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오마카세’ 지고 ‘홈카세’ 뜬다…고물가가 바꾼 주말 풍경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9 09:30:30
2026년 1분기 대형마트 프리미엄 밀키트 매출 25% 급증… 외식 대신'집에서 즐기는 사치'
10만 원대 와인·위스키도 대중화…'불황기' 속 나를 위한 보상 소비 트렌드 확산
전문가 “극단적 가성비와 취향 중심 가치 소비의 공존…'스마트한 사치'가 뉴노멀”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가 겹친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직장인들의 주말 풍경이 변하고 있다.

 

인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던 호텔 뷔페나 ‘오마카세’ 열풍이 사그라든 자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에서 고급 요리를 즐기는 ‘홈카세(Home+Omakase)’가 대신하고 있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삶의 질은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선택한 ‘스마트한 사치’다.

 

▲ 기사에 맞게 AI 제작

가장 뚜렷한 변화는 장바구니에서 나타난다. 통계청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물가 통계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면서, 주말 외식 한 번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마트 올해 1분기 결산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엄 밀키트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현장에 따르면, 최근 랍스터, 투뿔 한우, 고급 성게알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포함한 밀키트 세트가 주말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식당에서 먹는 비용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고품질 요리를 직접 해 먹는 재미까지 챙기려는 ‘홈카세’족이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주류 소비 패턴도 양보다 질로 바뀌었다. 취하도록 마시는 문화 대신, 한 잔을 마셔도 취향에 맞는 고급 술을 즐기는 분위기다.


지난 4월 13일 주류 유통업계 판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성비 위주의 중저가 주류 매출은 정체된 반면 10만 원대 이상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프리미엄 와인 매출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3월말 열린 ‘2026 소비 심리 간담회’에서 “불황이 깊어질수록 자산 형성이 어려워진 세대가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확실한 행복, 즉 ‘미각적 사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단순히 과소비로 보기보다는, 고단한 일상을 버텨내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보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K자형 소비 양극화’의 일면이기도 하다. 평일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극단적 가성비를 챙기되, 주말 한 끼는 ‘홈카세’를 통해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또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8일 발표한 경제 기고문을 통해 “어정쩡한 가격대의 중간 브랜드는 외면받고, 초저가와 초고가만 살아남는 분절화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홈카세 열풍은 집이라는 공간을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닌, 가장 취향이 묻어나는 레스토랑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데이터 분석팀이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기 및 조명 등 식문화 관련 소품 매출이 지난해 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집에서 즐기는 경험의 질을 높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홈카페나 홈바를 꾸미는 것이 일상이 된 결과다.
 

팍팍한 민생 경제 속에서도 자신만의 확실한 행복을 찾아 나선 ‘홈카세’족의 등장은, 불황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유연한 적응력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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