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중공업에 기술유용 역대 최대 과징금 9.7억원 부과..."하도급 업체 기술자료 뺏고 거래 끊어"

이승선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7 11:36:27
  • -
  • +
  • 인쇄

[메가경제신문= 이승선 기자]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강압적으로 취득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역대 최대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하도급 업체인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 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0월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요청으로 법인 및 임직원을 이미 고발한 바 있어 추가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진부품 전문기업으로서, 2019년 일본수출규제에 대응하여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도 선정된 기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여 년간 핵심부품 국산화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글로벌 강소 하도급 업체 A사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자사 비용절감을 위하여 해당 기술자료를 타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하고 단가를 인하한 후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풍경.[출처= 연합뉴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풍경. [출처= 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디젤엔진을 개발한 뒤 A사와 협력해 엔진에 사용할 피스톤의 국산화를 요청했다.


독일 기업들과 함께 세계 3대 피스톤 제조사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A사는 해당 피스톤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단독 공급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2014년 비용 절감을 위해 A사 몰래 B사에 피스톤 공급을 위한 제작을 의뢰했다.


B사의 피스톤 제작 실사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미비점이 발견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A사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A사는 자료를 주지 않을 경우 피스톤 양산 승인을 취소하거나 발주 물량을 통제할 것이라는 현대중공업의 압박에 결국 A사는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의 피스톤 생산 이원화 추진 계획은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다.



A사와 B사의 작성 자료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오기.[출처= 공정거래위원회]
A사와 B사의 작성 자료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오기.[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된 자료는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A사에는 빈 양식을 보내면서 자료 작성을 요청한 반면 B사에는 A사가 관련 내용을 모두 기입한 기술자료를 보냈다.


또한, B사가 작성한 자료에서는 A사가 작성한 것과 동일한 오기가 동일한 위치에서 발견됐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A사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해 2016년 피스톤 생산 이원화를 완료했고, 이후 A사에 피스톤 단가 인하의 압력을 가했다. 3개월간 단가를 약 11% 인하했다.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생산 이원화 이후 1년 뒤인 2017년 A사와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B사로 거래처를 변경했다.



A사에 작업표준서를 요구하면서 양산 승인 취소를 언급한 전자우편.[출처= 공정거래위원회]
A사에 작업표준서를 요구하면서 양산 승인 취소를 언급한 전자우편.[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우선 정당한 사유없는 기술자료 요구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대중공업은 이원화 진행1년 3개월(15년 3월~16년5월)동안 제품에 불량이 있음을 언급하거나 요구목적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A사에게 작업표준서와 지그(Jig) 개선자료를 요구하여 제공받았다. 이어 A사에게 작업표준서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현대중공업의 갑질로 막대한 피해를 본 A사는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으로 위 자료들을 요구했다“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요구도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그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 과 A사, B사의 사건경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 과 A사, B사의 사건경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A사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지적했다 .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A사에게 4M(인력, 장비, 재료·부품, 공정) 관련보고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포괄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이를 제공하지 않을 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고 하여 A사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요구에 정당한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여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연합뉴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게 과징금 9억 7000만원의 부과를 결정했다. 이 과징금은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해 그동안 부과된 최대 액수이며, 과징금 기준금액이 상향된 산(新)과징금 고시(제2018-18호)에 근거,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 첫 번째 사례이다.


기술자료 유용행위는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특징이 있으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되어 6억 원 ~ 10억 원의 과징금 부과된다.


이러한 조치는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기술자료 유용행위 근절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할 것이다” 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메가경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