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59시간 세워둔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322억 인천 청라 화재' 배터리 결함 공방 본격화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2 11:13:27
메리츠화재, 벤츠 상대 322억원 구상금 소송…법원 '결함 추정' 근거 주목
배터리 공급사 중국 파라시스, 품질관리 도마…美 EQB 리콜 사례 '주차 중 화재 가능성' 명시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59시간 동안 충전도 운행도 하지 않은 메르세데스-벤츠(벤츠) 전기차에서 2024년 8월1일 새벽에 시작된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가 차량과 배터리 결함 여부를 가리는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재판부가 첫 변론부터 제조물책임법상 ‘결함 추정’ 규정을 거론하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는 당시 사고 차량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의 품질 관리와 공정 안정성을 둘러싼 검증 필요성도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진=챗GPT4]

 

벤츠가 앞서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또 다른 전기차 모델 EQB를 미국에서 ‘주차 중 또는 주행 중 화재 가능성’을 이유로 대규모 리콜한 사실도 파라시스 배터리의 품질 신뢰성에 의문을 키우는 대목이다.

 

청라 화재 차량인 EQE 350+와 리콜 대상인 EQB는 차종과 배터리 팩 사양이 달라 동일한 결함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차량 모두 파라시스가 배터리를 공급했다는 점에서, 벤츠의 글로벌 화재 대응 사례와 파라시스 배터리의 품질 관리 문제가 이번 소송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파라시스 배터리·BMS까지 검증대…322억원 규모 '구상금' 소송전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핵심은 장시간 주차된 전기차에서 외부 충격이나 충전 없이 발생한 화재에 대해 제조사가 차량과 배터리의 정상성을 어디까지 입증해야 하느냐에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같은 공급사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의 화재 위험이 확인돼 리콜 조치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배터리 팩 교체로 강화된 점도 맞물리면서, 배터리 제조 공정과 BMS, 완성차 업체의 안전 설계까지 검증대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지난 8월 28일 메리츠화재가 벤츠 등을 상대로 제기한 322억원 규모의 구상금 청구 소송 첫 변론을 진행했다. 보험금 지급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는 2024년 8월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벤츠 EQE 350+에서 발생했다. 불은 주변 차량과 시설로 번져 차량 87대가 전소되는 등 800대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약 8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로 대규모 이재민도 발생했다.

 

◆ 59시간 멈춘 벤츠서 불…'결함 추정' 법리에 벤츠 입증 부담

 

사고 차량의 상태도 핵심 쟁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차량은 충전 없이 약 59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주차돼 있었고, 외부 충격 흔적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화재는 이를 근거로 배터리 결함과 BMS·화재 경고 기능 미작동이 사고와 피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벤츠 측은 차량 결함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제3의 요인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재가 대규모로 확산한 과정에서도 아파트 시설 관리 등 다른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첫 변론에서 제조물책임법의 ‘결함 추정’ 규정을 언급하며 벤츠 측에도 적극적인 소명을 요구했다.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손해가 발생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만큼 결함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음 변론은 오는 11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파라시스 배터리의 품질 관리 수준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파라시스는 과거 리콜 사례 등을 감안하면 고에너지밀도 삼원계 배터리의 품질 관리와 공정 완성도 측면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 수준의 신뢰성을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하이니켈 계열 배터리는 미세한 공정 편차에도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규모 양산 경험과 품질 제어 역량이 중요하다”며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벤츠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소송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며 “벤츠코리아는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 앞서도 파라시스 배터리 품질 도마…청라 벤츠 화재 소송 '안전성 공방' 확산

 

해외에서 진행된 벤츠 EQB 리콜은 청라 화재와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2월 미국에서 EQB 250+, EQB 300 4MATIC, EQB 350 4MATIC 등 총 1만1895대를 리콜했다. NHTSA는 고전압 배터리 내부 고장 시 주차 또는 주행 중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시 배터리 공급업체 역시 파라시스였다. NHTSA 문서에는 생산 공정 편차로 일부 배터리 셀이 스트레스에 취약해 내부 단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벤츠 측 분석도 담겼다.

벤츠는 2025년 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응했지만 이후 해외에서 열적 사고가 추가 보고되면서 리콜 수위를 높였다.

 

같은 해 11월 유럽에서는 리콜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차량에서 화재 2건이 발생했다.

 

벤츠는 추가 조사 끝에 소프트웨어만으로 열적 사고 위험을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1월 30일 특정 생산기간의 고전압 배터리 전체 교체를 결정했다.

NHTSA는 수리가 끝날 때까지 차량을 건물에서 떨어진 야외에 주차하고 충전량도 80% 이하로 제한하도록 안내했다. 다만 해당 EQB 리콜 사태가 청라 화재 EQE 350+의 결함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 모델은 차종과 플랫폼, 배터리 팩 구조 및 적용 사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파라시스 공급을 통한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한 다른 전기차에서 실제 화재 사례를 조사한 뒤 ‘주차 중 화재 가능성’을 공식 리콜 사유로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배터리 전체 교체까지 결정한 사례는 이번 청라 화재 소송에서 배터리 안전성과 완성차 업체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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