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최저임금 8720원 "역대 최저 인상률 1.5%"...경영계 "인상 아쉽다" vs 노동계 "역대 최악의 수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4 15: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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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류수근 기자]2021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동결을 원했던 경영계는 인상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고, 노동계는 “역대 최악의 수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보다 130원(1.5%) 늘어난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2만7170원 많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93만명~408만명이고 영향률은 5.7%~19.8%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근거로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안의 제시근거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0.1%),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반영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연도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 연합뉴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주가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노동자 생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상률을 놓고 매년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보다도 1.2%나 낮은 수치다.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8590원)의 전년 대비 인상률도 2.9%로,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16.4%와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2년간은 2.9%와 1.5%로 한 자릿수 초반대를 기록하게 됐다.


최저임금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역대 정부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이명박 정부(2009~2013년)는 5.2%, 박근혜 정부(2014~2017년)는 7.4%, 문재인 정부(2018~2021년)는 7.7%다.



[그래픽= 연합뉴스]
역대 정부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 [그래픽=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 인상률의 결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맞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우선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정부 추천을 받은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져 채택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으며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7표였다.


이날 회의 참석자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노동계는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8410원(2.1% 삭감)을 각각 제시해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여줬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위기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며 팽팽히 맞서 입장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1차 수정안을 제출받은 데 이어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원(인상률로는 0.3∼6.1%)을 제시하고 추가 수정안을 받았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공익위원 안을 냈다.


이날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 스스로 편파성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근로자위원 사퇴 의사도 밝혔다.



[그래픽= 연합뉴스]
숫자로 본 2021년도 최저임금. [그래픽= 연합뉴스]


경영계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1.5% 인상 결정과 관련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기업 경영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저 수준이어도 경제계는 아쉽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한다"며 "노동계도 만족하기 어려운 이런 결정이 내려지게 된 지금의 경제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도 "많은 경제주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상 결정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경련은 "극심한 경제난과 최근 3년간 32.8%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률을 고려할 때 1.5% 추가 인상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울러 청년층,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의 취업난과 고용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한편, 직면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노·사위원 제시안.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아쉽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 완화와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정부의 신속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쉬운 감은 있으나 수용 입장을 밝힌다"고 표명했다.


연합회는 "주휴수당이 의무화된 것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최근 3년간 50%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하로 사업 지속의 희망과 여력이 생기기를 기대했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이 극복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즉각 수립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완 대책이 수반될 수 있도록 연합회 내부의 전열을 정비해 정부와 국회에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심의가 본격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2021년도 최저임금은 인하되어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중소기업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고용유지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을 포함해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및 역할 역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들의 지급능력과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수준.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수준.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자리 지키기 차원에서 최저임금의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 안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정한 데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최저임금위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와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고 혹평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1%),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0.4%),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1.0%)을 합산한 결과라는 공익위원들의 설명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혼 단신 가구가 아니라 복수의 가구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1.0%라는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은 턱없이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너무 실망스럽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 위기 논리와 최저임금 삭감·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는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사퇴 등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안을 포함해 최저임금제도 개혁 투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2021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노동부 장관은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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