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동해안 '잠수복 귀순' 조사 발표...경계·감시망 총체적 허점 드러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3 12:56:57
CCTV 10회 포착에 8번 놓쳐...경보음 2차례 울렸으나 오경보로 추정
민통선 식별 31분만에 늑장 보고…뚫린 배수로의 존재 자체도 몰라
'노크 귀순' '철책 점프 귀순' '배수로 월북' 후속대책 실효성 의문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CCTV에 10차례 잡혔으나 9, 10번째에야 비로소 식별한 데 이어 늑장 전파, 그리고 존재조차 몰랐던 배수로까지….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과정에서 우리 군의 경계·감시망에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이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이 북한 남성이 월남할 당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나 포착됐지만 군은 8번이나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또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3시간11분 동안 모르고 있었다.
 

▲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허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는 늑장 대응을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뒤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합참은 "이 남성의 해상 이동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현재 관계기관에서 합동정보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5차례 잡혔으며, 상황실 모니터에 2차례의 경보음(알람)도 울렸다.

그러나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쳤다.

이같은 허점은 북한 남성이 이동한 다른 곳의 CCTV에서도 확인됐다.

이 남성은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3차례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 남성은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된 뒤에야 비로소 근무자가 식별했고 이후 상황이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허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남성을 식별한 후에도 보고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또 다른 허점도 확인됐다.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오면서 통과한 배수로의 존재를 우리 군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했으나 해당 부대에서는 해당 배수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면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경계 실패에 대해 합참은, 해당 부대의 상황실 간부와 영상(모니터)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식별하지 못했고,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및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또 민통선 제진 소초 북방 7번 도로에서 북한 남성을 최초 식별한 후 22사단과 8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 때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도 판단했다.

이같은 허점 투성이 경계망은 그간 '노크 귀순'과 '철책 점프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이 잇따라 터지자 내놨던 갖가지 후속대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방증이어서 철저한 책임소재는 물론 근본적인 보완대책 강구가 시급해졌다.

이에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점을 토대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도 강구할 계획이다.

22사단장 등 지휘계통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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