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불법 현금화 '온상' 전락..."혈세가 샌다"

이동훈 / 기사승인 : 2025-03-05 11:37:39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 무색...불법 브로커, 유령점포까지 동원
중기부, 허술한 관리 감독 도마 위에...FDS 시스템 '무용지물'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도입 후 수년이 지났지만, 최근 불법 브로커와 부정 유통 문제와 세금 누수 논란으로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행한 상품권으로, 그 목적상 사용처가 시장과 지역상점으로 제한돼 있다. 발행처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다. 구매 시 상품권 가격의 5%에서 10% 정도를 할인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지역 시장에서 비싼 물건을 구매해야 할 때는 온누리상품권을 먼저 구입 후 지불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온누리상품권을 받은 상인은 금융기관에서 액면가만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데, 할인 차액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는 구조다.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 온누리상품권 [사진=온누리상품권 홈페이지]

그러나 중기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불법 브로커와 부정 유통 문제로 ‘유명무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상품권이 불법 현금화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범죄자들은 실제 물품거래 없이 온누리상품권만 대량 매집해 현금으로 바꾸면 손쉽게 차액을 챙길 수 있다는 허점을 노렸다.

범죄규모도 일부 지역 상인회와 결탁해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개별가맹점으로 등록 신청을 해야 하는데, 주로 상인회를 통해 신청하는 구조다. 상인회가 유령점포에까지 등록신청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자영업자는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이가 무섭다고 상인회가 온누리상품권을 범죄에 이용하려는 상인들의 편의를 봐주려고 하면 양측 얼마든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 채소가게는 가족들이 작당해 수백억 원대 부당이익을 취했다. 0~5세 아동 명의로 1286명이 총 76억 40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디.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이 불법 현금화와 부정 유통의 온상이 된 데에는 중기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상품권 발행 및 유통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2020년 ‘FDS(이상거래감지 시스템)’를 도입해 온누리상품권 유통 흐름을 모니터링 해왔다. 하지만 FDS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과 조직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종이형 상품권을 대폭 줄이고 카드형이나 모바일형 상품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FDS시스템을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누리상품권 가운데 종이형이 2조 1814억원으로 전체의 74.2%에 달한다.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을 올해 5조 5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중기부 안팎에서 조차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뿌리 뽑지 않으면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

국회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을 방지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제3자를 동원한 대량 매집, 가맹점 간 상품권 재사용, 상품권 재판매를 명확히 부정 유통 행위로 규정, 부당이득 환수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기부 장관이 부정유통으로 얻은 이득을 환수하고, 최대 2배의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오세희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이 브로커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부정 유통을 근절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내수를 진작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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