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미사일지침 개정]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우주개발 촉진제 기대감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9 01: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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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미사일지침 개정…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청와대 "다양한 형태 우주발사체 개발·생산·보유 가능"
대형 고체로켓 추진기관 개발…저궤도 군사위성 발사

[메가경제신문= 류수근 기자]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연구·개발에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돼온 한미 미사일 지침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2020년 7월 28일 오늘부터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20년 미사일지침 개정을 새롭게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어 “1979년 우리 정부가 ‘한미 미사일 지침’을 채택한 이래 대한민국은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는 제약 하에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2020년 7월 28일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업과 연구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들은 기존의 액체연료뿐만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에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연료 무게당 낼 수 있는 추력이 액체연료가 고체연료보다 우수해 우주발사체에는 주로 액체연료 로켓이 사용된다. 다만 액체연료는 주입 등 발사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려 군사용 미사일에는 고체연료가 많이 사용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군사용과 민간용을 포함해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는 추력이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100만 파운드·초'에 묶여있었다.


2013년 발사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2단부도 추력 '100만 파운드·초'에 맞춰 개발되는 등 국내 고체연료 연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멈춰선 상태였다.


하지만 지침 개정으로 앞으로는 고체연료를 활용해 우주 발사체를 연구·개발, 생산, 보유할 길이 열리면서 선택지가 많아지고 확장성도 커지게 됐다.


특히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공을 들여온 국내 우주개발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력을 증가시키는 보조추진체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연구 등이 활발해지며 누리호의 활용도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픽= 연합뉴스]
우주발사체 고체연료와 액체연료의 차이점. [그래픽= 연합뉴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군사용 탄도미사일, 군사용 순항미사일, 우주발사체 등 3개 분야로 크게 나뉜다.


군사용 탄도미사일 분야의 경우, 2012년 개정을 통해 군사용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800km까지 확대됐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 3차 개정을 통해 탄두 중량은 무제한으로 확대됐다. 그 전에는 사거리가 800km였고, 탄두는 500kg에 묶여 있었다.


김 차장은 “우리가 현무-4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테스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탄두 중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한 지침 개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린 ‘현무-4’는 전술핵급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로 사거리 800km, 탄두 중량 2t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첫 시험발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현무-4의 발사 성공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군사용 순항미사일 분야의 경우, 2001년 1차 개정에서 사거리가 300km 이하이면 탄두 중량은 무제한이고, 탄두가 500kg 미만이면 사거리가 무제한이 됐다. 이러한 순항미사일의 탄두와 사거리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규정 범위 안에서 최고 수준의 현무-3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청와대는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액체 1단 로켓을 이용해 2009년 8월 25일 발사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청와대는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액체 1단 로켓을 이용해 2009년 8월 25일 발사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우주발사체 분야의 경우, 2001년 1차 개정 이래, '총 역적 능력' 100만 파운드·초 이하를 가진 보조추진단과 ‘위성 아포지 모터’를 제외하고는 고체추진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한을 받아왔다.


'총 역적 능력(total impulse capability)‘은 로켓 엔진이 낼 수 있는 총 에너지의 양이며 보조추진단은 메인 로켓이 아니라 1단계 발사체의 추력을 높여주는 소형 로켓이다. 또 위성 아포지 모터(apogee-motor)는 발사체 3단계에서 위성을 최종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사용되는 소형 로켓 엔진이다.


우주발사체가 우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1초 곱하기 5000~6000만 파운드?초’에 달하는 역적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제한은 100만 파운드·초였다.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필요한 총 에너지 양의 1/50~1/60 수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제약 아래에서는 의미있는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하우스 대 하우스로 직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지 9개월만에 성사됐다.


김 차장은 이번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이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갖다 줄지에 대해서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 이번 개정은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의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나간다면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활용한 저궤도(지상에서 500~2000km) 군사 정찰 위성을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 필요에 따라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하는 일명 ‘언블링킹 아이(unblinking eye·깜빡이지 않는 눈)’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 연합뉴스]
한국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 아리랑 3A호, 아리랑 5호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군용 정찰 위성은 단 한 대도 없다. 아리랑호는 판독 기능이 충분하지 않고 상공 순회 주기도 12시간이나 돼 군사적인 효용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김 차장은 “군사 기밀사항이라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조만간 우리 군의 우수한 판독 능력을 갖춘 저궤도 군사 위성을 다수 보유하게 되어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우리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은 우리가 전작권을 환수하고,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과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를 구축해 나가는데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우리 민간 기업들과 개인들, 특히 우주산업에 뛰어들기를 열망하는 젊은 인재들을 우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차장은 “저는 감히 이번 개정으로 우주 인프라 건설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됨으로써 한국판 뉴딜 정책이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길이 열렸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2018년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600억 달러였으나 2040년도에는 약 1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우주발사체의 시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이끄는 경향이다.


지난 7월 20일 아랍에미리트(UAE) 화성탐사선 ‘아말’은 일본 민간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생산한 ‘H-2A’ 우주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또 7월 21일 우리 군의 첫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는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우주발사체로 발사됐고, 7월 23일에는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인 ‘텐원 1호’가 중국 국영 운반로켓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창정 5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김 차장은 “이번에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제거하게 됨으로써 이제 우리도 다른 우주개발 선진국들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액체연료형, 고체연료형, 하이브리드형 모두를 자유롭게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발사체가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이 개발한 한국산 우주발사체로 우리가 제작한 위성을 쏘아올리고, 세계 각국의 위성과 우주탐사선을 우리가 개발한 우주발사체로 우주로 쏘아 올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날도 곧 올 것”이라며 “한국판 스페이스X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67년 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한미동맹의 협력 무대가 우주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것”이라며 “미사일지침 개정은 더욱 부강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발전을 위한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IT산업 발전을 위한 초고속인터넷 고속도로를 건설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우주산업과 4차산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더 강력하게 정확한 미사일방어체계, 신형 잠수함과 경함모, 군사위성을 비롯한 방위체계로 우리 군이 어떠한 잠재적 안보 위협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도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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