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식품업계 '담합 정조준'…국감 직후 조사 착수에 '보복성' 뒷말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5 09:51:06
대상·오뚜기·CJ제일제당 등 5일간 현장조사…김치·두부·즉석밥 등 6개 품목 대상
최은석 의원, 국감서 주병기 위원장 기업관 비판…업계 일각 조사 시점에 의구심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담합 조사에 착수하면서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치와 두부, 즉석밥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의 가격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지만, 국정감사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기업관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직후 조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감에서 주 위원장을 비판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대표를 지낸 CJ제일제당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조사 착수 시점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앞서 식품 분야 담합 조사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국감과 이번 조사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대상과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김치와 두부, 유지류, 선물세트, 즉석밥류, 장류 등 6개 품목이다. 공정위는 2018년 이후 업체 간 가격 담합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20년부터 제조업체가 대형마트와 대리점 등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이나 할인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이달 초 출범한 중점조사기획단의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점조사기획단은 2005년 폐지된 공정위 조사국 기능을 이어받아 21년 만에 신설된 조직이다. 기존 중점조사팀을 약 40명 규모로 확대 개편했으며,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공정위는 조직 출범 이전부터 민생물가와 직결되는 분야의 담합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논란은 조사 착수 시점에서 불거졌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주 위원장이 교수 시절 재벌의 세습경제를 비판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현재도 같은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지 질의했다.

 

최 의원의 질의에 주 위원장은 과거 발언에 표현이 과도한 측면은 있었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같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자신을 반기업·반시장 인사로 규정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시장경제의 주인공은 기업이고 공정위는 심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같은 공방이 벌어진 지 이틀 만에 공정위가 식품업계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사 시점을 둘러싼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 의원이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보복성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감에서의 발언과 조사 착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공정위는 올해 2월 설탕을 시작으로 밀가루와 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분야의 담합 사건을 잇달아 제재해 왔다. 이들 3개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1조82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일에는 CJ제일제당과 대상, 샘표, 풀무원, 사조대림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장류 담합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달 6일에도 bhc와 BBQ, 교촌치킨 본사를 조사하는 등 식품업계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넓혀왔다.

 

이번 현장조사 역시 기존의 민생물가 안정 및 담합 근절 기조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잇따른 조사와 제재에 따른 경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동일 업체가 반복적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데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담합 혐의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식품 가격은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에너지, 인건비, 물류비, 유통 판촉비 등 다양한 비용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가격 인상 자체를 담합의 근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조사의 관건은 가격 담합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 확보 여부다. 공정위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의 객관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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