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재계 총수 베트남 총집결…'포스트 차이나' 넘어 AI·에너지 협력 본격화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4 11:08:28
최태원 회장 주도 '총수 외교' 가동…삼성·LG·롯데·포스코·HD현대 등 총출동
70건 MOU 체결…AI·원전·이차전지로 협력 축 이동, 정의선 회장 불참 '온도차'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베트남 하노이에 집결해 한·베트남 경제 협력이 사실상 ‘총수 외교’ 단계 수준으로 격상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LG·롯데·포스코·HD현대 등 그룹 수장들이 직접 나서 AI·에너지분야와 관련한 첨단 제조 협력 확대를 논의해 70여 건의 MOU(업무협약)를 쏟아내면서 양국 협력이 한층 격상된 미래 산업 동맹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과 레 민 흥 베트남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 사전간담회에서 양국 기업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주관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은 사실상 ‘재계 총수 회의’에 가까웠다. 

 

최태원 대한상의 겸 SK그룹 회장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핵심 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등 중후장대·에너지·인프라 그룹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 "정의선 회장 빠진 하노이 포럼'…현대차 '베트남 패싱' 속 삼성·SK·LG는 드라이브

 

정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대신 성 김 사장 등 경영진을 보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대차는 이미 베트남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구축한 만큼 상대적으로 긴급성이 낮았을 수 있다”며 “그룹별 글로벌 전략 우선순위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 현대차는 인도·미국 등 주요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인 반면 삼성·SK·LG 등은 베트남을 핵심 생산·R&D(연구개발) 거점으로 삼고 투자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 "AI·원전·배터리까지"…'총수 외교'가 판 키웠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레 밍 흥 총리가 함께 자리해 경제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인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수들이 직접 협력 의제를 제시해 실행 방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톱다운 경제외교’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우세다. 톱다운 경제외교란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경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최태원 회장은 환영사에서 “베트남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라고 규정해 협력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어 ▲투자·무역 고도화 ▲AI 및 첨단기술 ▲에너지 전환을 3대 축으로 제시해 고부가가치 중심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계 총수들이 주목한 협력 방향은 명확했다. 과거 저임금 기반 생산 기지로 활용되던 베트남을 AI, 데이터, 에너지, 첨단소재 중심의 전략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포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및 원전 ▲이차전지 소재 ▲스마트시티 ▲금융 투자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로드맵이 구체화됐다.

 

◆ "AI·원전·배터리"…베트남 '성장축' 70건 빅 딜 성사


▲[사진=챗GPT4]

재계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70여 건 이상의 MOU 및 계약이 체결돼 실질적인 투자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 및 지방정부와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구축 협력에 나섰고, 대우건설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음극재 공장 구축을 통해 공급망 확대에 착수했으며, 에너지 부문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베트남 기업들과 원전 협력 MOU를 체결했다. 

 

전력 인프라 영역에서도 초고압 케이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돼 협력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총수들이 직접 베트남 경제 협력에 나선 배경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이 자리한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기업들은 생산기지 다변화를 넘어 기술·에너지·데이터까지 아우르는 복합 거점을 필요로 한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단순 대체 생산기지가 아니라 ‘제2의 성장 축’으로 격상되고 있다”며 “총수들이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 앞서 진행된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양국 주요 기업인 26명이 별도로 만나 산업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의 PVN, EVN, Vingroup, FPT 등 핵심 기업 수장들과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직접 대면해 ‘최고위급 소통 채널’을 구축한 점도 주목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포럼은 양국 경제 협력이 ‘제조 중심 협력’에서 ‘미래 산업 동맹’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라며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협력 의제를 설정해 실행까지 주도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향후 실제 투자 성과와 공급망 재편 속도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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