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풀고, 지분도 팔아라"…행동주의 펀드, 기업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5 08:52:27
트러스톤, 태광산업 배당·자사주 넘어 이사회 의사결정까지 검증 요구
행동주의 펀드,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 확산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소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기업 압박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넘어 인사와 투자,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과 주요 자산 매각까지 요구하면서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권 행사는 자본시장에서 보장된 정당한 권리지만,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핵심 경영 판단에 대한 압박이 반복될 경우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개입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AI]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3일 태광산업에 이사회 및 산하 위원회 의사록 열람·등사를 청구하고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촉구했다. 대표이사 선임과 대규모 투자 결정이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트러스톤은 대표이사 인사와 투자계획이 이사회 결의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룹 경영협의체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이사회는 사후 승인에 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트러스톤은 앞서 지난 7월에도 2030년까지 배당성향을 40%로 높이는 로드맵과 5대 1 이상의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제안했지만 주요 안건은 부결됐다.

양측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태광산업은 지난 9월 트러스톤의 공개 주주서한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트러스톤은 정당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지분 규모도 논란거리다. 태광산업이 밝힌 지난 6월 말 기준 트러스톤의 직접 보유 지분은 1.3%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공동보유 지분은 5.04%로 알려졌다.

다만 이사회 의사록 열람과 감사 요구는 법률상 인정되는 주주권 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의사결정의 적법성 검증을 넘어 기업의 인사와 투자 판단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개입 논란은 결국 주주권 행사와 기업 경영 자율성 사이의 경계 문제로 귀결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기업가치 제고 수단이지만, 투자계획과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요구는 중장기 성장 재원 확보와 충돌할 수 있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반드시 기업의 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투자계획과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는 중장기 성장 재원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가 경영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사와 주요 투자 결정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주주의 감시와 견제는 존중돼야 하지만, 주주권이 기업의 모든 경영 판단을 대신하는 권한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성과로 검증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 어린이집 운영교육 전국 확대…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강화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이 데이터 기반 어린이집 운영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교육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실제 지도점검 사례를 활용해 현장의 운영 전문성과 안전관리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 지난 14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을 대상으로 운영

2

오비맥주, 제주 섭지코지서 해변 정화 활동…지역사회와 환경보전 나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오비맥주가 제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 및 환경보전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섭지코지 일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해변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활동은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성산읍 마을협동조합, 성산읍 신양리 마을회 등과 공동으로 마련

3

NH농협생명, 파주 오디 농가서 가을철 일손돕기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NH농협생명이 가을철 농촌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경기도 파주시 오디 농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15일 NH농협생명에 따르면 김기동 마케팅지원부문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 명은 파주시 소재 오디 농가에서 하반기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은 상반기 영농철에 이어 가을철에도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