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⑦] 중국이 광물 잠그면 공장 멈춘다…K첨단산업 ‘공급망 전쟁’ 본격화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6 10:26:07
포스코퓨처엠·고려아연, 광물부터 소재·재활용까지 밸류체인 구축
LG화학·SKC도 공급망 다변화…‘탈중국 비용’ 넘어 경제안보 경쟁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산업들의 공통된 고민은 하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확보해도 핵심 소재와 광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라인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산업 경쟁의 전장이 기술 개발에서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광물을 전략 자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 경쟁력’과 함께 ‘자원 안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 7대 미래산업의 마지막 축은 '첨단 공급망'이다. [사진=AI]

정부가 7대 미래산업 전략 가운데 마지막 축으로 ‘첨단 공급망’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 안정화를 위해 정·제련 기술 고도화와 재자원화를 추진하고, 10대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확대와 비축 품목 확대 등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내재화에 나서고 있고, 고려아연은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핵심금속 공급망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LG화학과 SKC 역시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광물부터 리사이클링까지’ 배터리 독립망 구축

공급망 내재화 경쟁의 선두에는 포스코그룹이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원료 확보부터 소재 생산,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 산업은 중국산 광물과 소재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흑연과 일부 핵심 원료는 중국 영향력이 큰 분야로 꼽히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자원 확보와 국내 가공 역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리튬·니켈 등 핵심 원료 확보부터 양극재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구축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ESS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LFP 양극재 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단계적으로 최대 연산 5만톤 규모 생산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배터리 소재 경쟁력은 단순 생산능력이 아니라 원료 확보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는 기업이 글로벌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제련 기술이 ‘전략산업 무기’로 부상

공급망 경쟁에서 고려아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핵심은 제련 기술이다. 광물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첨단산업에 사용할 수 없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순도 금속으로 정제하는 과정이 필수다.

중국이 핵심광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 역시 단순한 광산 보유량이 아니라 글로벌 정·제련 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듐,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 전략금속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방산 분야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 공급망 안정화가 목표다.

폐배터리와 전자폐기물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자원순환 사업 역시 새로운 성장축으로 꼽힌다.

‘도시광산’ 시대가 본격화되면 채굴보다 중요한 경쟁력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금속을 다시 회수하고 정제하느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SKC, 소재 공급망 다변화 승부

LG화학과 SKC도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원료 조달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SKC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미래 산업용 소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 경쟁은 ‘중국 배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나 수출 제한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탈중국 비용’ 누가 감당하나…공급망 자립의 현실 과제

하지만 공급망 독립에는 비용이 따른다. 값싼 중국산 원료 대신 다른 지역에서 광물을 확보하거나 국내 정제 비중을 높이면 생산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안보만을 이유로 높은 비용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국산화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반도체·배터리·방산 등 생산 중단 시 국가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선별하고 해외 광산 투자, 장기 구매계약, 우방국 협력, 비축, 재활용을 조합하는 공급망 전략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 SEED는 앞선 여섯 산업을 떠받치는 ‘뿌리’다. SMR과 핵융합에는 극한환경 소재가 필요하고, 재생에너지에는 구리와 희토류가 들어간다. 양자와 반도체에는 초고순도 소재가 필요하며 우주·항공에는 특수합금과 복합재가 필수다.

지난 제조업 경쟁이 ‘누가 더 잘 만드는가’였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필요한 것을 끊기지 않고 확보하면서 만들 수 있는가’로 이동한다.

정부는 7개의 씨앗을 뿌렸다. 하지만 10년 뒤 이 씨앗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는 결국 기업들의 공급망 경쟁력에 달렸다.

포스코퓨처엠은 소재를, 고려아연은 금속을, LG화학과 SKC는 첨단소재를 담당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미래산업의 승자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멈추지 않게 할 자원을 가진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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