 31일까지 원고가 담당한 상담전화 중 고객불만을 재해자가 직접처리한 횟수는 2013년 8월 14건, 9월 14건, 10월 17건, 11월 0건이고, 상급자에게 이관한 횟수는 2013년 8월 3건이었다.

또한 ▲ 원고가 받은 업무 평가에 의하면 2013년 8월과 9월에는 A등급을 받았다가 같은 해 10월에는 B등급을 받았는데,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원고가 사내 전문가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업무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필요가 있어서 상담품질점수, 마케팅실적, 콜수, 직무점수의 항목에 관한 관리가 필요하였고, ▲ A회사에서 근무하기 전에도 4개의 회사에서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무하였다.

마지막으로 ▲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나이는 만 31세로 2012년 8월 31일 건강검진에서는 이상지질혈증 관리 필요소견을 받은 바 있으며 2013년 3월 12일에는 콜레스테롤 관리 필요 소견을 받았으나, 음주나 흡연 습관은 없었다.

이에 고등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 재해자는 콜센터 상담원으로서 이른바 ‘감정노동자’에 해당하여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곧 기업의 이미지로 직결되므로 응대 방식에 있어서 지나친 친절 강요 및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여야 하는 등 그 업무 자체가 재해자에게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상병 발병일까지 재해자는 약 10년간 동종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히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직전인 10월의 통화량, 통화건수가 그 전 9월에 비해 모두 30%이상 대폭 증가하였고, 이 사건 발병 당일은 월요일로서 다른 평일에 비해 통화량 및 통화건수 모두 40%이상이나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오히려 월요일에 출근하여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강도 및 업무량을 소화하여야 한다는 긴장감 및 압박감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주치의나 제1심 및 이 법원의 감정의가 모두 여러 정황상 업무상 스트레스가 소뇌 출혈, 뇌실내 출혈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학적 견해를 제시하는 점 등으로 볼 때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단은 우리가 외면해왔던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에 대한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산재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고객과 응대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성희롱 등 감정적인 고통을 받아 우울증,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2018년 10월 18일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어 보호되고 있을 만큼 그 보호가 절실한데, 앞으로는 법에 의한 보호보다는 성숙한 시민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노무법인 산재 강원영월지사장 공인노무사 [메가경제=김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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