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극치'된 양당 비례대표용 정당의 민망한 경쟁 "공천만은 비례(非禮)하지 않기를"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3 00: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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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류수근 기자]이번 4.15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꼼수와 변칙에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위성정당도 본격 출범하면서 이제는 비례대표 공천에 어떤 이름이 오를지 연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자매정당·위성정당으로 불리는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새 선거제 도입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천에 맨먼저 시동을 건 곳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었다.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 16일 비례대표 후보 46명(공천 명단 40명, 순위계승 예비명단 6명)으로 추려 순번을 결정짓고 선거인단 투표까지 마쳤지만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당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돌연 무산되며 막판 제동이 걸렸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당선권’ 밖 후순위 배치에 통합당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명 ‘한선교의 난’으로 불린 비례 후보 공천 파동을 겪었다. 통합당이 전달한 '인재영입' 인사들이 줄줄이 안정적인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거나 아예 명단에서 빠진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은 19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 잡음의 책임을 지고 한선교 대표가 전격 사퇴한 이후 ‘친황(친황교안)’체제로 지도부를 일신했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신임 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임 당 대표로는 5선의 원유철 의원이 추대됐고, 공관위원장으로는 배규한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석좌교수를 인선했다. 반면 공병호 공관위원장은 전격 경질됐다. 이후 미래한국당은 당초 마련됐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의 재조정에 착수했다.


미래한국당은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를 새롭게 꾸린 이후 3일간 일사천리로 공천작업에 속도를 냈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오후 5시에 선거인단 투표를 하고 6시에 최고위원회를 개최해 명단을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4·15 총선 후보등록 일정(26∼27일)을 고려해 추가공모 없이 기존 신청자 531명을 대상으로 공천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병호 공관위에서 결정한 후보 명단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참고하되, 논란이 일었던 인사들은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배제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모(母)정당인 통합당과의 공천 파동으로 '적전분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만큼 미래한국당의 새 명단에서는 통합당 출신 영입 인재들이 당선권에 상당수 배치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명 ‘한선교의 난’으로 불리는 공천 파동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에 휩싸였던 황교안 대표는 자매정당인 한국당의 지도부와 공관위를 ‘친황’체제로 공고히 하면서 리더십 위기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새 공관위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사실상 황 대표의 의중을 투영한 결과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23일 확정될 공천명단에서 '친황 공천'이나 '대리 공천' 색채가 짙게 나타날 경우 정치적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영입 인재들을 당선권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 531명의 기존 신청자 외 친황 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된다면 새 공천 명단 역시 '사천'(私薦)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공병호 전 공관위원장도 통합당을 향해 "선거법 위반과 공천 명단을 수정하면서 탈락하게 된 분들의 줄소송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통합당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진 인사들이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패자부활전'이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통합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은 4·15 총선을 28일 앞둔 지난 18일에야 공식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범여권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의 정도상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웃음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가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은 지난 13일 전 당원 투표 절차를 거쳐 '골목상권(소수정당)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입장을 번복했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는 것을 막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도입 취지인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를 근간으로 한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민주당이 참여하면서 당내외의 비판론이 일었다.


당초 진보·개혁 진영의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비례연합 문제를 협의하다가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비롯해 4개의 원외정당과 비례 연합을 구성함으로써 사실상 '비례 민주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석 차지를 위한 ‘나눠먹기’ 꼼수 경쟁이 벌어지면서 지난해 말 극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사태를 거쳐 통과한 선거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신생 소수정당이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9일 곧바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 착수한 뒤, 26∼27일 4·15 총선 후보 등록일 전에 참여 정당에서 파견한 후보와 시민추천(공모) 후보 등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최종 후보를 가리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이어 20일에는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의 김제선 소장 등 시민단체 인사와 검찰개혁 지지 교수, 법조계와 문화계 인사, 기업가 등 10명의 위원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더시민은 21일 공관위 첫 회의를 열었다. 더시민의 비례대표 후보는 민주당, 원외 소수정당 4곳, 더불어시민당 자체 공모 후보로 이뤄진다.


더시민 공관위는 우선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 등 소수정당과 시민사회계 몫으로 배정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명단을 23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는 22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심사 지연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더시민은 소수정당의 후보들을 1∼4번에, 시민사회계 추천 후보들을 5∼10번에 각각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 후보는 10번 이후부터 '7+α'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공관위는 전날 소수정당들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데 이어 시민사회계 추천 몫의 후보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 뒤 오는 24일 최고위에서 민주당이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들까지 포함, 최종 후보 명단과 순번을 결정하고, 같은 날 권리당원과 대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선거인단의 모바일 찬반투표를 실시해 비례대표 후보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경우 이미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 25명이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후보등록 마감 시한까지 시일이 촉박한 데다 신생 군소정당이 대거 포함된 만큼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다, 민주당이 선택한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이 친문(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인 데다 정의·녹색·미래당 등 주요 원내외 정당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독자적인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일부 원외 소수정당 대표들에 대한 자질 논란마저 제기되면서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범여권의 분열 양상도 가열되는 분위기여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하다가 배제된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의 더시민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고, 민주당 출신인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도 출범했다.


열린민주당은 20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포함한 남성 9명, 여성 11명 등 비례대표 후보 20명이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에 대한 순번은 22∼23일 온라인 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공식 비례연합정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며 ‘형제당 주장’을 펴는 열린민주당에 선을 긋고 있다. 결국 같은 지지층을 놓고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조국 수호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실상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인 여권으로서는 이래저래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4·15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과 관련해 전개되는 비래대표 위성정당 논란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모(母)정당의 희망대로 지도부와 공관위를 하루 아침에 교체하기도 하고 자매정당의 공천명단을 입맛대로 배열하기도 한다. 의석수를 의식해 패스트트랙 정국까지 불사하며 바꿨던 선거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형국도 연출되고 있다.


맹자는 ‘이익’의 정치를 하지 말고 ‘의’의 정치, 곧 정의의 정치를 하라고 했다. 작은 정치가 공익 실현을 핑계로 사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면, 큰 정치는 국가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가지고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을 부정하며 비례당 변칙경쟁 카드를 주저없이 꺼낸 미래통합당이나 이를 견제하기 위해 연합정당의 모양새로 뒤늦게 뛰어든 더불어민주당이나 비례의석을 위한 선거판의 막장드라마 연출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출범은 우리 정치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꼼수 극치'의 상황에서도 어느 쪽이 얼마나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거대 양당의 변칙 비례정당이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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