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소환한 모차르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07-20 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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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콘서트홀서 만난 '경기필하모닉 앤솔러지 시리즈 모차르트와 이진상'

[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극장의 클래식 공연과 클래식 마니아들의 모임회동인 대관령겨울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클래식 애호가들은 부디 클래식 업계가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며 오프라인 공연이 다시 열리기만을 모두 기다려왔다.


그러한 가운데 경기필하모닉 앤솔러지 시리즈가 이번 회차부터 오프라인 공연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말 설레이는 소식이었다. 또한 레퍼토리와 연주자 모두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더운 날, 상큼한 모차르트의 바람으로 사람들을 위로해 준 연주


일단 레퍼토리가 좋았다. 이날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레퍼토리인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7번은 국내 연주자가 자주 연주하는 곡은 아니었다. 그동안 예술의 전당 등 주요 클래식 극장은 거대하고 화려한 음색 가득한 19세기 말 음악 일색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얌전한 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만과 같이 단원들이 넉넉히 거리를 두어도 좋을 레퍼토리가 시작되는 시도들을 보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27번은 모차르트 특유의 발랄함이나 단순함보다는 오히려 2악장의 서정성이나 3악장의 민요와 같은 인상을 주는 곡인데 35세의 모차르트의 성숙미가 느껴진다. 팬데믹으로 긴장된 나날을 마치 알기에 선택했다는 듯 이진상 피아니스트의 모차르트는 마스크를 써서 늘 공기부족과 두통에 시달리는 서울시민들에게 30여분간 숲속의 신선한 공기와 약효가 잘 듣는 두통약 같은 상큼함을 제공하였다.



이진상 피아니스트. [사진= 이진상 홈페이지 제공]
이진상 피아니스트. [사진= 이진상 홈페이지 제공]


다음으로 당연히 피아노협주곡의 피아니스트가 훌륭했다. 이진상은 그 자체로 브랜드파워가 이미 강한 피아니스트이다. 모든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기량을 스킬과 소리에 집중할 때, 이진상 피아니스트는 그가 보통 때 늘 말해온 것처럼 홀에는 음악만이 남고 연주자는 기꺼이 주목받지 못해도 좋다는 그 진솔한 마음 그대로 관객들앞에 모차르트를 소환한다.


피아노와 연결되어 있는 피노키오처럼 아니 그의 몸과 영혼 그 자체가 소리의 일부가 되는 경지의 연주를, 음의 조정자, 음의 지배자와 같은 여유로움을 기반으로 보여준다. 그의 모차르트 연주 선율은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도자기와 같이 균열하나 없는 소리에 더 나아가 더운 날 계곡에서 느껴지는 청량감과 추운 날 모닥불이 주는 따뜻한 온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는 불혹의 나이에도 아이돌처럼 선굵은 외모가 정말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연주할 때의 퍼포먼스가 클래식 음감회 등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한국 최고의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예를 들어 선율에 항상 몸을 맡기는 움직임이 그러하다. 연주 내내 어느 쪽 관객에게도 등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소통의 몸짓으로 멜로디와 리듬에 몸을 맡겨 부드럽게 움직이는 댄서가 되어주기도 하고, 보이지는 않지만 미래에 올 음악을 미리 예측하는 주술사와 같이 왼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할 때 앞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왼손의 연주가 없는 중에도 왼손으로 지휘를 하거나 소리를 허공에서 어루만지거나 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들은 그가 피아노라는 나무악기와 자신의 몸, 연주하는 공간이라는 세 대의 기차를 음악이라는 천상을 위해 모두 연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모차르트 그리고 이진상


모차르트의 음악은 촌스럽지도 않고 경건하거나 너무 격식을 강요하는 곡은 아니고 이진상의 인상과 비슷하다. 18세기 모든 음악가들의 꿈은 황제의 후원을 받는 음악가, 궁중음악가였던 것 같다.


음악인들의 신분이 대부분 하인이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모차르트가 콜로라도 대주교의 후원을 떠나 프리랜서로서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은 궁중음악이 당시 음악 중 메인음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음악가의 신분은 예나 지금이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적으로 지내면서 작사, 작곡에 전념하고 싶은 욕구가 절실한가 보다. 이진상 피아니스트의 연구 역시 그가 한예종 교수가 된 2018년 이후 더욱 여유로워 보인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모차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진상피아니스트는 클레멘티의 입장에서 모차르트를 해석한다는 것이다.


당시 빈의 요제프 황제는 모든 뛰어난 음악가가 궁중만을 바라보게 하고 창작욕을 불태우게 했다. 이때 클라우, 클레멘티, 체르니,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음악들을 황제에게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무치오 클레멘티는 뛰어난 연주가이면서 작곡가이고 노년에는 악보출판업과 악기제작업 등의 사업으로 부유하게 살았던 자이다. 그리하여 클레멘티 소나타를 듣다보면 모차르트에게는 없는 풍요로움이 있다. 이진상 피아니스트처럼.


1781년, 25세의 모차르트와 29세의 클레멘티가 요제프 황제 앞에서 붙었던 음악경연대회는 당시에 빈 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당시 요제프 황제는 클레멘티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이 경연대회를 열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두 사람은 다양한 형식의 즉흥연주를 하였고 클레멘티의 즉흥연주에서 황제가 경연대회를 마무리하자 평생 클레멘티를 모차르트는 질투했다고 한다.



이진상 피아니스트. [사진= 이진상 홈페이지 제공]
이진상 피아니스트. [사진= 이진상 홈페이지 제공]


그와 같이 모차르트는 권력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당시에 볼프강만큼이나 재능있는 프리랜서 음악가였던 누나, 나넬 모차르트에게 모차르트는 클레멘티 소나타와 같은 경박한 소나타를 연습하지 말라고 서신을 보내기도 하고, 베토벤이 클레멘티를 존경하며 클레멘티의 소나타로 주로 기교연습을 하고 클레멘티에게 영국 독점악보출판권을 주겠다고 하자 베토벤을 저주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모차르트 본인도 마술피리의 서두 부분을 클레멘티의 소나타의 멜로디에서 차용하여 명백한 표절로 당시 지적되었다고 한다. 클레멘티의 소나타는 바르고 경쾌하며 얼굴에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정다운 멜로디로 구성되는데 당시 클레멘티를 많이 의식한 모차르트가 클레멘티풍의 협주곡을 만들었다고 지적받기도 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에게 표절시비가 걸렸었던 마술피리 작곡 후 모차르트는 얼마되지 않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클레멘티는 이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차르트가 더 유명하기 때문에 클레멘티의 소나타에 대해서는 별로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2009년 스위스 취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 우승과 동시에 대회 역사상 최초로 슈만 상과 모차르트 상, 그리고 청중상의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와 함께 음악가로서의 발판을 닦은 이진상은 볼프강 만츠와 파벨 길릴로프를 사사하며 쾰른 국립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실내악에도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진상은 베토벤 트리오 본(Beethoven Trio Bonn)의 피아니스트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18년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동시대 후배들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이제 40세의 불혹을 넘긴 연주자인 그는 모차르트상 수상에 빛나는 국내 모차르트를 가장 잘 해석할 수 있는 연주자로서, 그의 연주에는 모차르트가 나누어주는 서정성과 유쾌함, 클레멘티가 주는 여유로움이 공존한다. 나는 그의 오늘 연주가 예술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 분명히 가지게 해주었다고 믿는다.


얼마 전 나는 '영 아티스트 포럼'에서 연주 기회가 줄어드는 국내 연주자들을 걱정하는 그의 연설을 들었다. 클래식 업계는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공연 콘텐츠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고 영상 연출과 음질 보완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이것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모르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동시대를 사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이진상 피아니스트의 모차르트 연주를 온라인으로 이미 죽은 연주자들의 연주와 똑같이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


국내 최다 협연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진상 피아니스트는 7월 말, 다행히 취소되지 않은 평창 대관령음악제에서 베토벤 등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아름다운 선율과 컬러감 있는 연주를 관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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