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지원 확대 기대 속 조선·방산 규제 완화 여부 주목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사업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도체·조선업 지원과 친환경 산업 정책은 새 의회의 입법·예산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 생산시설과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의회 권력 교체가 보조금 지급과 세액공제, 사업 인허가 등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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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생성형 AI 활용·제작]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5일 발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존 관세와 수입규제 조치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 연장과 군용 선박의 해외 건조 제한 완화 등을 향후 의회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다.
◇ 반도체 공장 투자·데이터센터 규제 변화 촉각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지역 산업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관련 사업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약속받은 반도체 보조금이 취소될 가능성은 작지만, 지급 절차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거나 지역 기반시설 지원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되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는 양당의 공통 과제인 만큼 기존 공장 투자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자동차 15% 관세 유지 가능성…친환경 산업 기대감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15% 관세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치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에 따른 만큼 의회 구도가 바뀌더라도 곧바로 철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기조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종전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로 늘리고 생산시설과 공급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와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에서는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지원 축소 기조를 견제하고 청정에너지 관련 세액공제 확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 배터리 기업의 북미 ESS 시장 점유율은 약 21%로 전년 동기 13%에서 상승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과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한화큐셀과 OCI홀딩스 등이 정책 변화에 따른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 친환경 지원 확대 여부는 향후 입법과 행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어 정책 변화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 한미 조선협력 지속 전망…군함 해외건조 규제 과제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한미 조선협력은 양당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야다. 그러나 미국 군용 선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규정의 완화 여부는 별개 문제다. 민주당은 자국 안보와 노동계의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군함 해외 건조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큰 방향이 유지되더라도 관련 법률 개정과 국방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 추진 일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3500억달러 대미투자, 사업 심사·집행 과정 주목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역시 주요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 투자 합의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은 작지만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투자금 집행과 사업 선정 과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된 텍사스주 엔시날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향후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원전 프로젝트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역시 인허가와 환경 규제, 사업성 검증 등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정부도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국 중간선거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정부는 기존 한미 무역합의의 안정적인 이행을 추진하면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 주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조선·에너지 등 전략산업의 협력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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