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 확산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소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기업 압박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넘어 인사와 투자,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과 주요 자산 매각까지 요구하면서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권 행사는 자본시장에서 보장된 정당한 권리지만,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핵심 경영 판단에 대한 압박이 반복될 경우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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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개입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AI]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3일 태광산업에 이사회 및 산하 위원회 의사록 열람·등사를 청구하고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촉구했다. 대표이사 선임과 대규모 투자 결정이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트러스톤은 대표이사 인사와 투자계획이 이사회 결의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룹 경영협의체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이사회는 사후 승인에 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트러스톤은 앞서 지난 7월에도 2030년까지 배당성향을 40%로 높이는 로드맵과 5대 1 이상의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제안했지만 주요 안건은 부결됐다.
양측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태광산업은 지난 9월 트러스톤의 공개 주주서한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트러스톤은 정당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지분 규모도 논란거리다. 태광산업이 밝힌 지난 6월 말 기준 트러스톤의 직접 보유 지분은 1.3%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공동보유 지분은 5.04%로 알려졌다.
다만 이사회 의사록 열람과 감사 요구는 법률상 인정되는 주주권 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의사결정의 적법성 검증을 넘어 기업의 인사와 투자 판단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개입 논란은 결국 주주권 행사와 기업 경영 자율성 사이의 경계 문제로 귀결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기업가치 제고 수단이지만, 투자계획과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요구는 중장기 성장 재원 확보와 충돌할 수 있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반드시 기업의 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투자계획과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는 중장기 성장 재원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가 경영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사와 주요 투자 결정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주주의 감시와 견제는 존중돼야 하지만, 주주권이 기업의 모든 경영 판단을 대신하는 권한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성과로 검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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