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한돌 첫 대결서 '신의한수 78수' 불계승...'접바둑' 머신러닝 학습량 한계였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2-19 01: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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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제4국 때도 ‘78수’가 ‘신의 한 수’
한돌, 경험 부족한 접바둑에 당황했나
19일 호선(맞바둑)으로 대결..결과 주목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78수’, 이세돌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국에서 또 한 번 기록한 ‘신의 한 수’다.


이세돌 9단은 18일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렌드 사옥에서 펼쳐진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HanDol)'과의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이세돌이 한돌에 승기를 잡은 ‘신의 한 수’는 78수였다. 그런데 이 ‘78수’는 이미 이세돌이 바둑 AI와 세계적인 기록을 낳은 ‘신의 한 수‘를 기억하게 만든다.


다만 이날 한돌과의 제1국은 객관적인 기력(棋力) 차이를 감안해 이세돌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한 ‘두 점 접바둑’이었다.


앞서 이세돌은 2016년 3월 9일부터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 프로그램을 상대로 상금 100만 달러의 5번기를 진행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그래픽=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벌인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창율 NHN 게임 AI 팀장은 한돌이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세돌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78수는 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수였다"며 "한돌이 그렇게 한 게 너무 의외다"라고 받아쳤다. [그래픽= 연합뉴스]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세기적 대결 전까지만 해도 바둑의 특성상 이세돌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1승 4패로 이세돌의 충격적인 패배였다. 이 대국으로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최초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됐다.


당시 이세돌은 제1국부터 알파고에게 일격을 당한 뒤 3국까지 내리 패했다. 더 이상 바둑기사가 알파고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커졌다. 그러나 이세돌은 제4국에서 이른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로 유일하게 AI를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제5국도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지만 이 한 수는 이후 바둑기사가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이자 마지막 승리로 기록됐다. 알파고는 2017년 5월 당시 바둑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과의 3번기 공개 대국과 중국 대표 5인과의 상담기(단체전)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이번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한돌은 초반 열세를 딛고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세돌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뒤 실수를 거푸 범하며 한순간에 무너지며 결국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 모습을 기자회견장에서 화면으로 중계해 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 모습이 기자회견장의 화면으로 중계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당초 예상보다 한돌이 다소 맥없이 진 승부였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78수 이후 한돌의 프로그램 오류(버그) 가능성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며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돌의 유력한 패인과 관련, 그간 호선(맞바둑)만을 둬오던 한돌이 2점을 먼저 깔아주고 두는 접바둑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돌은 이번 첫 접바둑을 앞두고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연습하며 학습 데이터를 쌓았다. 이에 개발진 내부에서는 3점은 몰라도 2점 접바둑은 어느 정도 기력이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럼에도 이세돌과 첫 접바둑 실전 대국에서 패배하면서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한 AI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 됐다. 인공지능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과정에서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분야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이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세돌 9단이 AI 한돌과 첫 대국에서 불계승 후 인터뷰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AI 한돌과 첫 대국에서 불계승 후 인터뷰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19일 2국은 이세돌과 한돌이 동등하게 맞대결하는 호선으로 열린다. 1국 승리 후 인터뷰에서 이세돌은 "인공지능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호선으로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2점을 깔고 두자니 재미가 없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치수 고치기 대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세돌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조금 허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이세돌 9단 역시 25년 프로 기사 생활에서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세돌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 단지 열흘 동안 연습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결국, 이세돌과 한돌의 제1국 결과를 정리하면, 학습량이 많지 않은 낯선 접바둑 상황에서 이세돌의 임기응변과 유연성이 한돌을 앞섰다고 볼 수 있다.


한돌은 호선에서는 이미 인간이 당해내기 어려운 상대로 여겨졌다. 지금보다 기력이 10% 정도 낮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에도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 호선을 펼쳐 5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한돌과의 제1국이 이세돌의 승리로 끝나면서 19일 열리는 제2국은 맞바둑으로 치러진다. 따라서 맞바둑에서도 이세돌이 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대국은 NHN이 서비스하는 ‘한게임 바둑’이 이세돌 9단 은퇴와 바둑 AI ‘한돌’의 2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개최했다.


NHN과 K바둑, SBS가 주최, 주관하는 이세돌vs한돌 대국은 총 3국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제1국에 이어 19일 제2국은 양재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리고, 마지막 제3국은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오는 21일에 벌어질 예정이다. .


이세돌 9단에 맞서는 한돌(HanDol)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 프로그램이다.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1월 국내 TOP5 프로 기사들과의 대결에서 전승을 기록했으며, 8월에는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처음 참가해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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