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넘어 ‘미래산업 동맹’으로…핵심광물·AI·그린에너지 협력 확대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7-31 08:03:52
"서로에게 '첫 번째'를 선물한 특별한 파트너"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국과 칠레 경제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이어온 20여 년의 협력 관계를 핵심광물과 인공지능(AI),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의 첨단 제조·디지털 기술과 칠레의 풍부한 광물·재생에너지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칠레산업협회(SOFOFA)와 공동으로 3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칠레 공식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22명이 참석해 미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한국과 칠레가 미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ai]

한국 측에서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겸 한·칠레 경제협력위원장을 비롯해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구자은 LS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류재철 LG전자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자리했다.

칠레에서는 파트리시오 토레스 외교부 차관과 파울라 에스테베스 국제경제 차관,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스 무역청장 등 정부 관계자와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산업협회 회장, 수사나 히메네스 칠레생산상업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우현 회장은 기조 발언에서 “칠레는 한국 최초의 FTA 체결국이고, 한국은 칠레 최초의 아시아 FTA 체결국”이라며 “양국은 서로에게 ‘첫 번째’를 선물한 특별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FTA 체결 이후 20여 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핵심광물과 첨단기술·디지털,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산업협회 회장도 한국의 첨단기술과 칠레의 자원·재생에너지 경쟁력이 상호 보완적이라며 양국 기업이 신규 투자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은 2004년 FTA 발효 이후 리튬과 구리, 자동차, 기계, 농축산물 등을 중심으로 교역을 확대해왔다. 최근 칠레 정부가 전략산업 육성과 산업 다각화, 하이테크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협력 범위도 전통적인 자원·상품 교역에서 미래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LS, 고려아연이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염수를 장기간 증발시키지 않고 흡착과 이온교환 방식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직접리튬추출기술(DLE)을 활용해 환경 영향을 줄이는 자원개발 협력 계획을 공유했다.

LS는 2014년 칠레 국영 구리기업 코델코와 설립한 합작법인을 기반으로 구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AI 시대 전력 인프라 확대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주요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사업 구조상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칠레와 핵심광물 조달 및 가공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첨단기술·디지털 분야에서는 AI와 조선·방산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LG전자는 칠레 현지 가전시장에서 구축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LG그룹의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을 활용한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한국과 칠레 조선소 간 협력체계를 구축한 뒤 이를 남미 제3국 공동수출로 확대하는 단계적 사업 모델을 제안했다. 칠레의 조선·방산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남미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칠레의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소버린 AI’ 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중남미 지역의 고령화 대응을 위한 AI 돌봄 서비스와 스마트시티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OCI홀딩스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가 칠레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칠레의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OCI홀딩스는 한국의 태양광 밸류체인 제조 역량과 칠레의 풍부한 태양광·재생에너지 자원을 결합해 양국 간 친환경에너지 산업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바이오와 식품, 화장품 분야의 교역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SK바이오팜은 현지 파트너사 유로파마와 출시한 뇌전증 신약을 기반으로 칠레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식품 수출기업 호산물산은 칠레 최대 유통마트와 협력해 K푸드 판매망을 확대하고, 무역상사 씨아이씨디는 현지 대표 드럭스토어를 통해 K뷰티 브랜드의 시장 진출을 넓힐 계획이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이번 회의는 양국 기업이 기존 교역과 자원 중심의 협력을 넘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양국 기업이 더 많은 미래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함께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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