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각지대] "살려고 간 일터서 숨졌다" 금호건설 현장서 또 사망사고 발생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30 10:11:30
산재 감축 구호 무색, 동일 현장서 또 사망... 책임자 처벌 가능성 높아
머리숙인 조완석 금호건설 대표, "전국 유사공정 전면 중단"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 감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금호건설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산재 예방 기조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 내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현장 안전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서울 제기동 동북선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추락한 돌무더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 조완석 금호건설 대표가 잇따른 사망사고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금호건설 홈페이지]

해당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1공구 고려대역 104정거장’ 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굴착기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동일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에도 건설업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산업재해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443명) 대비 14명 증가했다. 산재 감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음에도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금호건설은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복합적인 법적 책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되며, 현장 관리·감독자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선고된 판결 37건 가운데 33건이 유죄로 판단되는 등, 사법부는 형식적인 안전관리 규정 마련 여부보다 실질적인 이행과 점검 여부를 엄격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청인 금호건설의 도급 구조 전반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고 직후 금호건설은 사과와 함께 대응에 나섰다. 조완석 금호건설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데 대해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현장 공정을 전면 중단했으며, 전국 현장의 모든 유사 공정도 즉시 멈췄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금호건설이 내세운 ‘중대재해 ZERO’와 ‘떨어짐·맞음 재해 30% 감소’라는 안전경영 목표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안전경영 방침과 실제 사고 발생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안전’을 회사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강조해온 조완석 대표의 발언이, 반복된 중대재해 앞에서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처벌 강화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건설사 안전 담당 임원은 “원청과 협력업체를 포괄하는 실질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과 현장 인력 지원 없이는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실행 가능한 예방 중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건설은 지난 19일 6900억원 규모의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 민간투자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개량운영형 민간투자사업’ 제도의 첫 적용 사례로, 금호건설은 대표 건설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반복된 사망사고가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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