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르노삼성 파업, '공생' 되새기는 계기 삼아야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6-13 15:27:09

르노삼성자동차가 파업을 끝내고 다시 이해 조정 과정에 돌입했다. 최종 결말은 14일 열릴 노동조합 조합원총회에서 이뤄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의 전면파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뒤 노사가 함께 벼랑 끝에 앉아 재협상을 벌임으로써 새로운 합의안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르노삼성 사태는 무데뽀식 파업이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아무리 거대화·정치세력화된 조직을 기반으로 힘을 키운 노조라지만 명분 없는 파업은 조합원들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은 처음부터 무리한 면이 있었다. 지난달 22일 실시된 조합원총회에서 노사 간의 잠정 합의안이 51.8%로 부결된 의미를 노조 집행부가 신중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실책의 시작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아쉬운 대로 합의안을 받아들이고자 한 뜻을 가볍게 묵살하고 전면파업을 실시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뜻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집행부가 전면파업을 강행하자 조합원들은 조업 참여라는 행동을 통해 그 같은 결정에 반발했다. 전면파업이 선언됐음에도 불구하고 60%가 넘는 조합원이 노조 집행부의 뜻을 거스른 채 출근하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찬반투표 당시 확인된 조합 내부의 만만찮은 신중론은 최근의 회사 사정과 깊이 연관돼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인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특히 르노삼성은 본사로부터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르노삼성의 위기는 노조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벌였다. 비록 8일째를 못 넘기고 백기투항했지만, 노조는 지난 5일부터는 회사 사정과 조합원 정서를 무시한 채 전면파업을 밀어붙였다. 노조의 강경 행동으로 최근 반년여 동안 회사가 본 손실액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강경 행동이 이어지면서 르노삼성의 자동차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간 10만대에 이르던 닛산로그의 생산량은 6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이후 내년이 더 걱정이다. 올해까지 이어지던 신차 물량이 내년엔 더 이상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올해까지 위탁생산하기로 한 닛산로그의 후속으로 내년부터 XM3를 본사로부터 배정받을 것이란 기대를 품어왔다. 하지만 최근 노사갈등이 장기화되자 본사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XM3의 부산공장 배정을 유보한 채 확실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르노삼성에 배정하려 했던 XM3 물량이 유럽의 다른 나라 공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르노삼성이 이 차량 생산을 새로 배정받지 못하면 공장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르노삼성은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과 달리 생산 물량을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본사에서 배정하는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생산성 면에서 본사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기 쉽다.


가정이지만, 르노삼성이 내년 생산분 신차를 배정받지 못하면 상황은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당장 르노삼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회사의 존립 자체도 위협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회사가 있고서야 노조도, 조합원도 존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르노삼성이 흔들리면 지역경제에도 만만치 않은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은 현재 부산 지역에서 제조업 생산의 8%, 수출의 20%를 감당해내고 있을 만큼 해당 지역의 중요한 거점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전 산업분야에 걸쳐 노사 공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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