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KB·신한 전주 집결…증권·운용사 금융영토 넓힌다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4 17:58:09
국민연금 1848조원 운용시장 주목…KB증권·신한투자증권도 기관영업 거점 확보
위탁운용사 선정에 전주 가점 1점…금융위 내년 세종 이전에 업무지도 변화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 전주로 금융회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계열 운용사들과 공동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도 증권·자산운용 계열사의 현지 업무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16곳이던 국내외 금융기관 전주사무소는 이달 38곳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가점 도입과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 강화가 맞물리면서 전주가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업무거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4일 국민연금공단과 금융투자업계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전주에 사무소를 개설한 국내외 금융기관은 지난해 말 16곳에서 지난 12일 기준 38곳으로 22곳 증가했다. 증가율은 137.5%다. 연말까지 추가 개소가 예정된 기관을 포함하면 49곳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전주사무소의 전체 근무인력은 152명이며, 이 가운데 현지 상주인력은 87명이다. 금융회사들의 진출이 빠르게 늘면서 사무소 확대가 실제 위탁운용 수주와 기관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삼성 운용 3사 공동 입주…KB·신한은 증권까지 확대

최근 전주 진출 움직임에서 주목되는 것은 삼성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동반 진출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2일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근에서 전주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도 같은 사무소에 입주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운용을,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액티브 투자를, 삼성SRA자산운용은 부동산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운용 분야의 계열사들이 한곳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국민연금과의 업무 협의와 투자 관련 정보 교류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지난 7월 전북 KB금융타운을 개소하고 KB자산운용과 KB증권 등의 업무거점을 확보했다. 신한금융도 전북혁신도시에 금융허브를 조성하고 신한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의 현지 업무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금융은 우리WON금융타운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연기금 관련 업무를 연계하고 있다. NH농협금융도 NH-아문디자산운용 전주사무소를 기반으로 금융허브 구축을 추진해 왔다. 한화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 등도 전주에 업무거점을 두고 있다.

금융그룹별 진출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은 운용 계열사 간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KB와 신한은 자산운용뿐 아니라 증권사의 기관영업까지 현지 업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주 진출이 개별 운용사의 연락사무소 설치를 넘어 금융그룹 차원의 기관투자자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회사별 상주인력과 수행 업무, 실제 거래 실적은 서로 다르므로 진출 규모만으로 사업 성과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 국민연금 1848조원…전주 거점 가점 1점이 변수

금융회사들이 전주에 주목하는 가장 큰 배경은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약 1848조7000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대형 기관투자자인 만큼 국내외 금융회사에 중요한 사업 상대다.

전체 기금 규모와 실제 위탁운용 시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일부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일부를 국내외 외부 운용사에 맡긴다. 지난 5월 말 기준 금융부문 위탁운용 규모는 약 95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운용사에만 맡긴 자금이 아니며, 이미 외부 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자금도 포함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 1848조7000억원 전체가 금융회사들의 신규 수주 대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 기회는 자산별 신규 위탁운용사 선정 규모와 운용계약, 기관거래 수요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도입된 전주 거점 가점 제도도 자산운용사들의 현지 진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국내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 전주 거점 여부를 반영하는 가점 1점을 신설했다. 이후 국내 인프라와 사모투자 분야에도 관련 평가 기준을 확대했다.

운용사 간 평가점수가 비슷할 경우 가점 1점은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을 준비하는 운용사에는 전주사무소 설치가 고려할 만한 요소가 된 셈이다.

그러나 가점이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 적용되는 제도로, 증권사의 주식·채권 매매 중개 등 기관영업에 동일하게 부여되는 혜택은 아니다.

위탁운용사 선정에서도 투자전략과 과거 운용성과, 전문인력, 위험관리 역량 등 본래의 평가 요소가 중요하다. 전주에 사무소를 설치했다고 위탁운용사 선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 운용사는 위탁자금, 증권사는 기관거래…수익구조 달라

전주에 진출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국민연금을 주요 기관투자자로 상대하지만 사업 방식과 수익구조는 다르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자금을 맡아 주식·채권이나 대체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운용보수를 받을 수 있다. 신규 위탁운용자금을 확보하면 운용자산과 보수 수익을 늘릴 기회가 생긴다.

반면 증권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채권 매매 중개, 금융상품 공급, 투자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한다. 기관거래를 확보하면 중개 수수료 등 관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전주 진출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을 상대하는 금융그룹의 업무가 자산운용사 중심에서 증권사의 기관영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거점은 국민연금과의 대면 협의, 투자 수요 파악, 운용 현안 대응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서울 본사의 리서치·상품·영업 조직과 국민연금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도 기대된다.

그러나 사무소 개설만으로 신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거래상대방 선정 기준과 금융회사의 서비스 경쟁력 등이 실제 거래 여부를 좌우한다.

운용사는 신규 위탁운용자금과 운용보수 증가 여부를, 증권사는 기관거래 실적과 관련 수수료 수익을 통해 전주 진출의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 전주사무소 38곳…상주인력 87명, 운영 실효성 과제

전주사무소가 빠르게 늘면서 현지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 수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주에 사무소를 개설한 국내외 금융기관은 38곳이다. 지난해 말보다 22곳 증가했다.

현재 이들 사무소의 전체 근무인력은 152명이며, 이 가운데 상주인력은 87명이다. 전체 근무인력 대비 상주인력 비중은 약 57.2%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전주에 확보한 인력 규모와 실제 현지 상주인력 규모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상주하지 않는 인력이 모두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금융회사는 현지에 1~2명의 인력을 두는 소규모 사무소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러한 거점은 국민연금과의 대면 협의나 업무 연락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운용과 리서치, 기관영업 등 주요 기능을 현지에서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전문인력의 확보뿐 아니라 보안·전산시설, 회의공간 등 금융업무에 적합한 사무환경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금융회사 유치와 함께 현지 금융생태계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투자 플랫폼 관련 워크숍이 전주에서 열렸고,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협의회와 설명회도 개최됐다. 지난 9월에는 전북국제금융컨퍼런스와 금융시장 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전주가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로 자리 잡으려면 사무소 개설뿐 아니라 전문인력의 지역 정착과 금융업무 수행 기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 글로벌 금융사도 전주 주목…기관투자자 접점 확대

전주를 향한 움직임은 국내 금융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운용사와 대체투자 전문회사들도 국민연금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전주에서 투자 관련 행사와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블랙록은 전주에서 통합자산관리 플랫폼 '알라딘'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오는 11월에는 블랙스톤이 참여하는 투자전략 대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민연금이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투자정보 교류와 기관투자자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글로벌 금융회사가 전주에서 행사를 개최하거나 국민연금과 협력한다고 해서 모두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무소 개설 여부와 상주인력, 수행 업무는 구분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기관금융 시장에서 글로벌 운용사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다양한 투자전략과 운용 경험을 접할 기회가 확대되는 셈이다.

◇ 금융위 내년 세종 이전…금융회사 업무지도 변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전주에 금융회사들의 업무거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도 금융투자업계의 업무환경을 바꿀 변수로 떠올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2027년 하반기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과 자본시장 제도, 금융투자업 인허가 등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금융회사 본사가 집중된 서울 여의도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에 이어 금융정책 당국이 세종으로 이동하면 금융회사들이 정책 협의와 기관영업을 수행하는 업무 동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금융회사들의 전주 진출을 직접적으로 촉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움직임은 각각 금융정책 행정체계 개편과 국민연금 관련 기관금융 업무 확대라는 별도의 배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무소 숫자보다 실제 수주·거래 성과가 관건

금융회사들의 전주 진출 확대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기관금융 업무거점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 계열 운용사들의 공동 사무소 개설과 KB·신한금융의 증권·자산운용 거점 확대는 금융회사들이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민연금의 전주 거점 가점 제도도 운용사들의 현지 진출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소를 설치했다고 신규 위탁운용자금 확보나 기관거래 증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 성과는 운용사 선정 결과와 기관거래 실적, 전문인력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향후 전주 진출 경쟁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분명하다. 자산운용사는 신규 위탁운용 수주와 운용보수 확대를, 증권사는 기관거래와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결국 금융회사들의 전주 진출이 단순한 사무소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성장과 지역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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