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김재겸 해임 카드 꺼냈다…롯데홈쇼핑과 격돌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7 10:08:07
태광 “배임 행위” 직격...‘385억 내부거래’ 불씨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인 김재겸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청구했다. 20년에 걸친 롯데·태광 간 지배구조 갈등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광산업은 17일 롯데홈쇼핑에 공문을 보내 ‘사내이사(대표이사) 김재겸 해임의 건’을 단일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총의 신속한 소집을 요구했다. 태광산업은 현재 롯데홈쇼핑 발행주식 223만9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상법 제366조상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소수주주권 요건을 충족한다.
 

▲ 태광산업이 김재겸 대표의 해임안을 촉구했다. 

양사 갈등의 뿌리는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태광산업이 우리홈쇼핑 지분 약 45%를 확보했지만, 이듬해 롯데쇼핑이 기존 최대주주 지분 약 5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이후 2대 주주로 밀려난 태광은 2007년 법원에 롯데쇼핑의 인수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양측은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분쟁을 이어왔다.

이번 청구의 직접적 발단은 지난 1월 14일 열린 롯데홈쇼핑 제215회 이사회다. 당시 이사회에는 롯데하이마트, 한국에스티엘 등 롯데 계열사와의 총 385억원 규모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상정됐다. 해당 거래는 상법 제398조 및 정관에 따라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가 요구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태광산업 측 이사들이 거래 조건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회사 측이 이를 제공하지 않았고, 표결 결과 찬성 5표·반대 4표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안건은 부결됐다.

태광산업이 문제 삼는 것은 이후의 행보다. 이사회에서 명시적으로 부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해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했다는 주장이다.

태광산업은 “이사회 승인 없이 내부거래를 지속하는 행위는 상법과 정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특정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에 위배되는 배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 감독 권한을 침해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책임자인 김 대표의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구는 롯데홈쇼핑이 이사회 주도권을 강화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확대 등을 포함한 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기존 롯데 측 5인·태광 측 4인에서 롯데 측 6인·태광 측 3인 체제로 재편됐다. 사실상 롯데그룹이 이사회 3분의 2를 확보하면서 향후 특별결의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지난 20년간 1·2대 주주 간 합의를 통해 유지해온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훼손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지배구조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내부거래 투명성, 이사회 의사결정의 실효성이라는 핵심 쟁점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평가다.

향후 임시주총 개최 여부와 해임 안건의 표결 결과에 따라 롯데홈쇼핑의 경영 체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임시주총에서도 해임안이 부결될 경우, 태광산업이 상법 제385조 2항에 따라 법원에 해임 청구를 제기하는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회사에 피해가 없도록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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